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 노경은이 21일 인천 SK전에서 크게 숨을 내쉬고 있다. ⓒ인천,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인천, 고봉준 기자] 매듭이 풀리려고만 하면 덜컥 실타래가 꼬이는 하루였다. 롯데 자이언츠의 올 시즌 인천 원정 첫날이 그랬다.

롯데는 21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전에서 다 잡았던 승리를 놓쳤다. 9회초까지 7-6으로 앞섰지만, 이어진 수비에서 마무리 김원중이 제이미 로맥에게 2점홈런을 맞고 끝내기 패배를 당했다.

지독히도 풀리지 않은 경기였다. 첫 단추부터 잘 끼워지지 않았다. 롯데는 이날 외국인투수 애드리안 샘슨이 초반 호투를 펼쳤다. 직전 등판이었던 15일 사직 LG 트윈스전에서 4.1이닝 11안타 1홈런 8실점 부진했던 샘슨은 SK 타선을 상대로 3이닝까지 실점하지 않았다.

▲ 롯데 애드리안 샘슨(가운데)이 21일 인천 SK전 도중 오른쪽 허벅지 부상으로 강판되고 있다. 이를 걱정스럽게 지켜보는 댄 스트레일리(오른쪽). ⓒ인천, 한희재 기자
그런데 3-0으로 4회 들어서부터 불운의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했다. 1사 1루에서 한동민을 맞이한 샘슨은 초구를 던지다가 발을 헛디디고 말았다. 왼발이 미끄러지면서 체중 이동이 잘 이뤄지지지 않았고, 이 과정에서 오른쪽 허벅지 부상이 왔다.

결국 롯데는 부랴부랴 불펜을 가동했고, 이날 1군으로 올라온 노경은이 공 몇 개만을 던진 뒤 마운드로 올라왔다.

몸이 완전히 풀리지 않은 채 바통을 넘겨받은 노경은은 100% 자기 공을 던지지 못했다. 첫 타자 한동민에게 우월 2점홈런을 맞았다. 이어 5회에도 안타와 볼넷을 연달아 내주면서 강판됐다. 롯데는 결국 5회 3실점하면서 3-5 리드를 허용했다.

이처럼 선발투수가 일찌감치 내려가면서 어려움을 맞았던 롯데는 그러나 타선의 힘을 앞세워 경기 중반을 잘 풀어나갔다. 3-5로 뒤지던 6회 딕슨 마차도의 솔로홈런으로 1점을 따라갔고, 7회 정훈의 1타점 우중간 2루타와 마차도의 2타점 좌전안타로 7-5로 앞서갔다.

리드를 잡은 롯데는 7회부터 필승조를 가동했다. 먼저 마운드로 올라온 박진형은 1이닝을 무실점으로 잘 막아냈다. 그러나 8회 등판한 구승민이 이현석에게 좌월 솔로홈런을 내주고 말았다. 역전패의 빌미가 이때 허용됐다.

▲ 롯데 김원중이 21일 인천 SK전에서 9회말 마운드로 올라 공을 던지고 있다. ⓒ인천, 한희재 기자
1점차로 쫓긴 롯데는 9회 마무리 김원중을 올렸다. 김원중은 직전 등판이었던 19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올 시즌 가장 많은 33구를 던지며 4-3 승리를 지켜냈다. 9회 2사 1·2루 위기까지 몰렸지만, 박해민을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내며 10세이브를 달성했다.

그러나 휴식이 하루뿐이었던 탓일까. 김원중은 이틀 전의 구위를 보여주지 못했다. 삼성전에선 직구 최고구속이 149㎞까지 나왔고, 평균구속 역시 140㎞대 중반을 기록했지만, 이날에는 대부분의 직구가 140㎞대 초반으로 머물렀다. 슬라이더와 포크볼도 이틀 전만큼 예리하지 못했다.

결국 4구째 131㎞의 높은 포크볼이 로맥에게 걸렸고, 이는 뼈아픈 끝내기 홈런이 됐다.

선발투수의 부상과 필승조의 난조. 롯데로선 되새기고 싶지 않은 하루가 그렇게 지나갔다.

스포티비뉴스=인천, 고봉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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