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임생 전 수원 삼성 감독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티비뉴스=한준 기자] 지난해 수원 삼성 제5대 감독으로 선임된 이임생 감독은 시작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개막 초반 3연패를 당해 일찌감치 경질 압박을 받았다. 당시 수원은 유소년 선수 중심 장기적 리빌딩을 말하며 이임생 감독을 지지할 것이라고 했다. 2019시즌은 결과적으로 절반의 성공이었다. 이임생 감독은 이미 선수단이 구성된 상황에 부임했고, 핵심 선수들의 이탈을 바라만 봐야 했으나 FA컵 우승을 이루며 2020시즌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얻었다. 화성FC와 FA컵 준결승 1차전 패배 당시 "결승에 가지 못하면 책임을 지겠다"고 했던 이임생 감독은 2020시즌까지 보장된 임기를 이어갈 수 있었다.

그런데 이임생 감독은 2020시즌을 치르던 중 미스터리한 시점에 사임했다. 15일 제주 유나이티드와 FA컵 16강전에서 1-0 승리를 거두며 8강 진출을 이룬 다음 날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다는 것이다. 17일 오전 수원 삼성이 보도자료를 통해 이임생 감독의 사임을 발표하며 소문은 현실이 됐다. 하지만 이임생 감독의 사임 과정에 대해 수원 구단 측과 축구계 관계자들의 전언은 온도 차이가 있다. 수원 구단은 이임생 감독이 자신 사임 의사를 밝혔고, 17일 오전 회의를 통해 사표를 수리한 뒤 발표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임생 감독의 사정을 아는 관계자들은 시즌 내내 사임에 대한 압박을 받아왔다며 16일 제주에서 수원에서 복귀한 뒤 구단으로부터 자신 사임을 권고 받아 사실상 경질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임생 감독이 취재진의 연락을 받지 않고 있는 가운데 결과적으로 이임생 감독이 물러난 시점에 진실공방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이임생 감독을 선임한 수원 구단 측이 지난 1년 반동안 무엇을 얻었고, 앞으로는 어떻게 구단을 운영할 생각인가다.

이임생 감독은 수원 감독 중 역대 최단 기간 재임했다. 코칭 스태프 구성 권한과 선수 영입 시 발언권도 약했다. 2019시즌 초반 부진 당시 이임생 감독의 경험 및 자질 부족을 지적하는 상황에 수원 구단 고위 관계자는 "구단이 현실적으로 선택할 수 있었던 최상의 옵션"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제한된 예산으로 코칭 스태프 구성에 큰 돈을 투자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명망있는 감독이 원하는 수준의 선수단 지원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제한된 예산 안에서 수원이 전력 강화를 위해 아무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것은 아니다. 겨우 10만 달러의 이적료로 영입한 호주 대표 출신 공격수 아담 타가트는 2019시즌 K리그1 득점왕을 차지하며 수원이 강등권 경쟁을 면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하지만 여름 이적 시장 기간 엘비스 사리치를 이적시키며 대체로 영입한 테리 안토니스는 그만한 효과를 내지 못했다. 이임생 감독과 주장 염기훈이 공개적으로 선수단 보강을 요청했으나 2020시즌 선수단 구성 계획은 엇박자가 심했다. 타가트의 이적을 추진하는 동시에 크르피치를 대체 선수로 영입했으나 타가트의 이적이 어려워지면서 공격진은 포화상태가 되었고, 부족한 포지션에 대한 보강이 매끄럽게 이뤄지지 않았다. 

선수단 내 전력 외 판정 선수 정리가 영입보다 우선하는 빠듯한 재정 상황으로 이임생 감독이 요청한 몇몇 주요한 영입이 무산됐다. 여름 이적 시장에 고려할 수 있었던 옵션도 무위로 돌아간 이임생 감독이 할 수 있는 것은 선발 명단을 구성하고 훈련을 지휘하는 등 제한된 역할이었다. 김건희의 부상 복귀 후 활약과 박상혁의 2선 배치 등 전술적 노림수가 적중하며 최근 공식전 3경기 무패, FC서울전과 포항 스틸러스전은 오심 논란 속에 아쉽게 승리를 놓친 경기를 하는 등 상승세를 탄 이임생 감독은 논리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시점에 꿈을 다 펼치지 못하고 수원 지휘봉을 내려놓게 됐다.

이임생 감독의 공과 과를 논하기에 앞서 이임생 감독을 선임하고, 또 시즌 중에 해임한 수원 구단 운영진의 문제를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이임생 감독은 우려했던 시행착오 속에 어려움을 겪었다. 우려가 따르던 감독을 선임했으나 정작 전폭적으로 지원해주지 않았다. 예산이 제한되어 있다는 것은 이임생 감독도 인지하고 부임했으나,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고 요청사항이 반영되지 않는 상황은 다르다. 책임을 물으려면 지원도 따라야 한다. 이임생 감독은 2선 공격수 내지 공격형 미드필더 보강을 원했고, 연초에는 백성동, 김현욱 등과 협의가 진행됐으나 무산됐다. 여름에는 안토니스의 연장 옵션을 발동하지 않고 새 외국인 선수 영입을 요청했으나 예산 문제로 아예 추진되지 않았다.

2019시즌 FA컵 우승 후 이임생 감독은 중국 프로 구단의 제안에도 수원 잔류를 택했다. AFC 챔피언스리그 무대를 경험해보고 싶다는 의지가 강했다. 10월에 AFC 챔피언스리그 일정이 재개되기로 발표된 후 자진사임은 석연치 않다. 심지어 이 감독은 지난 해 하반기에 경기도 수원시 광교 지역으로 자택을 옮기기도 했다. 2020시즌을 앞두고 축구계 관계자들 사이에 이임생 감독이 상반기를 넘기지 못하고 물러나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소문이 돌았다. 구단은 해당 소문을 지속적으로 부인했으나 결과적으로 이 감독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떠났다. 

감독 교체를 단행한 시점 모두 축구계 관계자들은 의아하게 보고 있다. 여름 이적 시장이 진행 중인 상황에 정식 감독이 선임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임생 감독 부임 당시에도 이미 이적시장이 한창 진행되던 와중이었다. 선수 영입 과정에 감독의 의사 반영이 잘 이뤄지지 않는 구조라는 증거라는 게 이적 시장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수원은 감독 출신 전력강화실장 등을 두고 전력 강화부를 운영하는 다른 팀의 경우와도 다르다. 이적 시장 관계자들은 수원은 전력강화부도 없고, 감독의 의사도 반영되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선수 영입 프로세스의 밀도가 떨어진다는 축구계 전문가들의 지적이 따르는 이유다. 

이임생 감독은 지도자로서 가진 장점과 역량을 통해 FA컵 우승을 포함해 최근 경기력 반전을 이뤄내며 가능성을 보이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감독 교체를 단행한 것에 어떤 큰 그림이 있는지 궁금하다. 선임과 해임이라는 수원 구단의 의사 결정 과정에는 책임이 없는 지 돌아봐야 한다. 수원은 서정원 감독과 두 차례에 걸쳐 이별하는 과정부터 이임생 감독 체제까지 내내 운영 과정에 뚜렷한 방향성을 보이지 못했다. 지난 시즌부터 이어진 부진의 최고 책임자로 지목된 이임생 감독이 물러난 지금, 후임 감독 인선과 향후 성적에 대한 책임은 온전히 현 수원 운영진의 몫이 될 것이다. 

스포티비뉴스=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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