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이스코리아' 우승자 골든. 제공ㅣ엠넷

[스포티뉴스=정유진 기자] 인내는 쓰지만, 그 열매는 달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명언으로, 직역하자면 목전의 달콤한 유혹을 인내한 사람이야말로 성공한다는 내용이다. 인내의 가치를 깨닫게 해주는 해당 명언에 가수 골든의 행보가 떠오른다. 15년 장수 연습생으로 지낸 그는 최근 엠넷 '보이스코리아' 우승으로 참고 견뎌낸 시간이 헛되지 않음을 증명했다.

실제로 골든은 가수 연습생 최장기간 기록 보유자다. 아마도 15년이라는 긴 시간은 당분간 깨지지 않을 전망이다. 현재 최장기록 15년이라는 긴 시간을 인내 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을 뿐더러, 보통 어린 시절 가수를 꿈꾼다면 비교적 젊은 나이에 데뷔해 성공을 맛보고 싶기 때문.

그러나 골든은 인생의 반 가까이를 연습생으로 보냈다. 2001년 '영재육성프로젝트-99%의 도전'으로 JYP엔터테인먼트(이하 JYP)와 인연을 맺은 골든은 15년 넘게 소속 연습생으로 지냈고, 2017년 드디어 데뷔 무대를 밟았다. 13세에 연습생 생활을 시작해 20대 후반에 데뷔한 것이다. 그러나 골든은 이 시간이 그의 음악인생에서 든든한 밑거름이 됐다고. 아울러 그에게 15년은 길지 않았다고 했다.

"사실 15년 동안 연습생으로만 온전하게 시간을 보낸 것은 아니다. 그런데 대부분 제가 폭포에서 득음하면서 15년간 수련한 줄 아시더라(웃음). 저는 학교 다니면서, 아르바이트도 하고, 일상 생활을 보내면서 연습했다. 한 여름에 뉴욕 지하철에서 7~8시간 동안 노래하면서 버스킹하고, 그 날 번 돈으로 밥도 먹고 그랬다. 그러면서 노래도 많이 늘었다. 그러다보니 시간이 간 것 같다. 당시에 힘들기도 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되게 좋은 경험이었다"

15년 장수 연습생 출신 골든은 데뷔하자마자 주목받았다. 긴 시간 연습생으로 지낸 만큼, 그에 대한 기대도 컸던 것이다. 결과는 역시나였다. 대중은 오랜 시간 숙련해서 다져진 골든의 음악성을 단번에 알아봤다. 프로듀싱 능력까지 인정받으면서 골든은 차세대 뮤지션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문제는 거기까지였다. 골든의 음악 들려줄 수 있는 기회와 그가 설 수 있는 무대는 점점 좁혀졌다고 한다. 그때 그에게 들어온 제안이 바로 '보이스코리아'였다.

"일단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았다. 그리고 도전해보고도 싶었다. 성장하면서 배워보고 싶은 욕심이 컸다. 실제로 불편한 상황에 가면 더 성장을 하는 것 같다. 부담 가지고 한 번 해보자라는 생각이었다. 못하면 창피당할 각오도 했고. 특히 '보이스코리아'는 노래와 보컬로만 평가받는 프로그램이라는 것이 좋았다. 이전 시리즈나 해외 '보이스코리아'도 즐겨 보기도 했고, 조금이라도 많은 사람에게 목소리를 들려줄 기회가 될 것 같애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출연했다"

▲ '보이스코리아' 우승자 골든. 제공ㅣ엠넷

하지만 이미 인정받은 그가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오면, 긴장감이 떨어진다는 의견도 있었다. 충분히 인지도 높은 그와 다른 도전자들은 출발선부터 다른 것 같다는 시선이다. 일각에서는 골든은 이미 아이템을 두르고 게임을 시작한 것 같다며, '어차피 우승은 골든'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골든의 '보이스코리아' 출연을 만류하는 지인들도 있었다고. 하지만 골든은 자신을 다르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며, 그런 생각 자체가 오히려 자신이 건방질 수 있다고 봤다. 그렇게 그는 용감하게 '보이스코리아' 문을 두드렸다.

"'보이스코리아'에 출연한다고 하니, 주변에서 말리는 사람이 많았다. 주변에 가까운 사람들은 거의 다 걱정했다. 그런데 저는 제가 뭔가 다르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런 생각으로 접근하는 자체가 스스로 건방지다고 생각한다. 저는 그저 조금이라도 목소리를 들려드리고 싶은 마음으로 나간 것이다. 또 대부분 참가자들도 보컬리스트 사이에서 인정받고, 저보다 훨씬 활동을 오래 한 형들도 있었다. 오히려 저는 배운 입장이 맞다. '보이스코리아'로 많이 배우고, 자극도 많이 받았다. 도전하길 잘한 것 같다"

용기를 갖고 도전한 '보이스코리아' 첫 무대에서 그는 이소라의 '제발'을 선곡했다. '보이스코리아' 첫 무대야말로, 평가단이 목소리만 듣고 결정해야 하는 중요한 무대. 그러나 그의 노래 두 소절이 채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심사위원들은 감탄했다. 보아와 다이나믹듀오는 첫 소절과 동시에 버튼을 눌렀고, 이내 성시경, 김종국까지 턴하며 골든은 '올턴'으로 합격했다. '보이스코리아' 역대 최단시간 '올턴'이었다.

"그때는 심사위원들께서 턴하는지 집중할 새가 없었다. 그냥 '아 우선 합격이구나. 다행이다'라는 마음 뿐이었다. 무대 내려오면서도 뭘 어떻게 노래했는지 기억도 잘 안나더라. 나중에 모니터하면서 어떻게 불렀는지 알게 됐다. 그런데 모니터해보니, 아쉬운 부분도 보이더라. 그래도 심사위원들께서 좋게 봐주셔서 감사했다"

특히 보아가 제일 먼저 버튼을 눌러 화제를 모았다. 자신을 가장 먼저 알아봐 준 보아에게 고마움이 컸다는 골든은 어릴 때부터 보아의 팬이라 보아에게 조언을 받는 자체가 더 기회며 영광이었단다. 보아 역시 골든을 세심하게 신경 써줬고, 선곡에도 많은 도움을 줬다고 했다.

"보아 코치께 조언을 받을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 엄청 꼼꼼하셨고, 되게 새롭더라. 저뿐만 아니라, 저희 팀 모두 세심하게 신경 써주셨다. 또한 다수의 오디션 프로그램 내공이 느껴지더라. 그래서 선곡도 도움을 많이 받았다. 세미파이널 '왜그래'에서는 보아 코치께서 제가 그간 발라드를 많이 보여줬으니 템포와 리듬이 비교적 빠른 것을 해보자고 제안하셨다. 저 또한 자유로운 곡을 해보고 싶었다. 들어봤는데, 정말 재밌고 좋아서 하게됐다. 파이널 '터닝포인트' 선곡도 보아 코치께서 '길을 열어봐야 하지 않겠니'라며 도움을 주셨다. 특히 가사가 제 상황과 비슷하다며 추천해 주셨는데, 워낙 명곡이라 조심스러웠고 부담을 가지고 잘 불러야겠다고생각했다. 제 스타일로 해석하면서도, 원곡을 절대 헤치면 안 되겠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불렀다.

우승하니까 보아 코치께서 '축하하고, 수고했다'고 하시더라. 축하문자도 따로 보내주셨다. 그래서 '나중에 조언 필요할 때 연락드려도 되죠?'라고 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보아 코치에게 좋은 곡을 써드리고 싶다. 보아 코치께서 음악 보는 눈이 세심해, 제 곡이 마음에 드실지는 모르겠지만(웃음)"

▲ '보이스코리아' 우승자 골든. 제공ㅣ엠넷

골든은 개인적으로 가장 만족스러운 무대로 죠소울과 경쟁했던 1대1 경연을 꼽았다. 실제로 골든과 죠소울은 선우정아의 '도망가자'을 불러, 완성도높은 무대라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이날 경연에는 원곡 가수 선우정아도 참석했는데, 선우정아 역시 이들에게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골든은 이러한 완벽 무대를 만들기까지 과정은 쉽지만은 않았고,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다고 고백했다.

"1대1 경연이다 보니, 준비하는 과정에서 힘든 점이 있었다. 서로 보여주고 싶은 것이 많기 때문이다. 절제하면서도 최고로 멋있는 그림을 보여주자고 의견을 맞췄고, 무대 당일날 서로 되게 기분 좋게 노래를 불렀다. 좋은 추억이 됐다. 그리고 실제로 선우정 선배의 '도망가자'를 들으면서 위로를 많이 받았다. 그런데 당일날 원곡자 앞에서 부르려니 정말 떨리더라. 잠깐 도망가고 싶었다(웃음)"

골든은 경연이 좁혀지면 질수록, 엄청난 부담을 가졌다고 털어놨다. 오히려 15년 연습생 타이틀이 독이 됐을 수도 있었던 것. 하지만 그는 15년이 결코 헛되지 않음을 증명해갔고, 마침내 '보이스코리아' 우승자 타이틀을 따냈다. 하지만 그가 '보이스코리아'를 통해 얻은 것은 단순히 우승이 아니라, 경험이었다고.

"처음에는 이겨야겠다는 생각이 강했는데, 갈수록 무대 한 번 더 설 기회라는 것이 마냥 감사하더라. 이기면 물론 좋지만, 감사한 마음으로 잘해야겠다는 마음이 컸다. 또 방송 경험이 많이 없어서, 무대뿐만 아니라 리얼리티 촬영에서도 너무 떨리더라. 카메라에 익숙해지자는 마음으로 임했다. 불편한 것을 이겨내자는 훈련이기도 했다. 부담 속에서 어떻게든 만들어내야, 다음에 더 큰 부담 안에서도 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제로 카메라 공포증이 많이 나아졌다. 이런 과정을 걸쳐 우승해서 그런지, 동생은 친구 집에서 펑펑 울었다고 하더라(웃음). 다들 축하하고 고생했다며 응원해줬다. 저 또한 정말 감사드린다. 특히 멋있는 무대에 설 기회 가져서 감사하다. 정말 더 열심히 해라는 메시지로 받고,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

그는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하는 가수들이 '보이스코리아'에 참가한다고 하면 추천하겠다고 했다. 대신 "마음 단단히 먹고 나가라"고 조언해줄것 같다며, 그래도 분명 소중하고 귀중한 경험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5000만 원 우승 상금은 휴대전화 요금도 내고, 월세도 낼 거라는 골든은 생각보다 현실적인 곳에 쓰려고 했다. 특히 자신의 우승에 엉엉 운 동생에게 용돈도 주고, 맛있는 것도 사주고 싶다고. 물론 음악적으로도 사용하고 싶단다. 또 다른 우승 상품인 음반 발매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이 없다는 골든은 여전히 음악 작업에 몰두 중이라고 했다. 작업해놓은 곡들도 많아 어떤 곡이 타이틀 곡이 될지 모르겠다면서도, 좋은 곡으로 곧 돌아올 것을 약속했다.

"이제는 '15년 연습생 지소울'이 아니라, '보이스코리아 우승 골든'이 되고 싶다. 뭐든지 수식어로 불릴 수 있다면 좋다.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도 정말 열심히 해왔다. 물론 저 말고도 모두가 열심히 무언가를 하지만. 스스로 수고했다고 토닥여주고 싶다"

스포티비뉴스=정유진 기자 u_z@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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