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는 생존과 싸움에 돌입하는 제이미 로맥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SK는 17일 인천 키움전을 앞두고 팀 훈련을 생략했다. 이번 주 7경기를 치러야 하는데 선수들의 체력도 생각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쉬는 것도 전략이고 필요하다. 그런데 야수들 중 딱 한 명만 나와 타격 훈련을 했다.

신인급 선수도 아닌 외국인 타자 제이미 로맥(34)이었다. 최근 타격 부진에 팔꿈치 통증까지 겹쳐 성적이 떨어지고 있는 로맥은 묵묵하게 방망이를 돌렸다. 박경완 SK 감독대행도 취재진이 알려주기 전까지는 모르고 있었다. 박 감독대행은 “어떻게 말씀을 못 드리겠다”고 웃으면서 “뭔가 스스로도 찾아보려는 마음인 것 같은데 저렇게 움직여주면 내 입장에서 고맙다”고 했다.

로맥의 얼굴은 그렇게 밝지 않았다. 진지했다. 경기에도 그런 모습이 이어졌다. 전체적으로 공을 많이 보고, 어떻게든 나가려는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 볼넷 두 개를 골랐다. 다만 트레이드마크인 시원한 장타는 17일도 터지지 않았다. 

로맥은 누가 뭐래도 성공한 외국인 타자다. 2017년 대체 외국인 선수로 입단해 17일까지 114개의 홈런을 쳤다. 올해가 끝나면 역대 외국인 선수 홈런 부문에서 TOP5 진입은 확실시된다. 마이너리그 생활이 길었기에 그만큼 성공이 간절했던 선수이기도 하다. 한국에서 오래 뛰고 싶어 했다. 어깨에 힘이 들어갈 만한 성적이었지만 항상 팀원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고, 팬들에게도 큰 사랑을 받을 만한 인성을 보여줬다. 

그러나 성적으로 모든 것이 판단되는 외국인 선수 신분이라는 것은 바뀌지 않는다. 그간 여러 차례 고비를 넘겨온 로맥이지만, 올해는 조금 더 특별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지금까지는 못해도 대체 자원이 별로 없었다. SK는 다른 팀의 일반적인 상황처럼 외국인 투수를 둘 썼다. 로맥과 겨뤄볼 만한 국내 선수도 없었다. 있다 하더라도 로맥의 휴식 시간을 채우는 선수였다. 그런데 최근 SK가 타일러 화이트 영입을 확정지으며 이야기가 달라졌다.

화이트는 1루가 주 포지션이다. 현재 로맥의 포지션과 겹친다. SK는 로맥을 1루는 물론 지명타자, 3루, 좌익수로 기용하며 활용폭을 극대화한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이것이 내년까지 갈지는 알 수 없다. 로맥은 KBO리그의 일반적인 구도가 외국인 투수 2명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둘 중 하나는 내년에 SK 유니폼을 입지 못할 수도 있다. 화이트의 기량은 뚜껑을 열어봐야겠지만, 적어도 경력은 로맥보다 더 화려하다.

입단 후 처음으로 느껴보는 특별한 스트레스인 셈이다. 가뜩이나 성적이 떨어지고 있는 추세라 더 큰 스트레스를 받을 법하다. 로맥의 시즌 OPS(출루율+장타율)는 2018년 1.001에서 2019년 0.878, 그리고 올해는 0.841까지 떨어졌다. 출루율보다는 장타율의 하락폭이 더 크다. 로맥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힘이다. 그런 장점이 사라진 로맥은 매력이 크게 떨어진다. 고액 연봉자라는 점도 그렇다.

결국 이 스트레스를 이겨내야 내년에도 같이 갈 수 있다. 아직 시즌은 많이 남아있고, 반등할 수 있는 기회도 많다. 화이트의 기량이 기대만 못할 수도 있고, 폭발적인 타격을 확인한다면 내년에도 외국인 타자 두 명이 될 수도 있다. 여러 가능성이 열려 있는 가운데 그 가능성을 잡아가는 것은 역시 선수의 몫이다. 적당한 자극과 긴장은 오히려 도움이 될 때가 있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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