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이정식.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배우 이정식(25)이 어느날 갑자기 화제가 된 건 꼬박꼬박 게재한 인증샷들 때문이었다. 연기자로 데뷔한 지 어느덧 5년이 된 이 신인배우는 팬들이 생일선물로 선사한 지하철역 전광판 광고가 너무 감격스러워 매일매일 찾아 사진을 찍었다. 그 일이 화제가 되면서 팬은 물론 그가 초면인 네티즌까지 그만 흐뭇해져버린 거다.

기분좋은 해프닝의 주인공, 이정식이 궁금해 직접 만났다. 큰 보폭으로 성큼성큼 걸어들어온 그는 사진보다 더 뽀얀 얼굴이었는데, 울림이 독특한 낮은 목소리가 또 인상적이었다. 매일매일 정성스레 올렸던 인증샷들처럼 그 역시 깍듯하고 또 반듯했다. 

▲ 배우 이정식. ⓒ한희재 기자
이름 이정식, 1995년 7월 16일생. 삼형제 중 둘째인 그가 고3시절 실용음악과 입시에 나선 친구를 따라 모델학과를 지망했다가 덜컥 합격하면서 모든 게 시작됐다. 하고 싶은 게 없다던 아들이 의지를 보이자 부모님도 응원하셨단다. 수업을 받으며 구부정하던 자세를 교정하고 나니 184cm였던 키가 어느덧 187cm가 됐고, 이정식은 먼저 모델로 커리어를 쌓았다. 2016년 블루미의 뮤직비디오에 처음 출연한 뒤 현재 소속사인 나무엑터스와 인연을 맺었고, 군복무를 마친 뒤 신인배우로서 본격적으로 걸음을 내디뎌 지금에 왔단다.

"내 모습을 온전하게 꺼내기가 힘든데, 카메라 앞에서 느끼는 대로 표출했을 때 저를 인정해주고 인정해주시는 게 좋더라고요. 다양한 나를 보여줄 수 있는 모델 활동도 좋았지만, 정지된 사진이 아니라 TV 영상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어떻게 하면 저렇게 할 수 있을까. 보여드릴 수 있을까. 첫 작품이 SBS '농부사관학교'였는데 회승이란 친구를 연기했어요."

회승은 매력 넘치는 교내 인기남이지만, 동성애자라는 자신의 성 정체성을 확신하지 못하다 결국 시즌2에 이르러서야 커밍아웃을 하는 캐릭터였다. "얘는 왜 이럴까,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고민했는데 그 또한 내 또래와 다를 것이 없더라"는 게 이정식의 설명. '농부사관학교' 시즌1,2가 "스스로도 색안경을 벗는 계기"였다면 웹드라마 '눈 떠보니 세명의 남자친구'는 이정식의 골든 리트리버 같은 '대형견 댕댕미'를 알린 계기였다. '팬님'들도 생기기 시작했다.

▲ 출처|이정식 SNS
그의 생일광고 인증사건도 그렇게 생긴 팬들의 선물로 비롯됐다. '팬이 있다는 자체가 실감이 났다'며 버릇처럼 팬들을 '팬님'이라 지칭하던 이정식은 날짜까지 하나하나 박아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팬님'들이 제 생일 한 달 전부터 준비하셨대요. 6월15일부터 7월14일까지 광고가 걸렸는데 그걸 6월10일에 인스타그램 태그로 알았어요. '이게 진짜 나인가' 오만 생각이 들더라고요. 건대입구 역인데, 제가 예전에 살던 근처라 일부러 거기에 해주신 거예요. 첫 날 가 봤죠. 그러고도 꾸준히 갔어요. 포스트잇도 남기고, 혹시 '팬님' 만나면 어떻게든 보답하려고 젤리도 가지고 다녔어요. 이게 회자가 되니까 '팬님'이 와계시기도 하더라고요. 덕분에 만나 이야기도 나눴어요. 기분좋으면서도 긴장되고, 부담도 되고. 좋아서 갔었는데 기다리시는 분도 계시고, 선물이랑 꽃을 놓고 가시는 분들도 있었는데 또 빨리 가져와야 되니까…. 한 달 중에 25일 정도는 간 것 같아요. 7월6일 이후엔 매일 갔어요. 마지막날까지."

신인배우의 일과란 연기를 연습하고 운동을 하고 오디션을 준비하는 일의 반복. 이정식 역시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올 수 없음을 알기에 결과보다 과정에 재미를 찾아가는 중이었다. 그러던 와중에 전광판에 실어 보내준 팬들의 애정표현이 더 크고 감사하게 다가왔단다.

"하루에 두 번씩도 갔어요. 기분도 '업'되고 힘이 돼서요. 인증샷 찍고 30분씩 지켜본 때도 있어요. 그게 동기부여가 되더라고요. 열심히 하고 잘 돼서 보답해야되겠다는 다짐이 되고. 사실 믿기지 않았죠. 큰 작품에 들어간 것도 아니고 이런 사랑을 받는 게 과분하고 부담도 되고 긴장도 됐어요. 그렇다고 소심하고 작아지면 팬님들에게 미안하니까. 배우로서 좋아해주시는데 좋은 모습으로 좋은 작품을 찾아가는 게 맞겠다 해요. 확신을 갖고 더 열심히 하는 계기가 됐어요."

▲ 배우 이정식. ⓒ한희재 기자
계획을 세우고 하나하나 이행해가는 걸 좋아하며, 하루를 보람차게 보내야 잠이 잘 온다는 이정식은 MBTI 검사 결과 영락없는 ENTJ형. 동방신기 유노윤호와 같은 유형이다. 요즘엔 계획을 벗어나 살아보는 연습도 해보며 지낸다.

이런 이정식이 본받고 싶은 선배 배우로 꼽은 두 사람은 유아인과 조정석. 삶의 본질을 질문하면서 자신만의 연기를 해 내는 유아인을 보며 '나는 이런 생각을 해 봤나' 고민하게 된다면, 생각지도 못한 해석과 표현으로 대본의 맛을 살리는 조정석을 보며 유연성에 감탄하게 된단다.

"지금은 오늘 하루을 잘 보내는 것이 목표"라며 "거창한 미래 계획은 없어도 꿈은 있다"는 배우 이정식의 꿈은 '보는 이를 위로하는 배우'다. 그는 "이정식이라는 사람을 보고 위로받으실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이라며 "딱딱하게 반복되는 일상에서 연기로 시청자를 위로할 수 있다면 최고인 것 같다"고 털어놨다. 그리고 소중한 '팬님'들을 향해서 각오를 다졌다.

"항상 응원해 주시고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확신을 갖고 기다려지시는 만큼 더 열심히 하고 지치지 않을게요. 초심 잃지 않겠습니다. 더 열심히 정진해서 좋은 모습, 좋은 작품으로 찾아뵙고 싶습니다."

▲ 배우 이정식.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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