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꾸준한 활약으로 리그 최고 중견수 자리에도 도전장을 내민 배정대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수원, 김태우 기자] 황재균과 멜 로하스 주니어의 홈런포가 쾅쾅 터졌다. 그러나 장타가 아닌, 다른 방면에서 승리에 기여한 선수도 있었다. 배정대(25·kt)가 주인공이었다. 

kt는 21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LG와 경기에서 10-9, 극적인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7회 공격에 들어가기 전까지 1-8로 뒤지던 경기를 결국 승리로 만들어내는 저력을 과시했다. 7회에만 8점을 낸 것이 결정적이었다. 황재균의 3점 홈런, 로하스의 동점 홈런도 있었지만 그것으로 가는 길에는 배정대의 투지가 밑바탕에 있었다. 

1-8로 맞선 7회 선두타자로 나선 배정대는 2루수 방면 땅볼을 쳤다. 배정대의 주력을 생각해도 1루에서 세이프를 장담할 수 없는 평범한 타구였다. 그러나 배정대는 타격 직후부터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전력으로 1루를 향해 뛰었고, 마지막 순간 베이스를 밟은 동작까지 간결하게 이뤄지며 결국은 세이프가 선언됐다. LG에서는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으나 간발의 차이로 배정대의 발이 먼저 1루 베이스에 닿은 것만 확인했다.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한 이 전력질주 하나가 엄청난 결과로 이어졌다. kt는 이후 연속 안타와 황재균의 3점 홈런, 그리고 로하스의 동점 홈런까지 터지며 단번에 7점 열세를 만회했다. 역전으로 가는 길도 배정대가 닦았다. 7회에만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선 배정대는 정우영을 상대로 우전안타를 터뜨렸고, 발로 2루에 갔다. 이어 천성호의 중전 적시타 때 홈을 밟았다. 배정대가 발과 집중력이 없었다면, kt의 7회 빅이닝도 없었을 공산이 컸다. 

이강철 kt 감독도 “배정대의 전력을 다한 배이스러닝과 도루가 승리의 밑거름이 됐다”고 칭찬할 정도였다. 그런 배정대에게도 큰 교훈이 될 법한 경기였다. 그는 경기 후 안타를 떠올리기보다는 “내야땅볼을 치고도 전력 질주해야 한다는 당연하고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 번 깨닫는 경기였다”고 했다. 한 번쯤 나태해질 시기에 새로운 다짐을 하는 계기가 됐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안타였던 셈이다.

시즌 초반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페이스로 치고 나간 배정대다. 하지만 일부는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성적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의구심을 보냈다. 풀타임 경력이 없는 배정대이니 감수해야 할 눈초리이기도 했다. 실제 6월 타율(.284)이 5월(.373)보다 많이 떨어지기도 했다. 여전히 좋은 성적이지만, 성적 하락의 그래프는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배정대는 보란 듯이 버틴다. 7월 17경기에서 타율 0.339를 기록하며 타격 그래프를 반등시켰다. 3개의 홈런을 쳤고, 6개의 도루까지 기록하며 체력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과시하고 있다. 애런 알테어(NC)와 유일하게 경쟁할 만한 중견수다. 바꿔 말하면 국내 선수로서는 최고 중견수라는 의미도 된다. ‘촌놈 마라톤’이 아님을 계속해서 증명하고 있는 배정대는, 아직 동력이 떨어지지 않았음을 전력질주로 보여주고 있다.

스포티비뉴스=수원,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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