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박건우 ⓒ 두산 베어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1번 타자로 쓰기는 아깝죠."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이 외야수 박건우(30)에게 한 말이다. 2009년 데뷔한 박건우의 통산 타율은 0.330(2398타수 791안타)이다. 1군에서 본격적으로 뛰기 시작한 2015년부터 올해까지 해마다 3할 타율을 유지한 결과다. 공인구의 반발력을 낮춰 타자 대부분 고전한 지난해에도 타율 0.319를 유지했다. 

김 감독은 예전부터 박건우를 3번 타자로 기용하고 싶어 했다. FA로 민병헌(롯데), 양의지(NC) 등 두 자릿수 홈런을 칠 수 있는 우타자들이 빠지면서 더욱더 그랬다. 

2017년 처음 박건우에게 3번 타자를 맡겼을 때 기대 이상을 해냈다. 박건우는 그해 3번 타자로 타율 0.406(308타수 125안타), 16홈런, 52타점을 기록했다. 구단 최초로 20홈런-20도루 클럽에 가입하기도 했다. 2018년에도 3번 타자로 타율 0.330(437타수 144안타), 12홈런, 70타점을 기록했다. 

3번 타자를 맡기면 곧잘 해냈지만, 박건우 스스로 더 편하게 느끼는 자리는 1번 타순이었다. 전형적인 1번 타자 유형은 아니지만, 시작부터 장타로 무사 2루를 만들며 상대를 압박했다. 지난해 최다 안타왕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가 합류하면서 어느 팀보다 강력한 테이블 세터 조합을 보여주기도 했다. 오재일과 최주환 등 중심 타선에서 칠 선수들이 더 있었기에 김 감독도 박건우를 1번 타순으로 보낼 수 있었다. 

박건우는 여전히 1번 타자로 쓰기는 아깝다는 김 감독의 말을 전해 들은 뒤 "감독님께서 내게 기대가 크다고 느낀다. 감독님께서 그렇게 생각해주시면 감사하다. 나는 솔직히 그 정도 선수는 아닌 것 같다"고 이야기하며 웃었다.

이어 "(허)경민이가 지금 잘 치고 있어서 연습할 때 타격 코치님께 '경민이를 3번 타자로 두는 게 어떠냐, 나는 조금 아닌 것 같다'고 (농담으로) 이야기하기도 했다. 사실 이런 내용은 선수가 말하기에는 건방져 보인다고 생각한다. 감독님께서 내보내 주시는 자리에서 해내는 게 선수로서 맞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중심 타자로 나서는 부담감이 있는 것은 아니다. 박건우는 "큰 경기에 가면 부담감은 있지만, 정규 시즌에는 계속하다 보면 무뎌지는 게 있다. 올해는 병살타도 많이 안 나오니까 주자가 있을 때 치는 것도 편하고 큰 부담감은 없다"고 밝혔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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