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가연.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정유진 기자] "하고 싶으면 해야 하는 성격이다. 좋아하는 것은 하게 된다."

하나 잘하기도 힘든 세상에 김가연만큼 다재다능한 사람도 드물 것 같다. 그는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해서 배우로 활동 중이다. 여기에 각종 예능프로그램까지 섭렵, 종횡무진 활약했다. 예능에서는 맛깔나는 입담도 모자라, 진짜 맛깔나는 요리까지 척척 만들어 냈다. 하물며 그의 '투잡', '쓰리잡'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게임 구단주로 활약하기도 한 김가연은 이제 작가도 꿈꾼다.

이 모든 것은 '진정성'이 있어서 가능했다고. 좋아하면 어떻게든 한다는 김가연은 인터뷰에서도 진심을 다해, 자신의 이야기를 전했다. 최근 서울 상암동에서 거세게 내린 비를 뚫고 만난 김가연은 처음 보는 기자에게 장미꽃을 선사했다. 비 오는 수요일의 장미꽃이었다. 그러고 깨달았다. 김가연과 이야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왜 그가 멀티 플레이어가 됐는지. 그에게 진정성은 모든 것을 야무지게 할 수 있게 한 믿음직한 담보였다.

'황비룡', '동방불패' 등 무협영화를 통해 배우의 꿈을 키웠다는 김가연은 사실 1994년 MBC 5기 공채 개그맨 출신이다. 뜻밖의 이력에서 김가연의 엉뚱하면서도 배우가 되기 위한 남다른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공채 개그맨 지원 사연은 이랬다.

"이연걸 나오는 무협영화 보면서 배우라는 꿈을 꿨다. 배우가 정말 되고 싶어서, MBC 공채 탤런트에 지원했다. 그런데 마지막 카메라 테스트만 남겨둔 상황에서, 당시 미스해태 출신인 제가 해태제과 광고 재촬영이 잡혔다. 카메라 테스트 날과 광고 촬영 날이 겹쳐 버린 것이다. 어쩌겠나. 광고를 촬영하러 갔다. 그런데 MBC에서 공채 개그맨도 모집한다고 하더라. 같은 회사니까, 부서 이동처럼 생각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순진했다. 그래도 어떻게 된 것도 신기하다(웃음)."

▲ 김가연. ⓒ한희재 기자

뭐하나 허투루 하는 것이 없는 김가연은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했지만, 배우로 전향해 '못된 사랑', '왕꽃 선녀님', '장희빈', '게임의 여왕', '파리의 연인','살맛납니다' 등 드라마에 출연했다. 2011년 프로게이머 출신 임요환과 혼인신고한 그는 이후 예능에서 활약이 더 두드려졌다. 각종 인기 예능 게스트는 물론, '풍문으로 들었쇼', '웰컴 투 돈월드', '사돈끼리', '가족의 품격-풀하우스', '둥지탈출2' 등에서 현란한 입담을 과시했다. 이미지소모를 우려할 수 있는 여배우지만, 그는 최선을 다했다.

"처음에는 몸 사려야 하나 생각이 들긴 했다. 근데 예능도 참 치열한 곳이더라. 이미지나 캐릭터를 잡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하는 곳이다. 드라마는 그 역할이 잡히면 쭉 가면 되는데, 예능은 스스로 자리를 잡아야 한다. 전투적으로 하게 되더라. 물론, 제일 편한 것은 스튜디오에 앉아서 하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저는 몸으로 표현하는 것이 더 재밌고, 맞는 것 같더라. 순간순간이 재밌었다."

둘째 출산으로 몇 년간은 예능에 집중했다는 그는 최근 드라마에 복귀했다. 7년 만의 연기 활동 재개였다. 김가연은 현재 방영 중인 KBS1 새 일일극 ‘기막힌 유산’에서 김가연은 100억 자산을 지닌 팔순 노인 부영배(박인환)의 둘째 며느리이자 부금강(남성진)의 아내 신애리 역할로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7년 만에 드라마 촬영장을 가니, 처음에는 무섭더라. 예능과 똑같은 카메라인데 다른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촬영 2주가 지나니 다시 연기하는 것이 익숙해지더라. 이제는 이렇게 연기하는 자체가 정말 즐겁다. 특히 주5회 방송되는 일일극 스케줄마저도 즐겁다. 가족극이니 에피소드가 돌아가면서 진행된다. 그래서 분량과 촬영이 늘 많지는 않다. 계속 즐기고 있다."

▲ 김가연. ⓒ한희재 기자

워낙 동안인 탓일까. 김가연의 시계는 7년 전에 멈춘 것 같다는 평가가 짙다. 7년이라는 긴 공백에도, 연기력은 여전히 녹슬지 않은 것이다. 하나를 해도 야무지게 소화하는 김가연은 본업에서 더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사실 그는 공백기동안, '악플계의 잔다르크'로 활약한 바 있다. 김가연은 자신과 가족들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 댓글을 단 악플러들을 모두 사이버 모욕죄로 고소했다.

"악플러들은 그게 범죄인지 인지 못하더라. 여전히 악플다는 행위가 상당한데, 인식이 부족한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악플러가 불쌍하긴 하다. 최근에 저에게 오는 악플은 사실 많이 줄었다. 그냥 허허하는 정도는 넘어간다. 멘탈이 많이 강해지기도 했다. 악플로 스트레스 해소하는 것이 참 짠하다."

의외인 곳에서도 빈틈없이 일을 처리하는 김가연은 최근에는 수제 마스크로 화제를 모았다. 이미 요리 실력으로 '금손'을 인정받은 그가 마스크도 직접 만들어 주목받은 것. 재봉틀 없이 한 땀 한 땀 손바느질한다는 그는 원단도 직접 고른다고 한다.

"분명히 곧 더워질 건데, 마스크를 어떻게 쓸까 하고 머리를 굴렸다. KF94 원단을 구하기도 힘들었고. 그러다 발견한 것이 마 원단이었다. 또 인견 원사가 얇고 밀도가 굉장히 높다. 겉에는 보기 이쁘라고 모시를, 가운데는 밀도가 높은 원사, 입이 닿는 쪽은 마를 덧대, 세 겹으로 마스크를 만들었다. 남편도 대회장에서 하루종일 마스크를 쓰고 있으면, 귀가 아프다더라. 그래서 끈 조절이 가능하게 했다. 또 아이들 비염이 심하다 보니, 잘 때 끼는 마스크는 한 겹으로 만들어서 바람을 막고 적당한 온기를 더하게 했다. 그렇게 시어머니, 시아버지, 친정어머니, 동생네 등 만들다 보니 마스크 지옥에 빠지게 됐다. 다들 판매하라고 하는데, 그건 또 귀찮아서 못하겠다(웃음)."

▲ 김가연. ⓒ한희재 기자

좋아하는 일이라면 '찐'으로 대한다는 김가연은 또 도전해보고 싶은 분야로는 작가란다. 작가도 웹툰이든, 시나리오든 다 좋다며, 그림 그리는 것도 자신 있다고 했다. 실제로 2008년에 자다가 번뜩 생각나서 쓴 타임슬립물은 저작권 등록까지 마쳤다고. 좋아하는 것을 이야기할 때 반짝이는 그의 눈빛을 보자 하니, 작가의 꿈도 머지않아 이룰 것만 같았다. 김가연은 구상해온 스토리들을 들려줬는데, 해당 이야기는 그가 작가가 된 이후 세상에 알려지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인터뷰에서는 생략하기로 했다. 

"작가에 도전하고 싶다. 웹툰도 좋고 시나리오도 좋다. 늘 다양한 소재를 생각하고 있다. '로맨틱 코미디' 스타일보다는 액션이 들어간 역사물 위주다. 미스터리도 좀 들어가고. 하고 싶은 것은 다 하려고 한다. 좋아하는 것에 움직이는 스타일이다(웃음)."

스포티비뉴스=정유진 기자 u_z@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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