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PGA 구자철 회장이 스포티비뉴스와 만나 올해 초 부임 후 겪은 시행착오와 앞으로의 포부 등을 허심탄회하게 밝혔다. KPGA 회관 1층의 50주년 기념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구 회장. ⓒ성남, 한희재 기자
-KPGA 구자철 회장 특별인터뷰
-올해 1월 부임 후 다사다난한 6개월 보내
-“KPGA 산더미 과제, 추진력으로 밀고 나간다”

[스포티비뉴스=성남, 고봉준 기자]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구자철(65) 회장은 역시 거침이 없었다. 수장으로 부임한 지 이제 겨우 6개월. 아직 살필 곳도 많고, 풀어야 할 과제도 산더미이지만, 인터뷰 내내 허심탄회하게 자신의 속내와 포부를 이야기했다.

지난해 11월 만장일치 찬성표를 받고 KPGA의 새 지휘봉을 잡은 구자철 회장을 최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KPGA회관에서 만났다. 코리안 투어 개막전인 우성종합건설 아라미르CC 부산경남오픈과 군산CC 오픈 그리고 신설대회 KPGA 오픈 with 솔라고CC를 성공적으로 치른 뒤 마주한 구 회장은 “올 시즌 개막이 늦어진 가운데 다행히 세 대회를 무사히 마칠 수 있어 기뻤다. 부임 후 정신 차릴 틈도 없이 반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이제야 겨우 앞길이 보인다”며 활짝 웃었다.

외연 확장이 더디다는 평가를 받았던 KPGA는 구 회장에게 적지 않은 신임을 안겼다. 구 회장이 단독으로 선거전으로 뛰어든 가운데 KPGA 전체 대의원 200명 중 선거를 임한 139명이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 개표 전까지만 하더라도 일각의 반대가 예상됐지만, 회원들은 누구보다 강한 의지와 당찬 포부를 지닌 구 회장에게 힘을 실어줬다. 4년 임기를 부여받은 구자철 체제의 KPGA는 이렇게 닻을 올렸다.

◆“축소된 코리안 투어…선수들에게 미안한 마음뿐”

-취임 반년이 지났다. 그간의 행보를 돌이켜본다면.
“코로나19라는 악재로 여러 대회가 취소됐다. 신임 회장으로서 더 많은 대회를 유치해도 모자랐는데, 오히려 대회 숫자가 줄어들면서 아쉬움이 컸다. 선수들에게도 미안한 마음뿐이다.”

-내부 행정은 어느 정도 파악이 됐나.
“KPGA와 관련된 일은 나는 물론 관계자들이 함께 체크하고 있다. 기존 직원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다만 직접 골프계로 뛰어들고 보니 전에는 몰랐던 어려움을 느끼게 됐다. 대회 하나 유치하는 일이 참 어렵더라. 전임 회장님들의 고충이 느껴졌다.”

-실제 분위기는 어떠한가.
“코로나19라는 변수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전까지 대회 유치를 긍정적으로 검토했던 기업마저 난색을 표하고 있다. 나 역시 그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여러 CEO나 회장님들께서 ‘지금 당장 대규모 적자가 나오는 상황에서 대회를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 정말 미안하다’며 오히려 내게 위로를 건네시기도 한다. 그래도 ‘사정이 나아지면 꼭 대회를 유치하겠다’는 약속을 받을 때면 불행 중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경쟁 상대인 KLPGA 투어는 5월 개막전을 치렀다. 그러나 KPGA는 개막이 무기한 늦춰졌다. 일처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컸다.
“우리라고 일찍 개막을 하고 싶은 마음이 왜 없었겠는가. 사실 KLPGA 투어에서도 여러 스폰서들이 개막전을 치르는 부담은 지녔다고 들었다. 혹시 모를 불상사가 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자 KLPGA에서 직접 비용을 대겠다는 결단을 내리면서 개막전이 성사됐다. 우리 역시 그러한 방안을 검토했지만, 내부에서 ‘당장 무리하기보다는 사안을 멀리 내다보자. 개막이 미뤄지는 동안 우리 문제를 살피면서 하반기를 충실히 준비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나 역시 크게 동의했다.”

▲ 구자철 회장(오른쪽)이 19일 KPGA 오픈 with 솔라고CC 우승자인 이수민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KPGA
-일단 코리안 투어도 7월부터 올 시즌을 시작했다.
“선수들의 목마름이 느껴졌다. 다들 ‘잔디밭으로 돌아와 기쁘다’고 하더라. 어찌나 미안하고 고마운지. 또, 선수들이 최고의 경기력으로 대회를 풍성하게 해주면서 국내 골프팬들의 관심도 다시 되찾게 됐다.”

-현장에서 인상적으로 지켜본 장면이 있다면.
“개막전 마지막 날 챔피언조의 18번 홀 플레이로 기억한다. 문경준 프로가 김주형 프로의 기가 막힌 세컨샷을 보면서 엄지손가락을 든 장면이 있었다. 우드로 270야드를 때려 온을 시켰는데 문 프로가 진심으로 감탄하더라. 경쟁자이고 한참 후배이기도 하지만 상대를 치켜세울 줄 아는 장면을 보면서 진정한 프로 정신을 느꼈다.”

◆“불미스러운 처신 논란, 진심으로 사죄한다”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취임한 구 회장은 코리안 투어의 세계화와 규모 확대 등을 기치로 내걸고 행정 전반을 맡았다. 그러나 1월 코로나19가 국내는 물론 전 세계를 덮치면서 악재와 마주했다. 4월로 예정됐던 개막전은 무기한 미뤄졌고, 신설대회 유치는 갈수록 어려워졌다. 설상가상으로 구 회장의 처신 문제와 KPGA 채용 논란이 겹치면서 방향키가 흔들렸다. 또, 삼고초려로 선임한 최경주 부회장이 5월 돌연 사퇴하는 일도 있었다.

-개인적인 문제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KLPGA 투어 정규대회를 주최하는 스폰서들을 개인 SNS로 비난한 일이 있었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 정말로 반성하고 있다. 사실 그날 대회 유치를 위해 한 곳을 찾았다가 문전박대식으로 거절을 당한 일이 있었다. 조금은 분한 마음을 안고 술을 한 잔 했는데 해서는 안 될 행동까지 하고 말았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절대 없도록 하겠다.”

-내부 채용 문제도 불거졌다. 신임 경영진의 지인이 5월 특별 채용 형식으로 뽑혀 문제가 됐다.
“필요한 인력을 충원하는 과정에서 계약직으로 2명을 채용했다. 1년 계약직이라 능력을 보이지 못하면 정식 채용으로는 이어지지 않는 케이스다. 이 문제는 1년간 지켜봐 주셨으면 한다.”

-깜짝 발탁됐던 최경주 부회장은 5월 사퇴했다.
“최경주 부회장은 처음부터 직을 맡지 않겠다면서 여러 차례 거절했다. 국내에서 일을 보지 못하는데 그러한 직함을 갖는다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면서 고사했다. 그러나 내가 끈질기게 부탁해 부회장을 맡았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최 부회장이 ‘아무래도 지금 상황은 이치와 맞지 않는다. 차라리 훗날 기회가 되면 선수들을 대표할 수 있는 자리를 맡겠다’는 뜻을 전해왔다. 그래서 나 역시 수긍하고 부회장 직함을 내려놓게 됐다.”

▲ 구자철 회장. ⓒ성남, 한희재 기자
◆“LG家에서도 골프 사랑은 1등”

구 회장은 골프계는 물론 재계에서도 골프 애호가로 잘 알려져 있다. 예순을 훌쩍 넘긴 나이지만, 여전히 싱글의 골프 실력을 자랑한다. 라이브 베스트는 69타. 구 회장과 골프의 인연은 3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처음 클럽을 잡은 때는 언제였나.
“1984년이었다. 럭키금성상사(현 LG상사) 뉴욕지사 주재원으로 발령이 났는데 같은 회사에서 일하시던, 구자열 현 LS그룹 회장님께서 클럽 한 세트를 쥐여주시면서 연습을 해보라고 하셨다. 그때만 하더라도 국내에선 골프라는 종목 자체를 접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데 미국에선 몇 달러만 들고 가도 어디에서든 연습도 하고 필드도 밟을 수 있었다. 그래서 7번 아이언만 잡고 열심히 연습하면서 실력을 쌓았다.”

-LG家의 골프 사랑도 유명하다.
“다른 기업도 비슷하겠지만, 골프를 사랑하는 쪽과 골프와는 전혀 인연이 없는 쪽으로 나뉜다. 대표적인 애호가로는 2년 전 작고하신 고(故) 구본무 회장님과 내 바로 위 형님인 故 구자명 예스코 회장님을 꼽을 수 있다. 또, 구본준 회장님과 KLPGA 회장을 역임하셨던 구자용 E1 회장님도 정말 골프를 잘 치시고 좋아하신다. 그래도 나 역시 골프 사랑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웃음).”

-아마추어 중에서도 손꼽히는 실력이라고 들었다.
“지금도 70타대 정도는 친다. 가끔 이븐파도 기록하고. 옛날에는 장타자 소리도 많이 들었는데, 이제는 드라이버로 220m를 겨우 보낸다, 하하.”

-골프 애호가가 행정가로 나서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국내 남자 프로골퍼들이 참 어렵다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많이 들었다. 발전 방안이 없을까 거듭 고민하다가 우리 선수들에게 힘이 되고자 KPGA 회장 출마를 결심하게 됐다.”

▲ 구자철 회장(오른쪽)이 코리안 투어 개막전인 우성종합건설 아라미르CC 부산경남오픈 1라운드 출발을 앞두고 박상현과 팔꿈치 인사를 나누고 있다. ⓒKPGA
◆“혁신적인 변화 필요…내부 반발도 감수하겠다”

이러한 포부를 안고 취임한 구 회장은 남은 3년 반의 임기 동안 KPGA의 외연 확장을 위해 뛸 생각이다. 공약으로 내건 정규대회 확충과 세계 7대 투어 격상은 물론 KPGA 자생력을 키우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앞으로의 복안을 묻자 구 회장의 목소리는 이전보다 크게 높아졌다.

-일단 코리안 투어 확대가 시급한 과제다.
“내년도 정규대회를 열고 싶다는 스폰서가 2~3곳 있다. 또, 올해 내부 사정으로 개최를 취소했던 기업도 열심히 설득하고 있다. 사실 현재 코리안 투어에서 정규대회를 유치하기 위해선 메인 스폰서도 소중하지만, 경기가 진행되는 골프장을 섭외하는 일도 중요하다. 그래서 여러 관계자분들을 만나고 있다. 지난해 총 대회 숫자가 15개였는데 4년 후에는 25개를 열 수 있도록 하겠다.”

-그런데 코리안 투어의 인기가 예전 같지 않다.
“회장으로 부임한 뒤 바로 옆에서 남자 프로골퍼들의 경기를 지켜보니 정말 박진감이 넘치더라. 이 재미있는 경기를 어떻게 포장하느냐가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기존 미디어와 콜라보레이션도 중요하겠지만, KPGA 스스로의 플랜도 필요하다. 갈수록 즐길 거리가 많아지는 상황에서 코리안 투어만의 색깔을 드러내는 일이 중요하다. 얼마 전 변형 스테이블포드 방식으로 진행한 KPGA 오픈 with 솔라고CC도 그러한 맥락이라고 보면 된다. 앞으로도 다양한 형태의 정규대회와 이벤트대회를 통해 골프팬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겠다.”

-회장의 몫이 커보인다.
“우리는 더 이상 행정적인 관리만 해서는 안 된다. 더 세게 말하면, 장사꾼이 돼야 한다. 나 역시 커미셔너의 자세로 남은 임기를 지내려고 한다. 능력과 성과로 평가받는 KPGA를 만들고 싶다. 사실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을 놓고 기존 회원들이 상당한 우려를 표할 수도 있다. 왜 외부인이 와서 내부공사를 하려고 드느냐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KPGA가 변화해야 하는 시점이 바로 지금이라고 본다. 많은 비판이 뒤따르겠지만, 추진력을 갖고 나아갈 생각이다.”

-한 걸음 나아가는 KPGA를 기대해도 될까.
“지금 이 자리에서 모든 부분을 말할 수는 없다. 그래도 내부적으로 많은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내가 임기를 마칠 때에는 ‘KPGA가 과거와는 많이 다르구나’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하겠다. 자신 있다.”

스포티비뉴스=성남, 고봉준 기자

◆구자철 회장은?
▲생년월일 : 1955년 2월 14일 ▲주요 학력 : 경기고~한국외대 ▲주요 경력 : LG상사 뉴욕 및 도쿄지사 금융부장~세일산업 대표이사~한성 회장~예스코 회장~한국도시가스협회 회장~예스코홀딩스 회장

▲ 구자철 회장. ⓒ성남, 한희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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