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외국인 선수 라울 알칸타라(왼쪽)와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는 21일 잠실 키움 히어로즈전에 각각 모자와 헬멧에 '34·45'를 적고 경기에 나섰다. 부상으로 이탈한 크리스 플렉센(34번)과 이용찬(45번)의 등번호다. ⓒ 잠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한국 야구의 아름다운 문화라고 생각했어요."

두산 베어스 외국인 선수 라울 알칸타라(28)와 크리스 플렉센(26),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32)는 끈끈한 동료애를 자랑한다. 지난해 먼저 두산 유니폼을 입은 페르난데스는 두산 새내기 알칸타라와 플렉센을 살뜰히 챙겼다. 때로는 페르난데스가 군기반장 노릇도 하며 팀 문화를 알려줬고, 출퇴근길에도 늘 함께하며 힘든 타지 생활을 버텼다. 

그런데 최근 삼총사에서 플렉센이 이탈했다. 플렉센은 지난 16일 잠실 SK 와이번스전에 선발 등판했다가 왼발에 타구를 맞아 왼쪽 족부 내측 주상골이 골절됐다. 다행히 수술은 피했지만, 골절 부위를 약 2주 동안 고정해야 하고 3주 뒤에 재검진을 받아야 정확한 복귀 시점을 가늠할 수 있다. 한 달 이상 장기 이탈이 불가피하다. 

알칸타라와 페르난데스는 작은 행동으로 큰 동료애를 보여줬다. 21일 잠실 키움 히어로즈전에 선발 등판한 알칸타라는 모자에, 페르난데스는 헬멧에 각각 플렉센의 등번호인 '34'를 적었다. 보통은 팀 차원에서 결정을 내려 투수와 야수 다 같이 모자에 등번호를 적는데, 두 선수의 모자와 헬멧에만 등번호가 적혀 있어 눈길을 끌었다. 

알칸타라는 "한국에서 야구를 하면서 동료들이 부상 선수들의 등번호를 모자 등에 적는 것을 봤는데, 아름다운 문화라고 생각했다. 부상으로 이탈한 선수를 계속 응원한다는 마음으로 등번호를 적었다. 경기장에서 함께하지 않아도 같이 한마음으로 가자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페르난데스 역시 "동료가 아프니까 빨리 회복하길 빌고 싶었다. 늘 함께 뛴다는 마음으로 등번호를 적었다"고 앞장서서 행동한 배경을 밝혔다. 

플렉센을 뜻하는 34번 아래에는 45번도 적혀 있었다. 지난달 초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로 이탈한 투수 이용찬(31)의 등번호다. 플렉센과 마찬가지로 이용찬도 두 외국인 선수가 경기장에서 함께하고 싶은 동료였다. 

알칸타라에게 이용찬은 더욱더 고마운 동료다. 알칸타라는 올해 포크볼을 장착한 효과를 톡톡히 보며 14경기에서 10승1패, 90⅓이닝, 83탈삼진, 평균자책점 2.89로 활약했다. 다승 부문 단독 선두고, 이닝은 2위, 탈삼진은 3위다. 새 무기 포크볼 장착에 가장 큰 도움을 준 사람이 이용찬이다. 

알칸타라는 "시즌 초반에는 포크볼에 자신감이 없어서 잘 안 던졌다. 이용찬과 대화를 나누면서 포크볼 그립을 배웠고, 이용찬이 알려준 대로 던지니까 확실히 잘돼서 만족하고 있다"고 밝혔다.  

두산은 성적은 물론 동료애까지 완벽한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 덕에 웃었다. 2위 두산은 키움을 6-1로 꺾고 3연승을 질주했다. 시즌 성적은 39승26패로 3위 키움과 거리는 2경기차로 벌렸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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