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주일 사이에 두 차례나 대역전패를 당한 LG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수원, 김태우 기자] 로베르토 라모스의 방망이에 맞은 타구가 수원의 좌측 담장을 넘기는 순간, 많은 이들이 LG의 승리를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kt 선수들은 1.5%의 확률을 믿고 있었고 방심 혹은 무기력했던 LG는 승리를 내줬다. 21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kt와 LG의 주중 3연전 첫 경기 요약이다.

LG가 다 잡은 경기를 놓쳤다고 해도 결코 과장된 표현이 아니었다. 숫자가 이를 증명한다. KBO 공식기록업체인 ‘스포츠투아이’의 승리확률 집계에 따르면, 7회 라모스가 홈런을 터뜨려 LG가 8-1로 앞서던 시점의 승리확률은 무려 98.5%였다. 5회 김민성의 우중간 2타점 적시타가 터졌을 때 이미 승리확률은 90%(91%)를 넘긴 상황이었다. 그런데 라모스의 홈런 뒤 1시간도 지나지 않아 이 승리확률은 0%로 향하고 있었다.

불펜 난조였다. LG는 6회까지 96개의 공을 던지며 1실점으로 선전한 선발 타일러 윌슨을 내리고 7회부터 불펜을 동원했다. 8-1, 7점차 리드를 생각하면 불펜 가동은 적절한 선택이었다. 그러나 김대현부터 시작, 최성훈 최동환 진해수 정우영까지 불펜투수 5명을 한 이닝을 쏟아내고도 8실점하며 경기가 뒤집혔다. 황재균에게 3점 홈런, 로하스에게 동점 홈런을 맞은 것에 이어 천성호에게 역전 적시타까지 허용했다.

9회 2사 후 김용의가 kt 마무리 김재윤을 상대로 극적인 동점 솔로홈런을 터뜨리며 경기를 9회말로 몰고 갔다. 그러나 여건욱이 로하스에게 끝내기 홈런을 맞고 결국은 주저앉았다. 이미 7회 8실점을 하면서 경기 분위기가 kt쪽으로 넘어갔다고 봐도 되는 경기였다. 야구는 흐름의 스포츠이고, 그 흐름을 그르친 LG는 1패 이상의 내상을 안았다.

장기 레이스에서는 잡을 수 있는 경기는 확실히 잡는 게 중요하다. 그렇게만 해도 어느 정도의 승률은 보장된다. 기초 전력이 나쁘지 않은 LG라면 더 그렇다. 그러나 6월 이후 불펜이 흔들리며 역전패가 잦다. 한때 2위까지 오르며 선두 자리까지 노렸던 LG가 계속해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결정적인 이유다. 이제는 5위를 장담하기도 어려운 판국이다. 6위 삼성과는 1경기차, 7위 kt와는 2경기차다.

흔들리는 LG 불펜은 역시 숫자로 확인된다. LG는 5월까지 불펜 평균자책점이 3.53으로 압도적인 리그 1위였다. 2위 롯데(4.93)와 차이가 어마어마했다. 그러나 그 최고의 불펜이 6월 이후로는 최악으로 돌변했다. 6월 이후 LG의 불펜 평균자책점은 7.14로 리그 최하위다. 리그 평균(5.18)을 훨씬 밑돈다.

역전패가 꼭 불펜의 잘못은 아니겠지만, 역전패 속출의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6월 이후 LG는 18승23패1무(.439)를 기록했다. 23패 중 11패가 역전패다. 해당 기간 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다. 5회까지 앞선 경기 승률은 0.647로 리그에서 가장 낮다. 7회까지 앞선 경기 승률도 0.842로 리그 9위다. 경기 막판까지 가슴을 졸여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팀이 받는 스트레스도 덩달아 커진다.

21일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비교적 근래인 16일 사직 롯데전에서도 10-4로 앞서고 있다 6회 7실점을 하며 역전 당한 끝에 10-15로 졌다. 당시에는 선발투수의 교체 타이밍, 그리고 불펜 카드의 적절성에서 논란이 일었다. 당시에도 LG의 승리확률은 6회 96.4%까지 올랐다 0%로 마무리됐다. 이렇게 지는 경기가 많아져서는 안 된다.

물론 투수교체는 결과론적인 측면이 많이 작용한다. 21일의 경우 7점차 리드에서 김대현을 내는 선택 자체가 틀렸다고 할 수는 없었다. 9-9로 맞선 9회 마무리 고우석을 아낀 선택도 마찬가지다. 막아도 10회 이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대역전패가 일주일 사이에 두 번이나 반복된 것은 코칭스태프도 꼼꼼하게 복기를 해볼 필요가 있다. 지는 것도 어떻게 지느냐가 중요하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류중일 감독이 이를 모를 리는 없을 것이다. 고우석이 마무리로 복귀한 가운데, 이제는 부상을 핑계로 댈 여지도 상당 부분 줄어들었다.

스포티비뉴스=수원,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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