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5일 은퇴를 선언한 한화 투수 송창식. ⓒ고유라 기자

[스포티비뉴스=대전, 고유라 기자] 한화 이글스 투수 송창식(35)은 지난 15일 뜻밖의 소식을 전했다. 바로 은퇴였다. 

송창식은 이날 구단을 통해 현역 은퇴의 뜻을 밝혔다. 2007년 말 버거씨병 발병으로 한 차례 은퇴를 선언했다가 2010년 팀에 다시 복귀했던 송창식이었지만 이번 은퇴 결정은 진짜였다. 송창식은 "팀이 준 많은 기회에 부응하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다. 휴식기 동안 가족들과 좋은 시간 보내며 향후 계획에 대해 생각해볼 것"이라고 인삿말을 남겼다.

그리고 일주일 뒤 그는 한화생명이글스파크를 찾았다. 팀이 지난주 내내 원정을 다녀 선수단과 얼굴 보고 인사할 시간을 가지지 못했던 탓에 시간을 내 구장에서 사장과 단장, 코칭스태프, 선후배들을 만나 이별의 인사를 주고 받았다. 이후 송창식은 취재진을 만나 은퇴 소회를 털어놓았다.

2004년 입단하면서부터 입었던 오렌지색 유니폼 대신 사복을 입은 송창식은 "아직 와닿지 않는다. 비시즌에 휴가 받은 느낌"이라고 은퇴 후 일주일을 보낸 소감을 밝히면서도, "관심 못 받고 그만두는 선수들도 많은데 나에게 마지막까지 관심 보여주셔서 팬들에게 감사하다는 말 꼭 하고 싶다"고 말했다.

송창식은 입단 후 지난해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묻는 질문에 언제라고 콕 집어 시기를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많은 경기에 나갔을 때다. 선수는 그라운드에서 뛸 때가 기억에 남는다"는 그의 말에서 시기를 떠올릴 수 있었다. 송창식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 연속 60경기 이상 등판했고 2015년에는 선발, 불펜을 오가며 109이닝을 던져 '혹사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그 역시 당시 논란을 잘 알고 있는 듯 "(김성근) 감독님과 하면서 육체적으로 힘든 때도 많았는데 야구하면서 재미도 있고 경기에 나가는 게 즐거웠다. 그때 아주 좋은 피칭을 한 건 아니었지만 야구장 분위기 자체가 선수들과 다같이 고생하면서 '해보자' 하는 분위기가 있어서 가장 재미있었다"고 자신의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

이어 "크게 남긴 기록은 없지만 남들이 안 된다고 할 때 나는 던질 수 있던 게 가장 뿌듯하다. 다른 사람들이 연투할 수 없다고 할 때 나는 나갔다. 아주 좋은 커리어를 만들고 떠나는 건 아니지만 남들이 안된다고 할 때 나는 할 수 있었다"며 많은 경기에 나갔던 것 자체를 야구 인생에서 가장 자부심 넘치는 순간으로 꼽았다.

2016년 4월 14일 두산전에서 구원 등판해 90개를 던지며 4⅓이닝 12실점(10자책점)을 기록했던 것에 대해서도 "1회 만루에 올라와 오재일에게 홈런 맞고 이미 경기가 넘어갔다. 나도 던지면서 힘에 버거웠는데 그래도 다음 경기도 있어서 누군가는 이닝을 끌어줘야 하니까…. 모든 선수가 그런 상황에 오면 나 같이 생각했을 것"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마지막 오재원의 삼진에 대해서는 "내가 (타자가) 칠 수 없는 공을 던진 것이 아닐까 한다"며 웃어넘겼다.

단 하나 아쉬운 건 17년 동안 한 번도 가을야구에 나가지 못했던 것. 그래서 아직 창창한 미래와 가능성이 있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송창식은 "처음부터 타고난 능력으로 야구 잘 하는 선수들은 드물다. 경기에서 실패도 해보면서 좋은 선수가 된다. 지금 당장 결과보다 과정을 생각하면서 매 경기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다"며 후배들이 멀리 보는 선수가 되기를 바랐다.

송창식은 어렸을 때부터 구단 라커룸에 붙어 있는 한화의 사훈 '신용과 의리'를 보고 야구하면서 꾀를 부리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그 때문인지 언제든 팀이 부르면 마운드에 올라 팀과 의리를 지키다가 어느새 전성기를 지나버린 송창식. 그가 이제 홀가분하게 짐을 벗고 제2의 야구 인생을 꽃길로 만들길 기대한다. 

스포티비뉴스=대전, 고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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