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널티킥 기회에서 넘어지며 실축한 박주영(왼쪽)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대전, 이성필 기자] 프로와 아마추어 최강을 가리는 FA컵에서 제대로 추억을 남긴 박주영(35, FC서울)이다.

박주영은 15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0 하나은행 FA컵' 16강(4라운드) 대전 하나시티즌전에 후반 시작과 동시에 등장했다. 0-1로 지고 있어서 박주영의 마법이 필요했다.

K리그1은 10위로 하위권이다. 자존심 땅에 떨어지고도 남을 순위다. 그래서 단판 승부인 FA컵에서 승부사 기질을 발휘할 필요가 있었다. 박주영은 후반에 세트피스 키커로 나서면서 골을 넣기 위해 힘을 기울였다.

기회가 온 것은 후반 29분, 대전 이지솔이 조영욱을 넘어트려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박주영은 볼을 페널티 아크에 놓고 킥을 시도했지만, 모두가 놀랄 정도로 크게 넘어지며 실축했다. 볼은 관중이 있었다면 대전 팬들이 위치할 남측 서포터석으로 날아갔다. 서울 벤치의 탄식이 기자석까지 들릴 정도였다.

그러나 38분 결정력을 머리로 보여줬다. 왼쪽 측면에서 고광민이 날카롭게 가로지르기(크로스)를 했고 박주영이 골지역으로 침투하면서 머리로 받아 넣었다. 알고도 당하는 장면이었다. 후반이 끝나고 연장 시작 전 박주영은 최용수 감독과 한참 대화를 나눴다. 

연장 전, 후반 내내 경기는 풀리지 않았다. 수적 열세에 박주영은 수비 진영까지 내려와 수비에 가담했다. 골보다는 지키기, 확률이 50대50인 승부차기로 끌고 가서 승부를 내는 전략을 충실하게 이행했다.

서울이 선축인 승부차기에서 박주영은 마지막 키커로 나섰다. 3-2에서 박주영이 넣으면 끝이었고 가볍게 성공했다. 박주영은 환호하며 8강 진출을 자축했다.

최 감독은 "제가 오랜 시간 축구를 해오면서도 페널티킥에서 그런 슈팅을 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디딤발을 놓는 그라운드 상태가 좋지 않았다"라며 박주영을 옹호했다. 이어 "페널티킥이 나오면 박주영이 도맡아 찬다. 성공률 100%라는 이야기가 기억났다"고 되짚었다.

승부차기 마지막 키커는 은근히 부담스러운 일이다. 페널티킥 실축의 기억이 선해 더 그렇다. 그러나 최 감독은 "박주영을 마지막에 내세운 것은 심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함이었다"라고 설명했다.

▲ 동점골을 넣고 고요한의 축하를 받는 박주영(이상 왼쪽부터) ⓒ대한축구협회

땀을 말리고 나타난 박주영은 담담했다. 그는 "선수들이 리그와 병행해 피곤한 상황에서도 좋은 경기를 해줬다"라며 승리에 강한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마지막에 넣어야 한다는 생각만 했다. (골키퍼 유)상훈이가 선방했다. 나 역시 마무리하고 싶었다"라고 의욕을 보였다.

페널티킥을 차면서 왜 미끄러졌을까. 그는 "그라운드가 조금 미끄러웠다. 강하게 킥을 하려고 했다"라고 설명했다.

FA컵의 웃음은 리그의 반전 비타민이 될 수 있을까. 그는 "어린 선수들은 승패와 관련해 너무 자책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선참인 나부터 주장 고요한, 오스마르가 책임감 갖고 갔으면 좋겠다"라며 경기력에만 신경 쓰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음을 던졌다.

8강에 진출했지만, 전북 현대나 수원 삼성, 포항 스틸러스, 울산 현대 등 우승 후보가 모두 살아남았다. 누구를 만날 것인지 알기도 어렵다. 리그 우승이 멀어진 상황에서 FA컵 우승으로 자존심이라도 세워야 한다. 그는 "FA컵은 중요한 대회다. 우리에게도 타이틀이 있어야 한다. 선수들에게는 좋은 기회다. 간절하다"라며 정상 정복을 다짐했다.

스포티비뉴스=대전, 이성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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