▲ 두산 베어스 라울 알칸타라 ⓒ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결정구가 없다."

라울 알칸타라(28, 두산 베어스)는 지난해 kt 위즈 유니폼을 입고 처음 한국 무대를 밟았다. 지난 시즌 성적은 27경기, 11승11패, 172⅔이닝, 평균자책점 4.01, 100탈삼진. 시속 150km를 웃도는 빠른 공은 위력적이었지만, 결정구가 없다는 평을 들었다. 변화구는 구위를 떠나 던질 때 티가 나는 문제가 있었고, 손재주보다는 힘으로 밀어붙이는 투구를 하는 선수다 보니 직구와 변화구의 구속 차이가 거의 나지 않으면서 겪는 어려움도 있었다. 결국 kt는 알칸타라와 재계약을 포기했다. 

두산은 자유의 몸이 된 알칸타라를 올해 70만 달러에 영입할 때 에이스로 내세우겠다는 확실한 목표가 있었다. 변화구 약점보다는 평균 구속 150km에 더 주목했다. 직구라는 확실한 무기가 있으니 변화구는 팀에 와서 다듬으면 된다는 계산이었다. 또 하나, 100만 달러에 영입한 뉴욕 메츠 유망주 출신 크리스 플렉센(26)이 KBO리그에 적응할 때까지 알칸타라가 에이스로 선발진을 이끌며 플렉센의 성장을 돕길 바랐다. 

알칸타라는 지난 2월 호주 스프링캠프부터 투수 코치들과 함께 변화구 다듬기에 나섰다. 포수 박세혁과 정상호는 알칸타라의 변화구를 받아보면서 그때그때 보완할 점을 이야기해줬고, 알칸타라는 의견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반영해 결정구를 다듬어 나갔다. 이때 새롭게 추가한 구종이 포크볼이다. 변화구까지 다 빠른 알칸타라에게 포크볼은 안성맞춤인 구종이었다.  

5월까지는 에이스에게 기대한 투구 내용은 아니었다. 5경기에서 4승1패로 결과는 좋았지만, 평균자책점은 3.90(30이닝 13자책점)으로 높은 편이었다. 6월 첫 등판 이후 6경기 투구 내용이 완전히 달라졌다. 지난달 4일 수원 kt전은 5이닝 5실점으로 고전했는데, 이후 6경기는 3승무패, 42⅔이닝, 38탈삼진, 평균자책점 1.91로 위력적이었다. 

박세혁은 알칸타라가 에이스로 진화한 비결로 변화구를 언급했다. 박세혁은 "다른 팀 타자들에게 물어봐도 알칸타라의 변화구가 좋아졌다고 한다. 지난해에 (변화구를) 던질 때는 티가 났다고 한다. 지난해보다 팔 위치 같은 게 좋아졌고, 힘이 떨어질 때 코스를 보고 던지는 것도 좋아졌다"고 이야기했다. 

▲ 두산 베어스 포수 박세혁(오른쪽)은 알칸타라의 최근 페이스가 좋아진 이유로 변화구 향상을 꼽았다. ⓒ 두산 베어스
9일 잠실 LG전은 7이닝 2피안타 8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로 6-0 완승을 이끌었다. 최고 구속 157km짜리 직구에 슬라이더와 포크볼, 체인지업 등 변화구를 적극적으로 섞어 던져 LG 타선을 꽁꽁 묶었다. 97구 가운데 직구가 49개였을 정도로 변화구 비중이 높았다. LG 타자들이 적극적으로 타격하는 것을 고려해 포크볼을 많이 섞은 게 주효했다. 

알칸타라는 "LG 타자들이 공격적이라서 나도 공격적으로 던졌다. 내 직구를 노리고 들어온다고 생각해서 더 공격적으로 던지려 했고, 스트라이크존 코너에 던지려고 노력했다"며 "슬라이더와 포크볼을 쓰면서 더 좋아진 것 같다. 슬라이더는 지난해부터 던졌는데, 두산에 와서 투수 코치님들과 박세혁, 정상호 등 포수들이 내 공을 받아 보면서 조언을 해줬다. 그 점들을 잘 활용한 게 도움이 된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변화구를 다듬으며 한 단계 성장한 알칸타라는 이닝이터 능력을 키우며 한 단계 더 진화하려 한다. 알칸타라는 최근 4경기에서 꾸준히 7이닝 이상 던지면서 불펜 부담을 확실히 덜어줬다. 

알칸타라는 "공격적으로 투구를 하려고 한다. 투수는 수비하는 사람이지만, 타자를 공격한다는 생각으로 던지고 있다. 또 트레이닝 파트에서 관리를 잘해주고, 몸을 잘 만들 수 있도록 도와준 덕에 7이닝 이상 던질 수 있는 지구력도 갖추게 된 것 같다"며 앞으로도 긴 이닝을 책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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