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훈. 제공ㅣ씨엘엔컴퍼니
[스포티비뉴스=강효진 기자] 누구나 경험할 수 없는 특별한 서사를 가진 인물을 시청자가 공감할 수 있도록 설득력있게 전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빈틈없는 대본과 세심한 연출력도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이 인물을 연기하는 배우의 역할이 크다.

김태훈은 지난 21일 종영한 tvN 드라마 '(아는 건 별로 없지만)가족입니다'(이하 가족입니다)에서 게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결혼해 평범한 삶을 원하던 아내 은주(추자현)와 갈등을 빚는 보수적인 의사 집안의 장남 윤태형을 연기했다. 표현이 쉽지 않은 캐릭터였지만, 김태훈은 베테랑다운 섬세하고 안정적인 연기로 배역을 소화했다. 덕분에 짧지만 신마다 인상적인 여운을 남기며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더불어 '가족입니다'는 마지막회에서 5.4%(닐슨코리아 기준)의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성황리에 끝을 맺었다. 각 방송사의 수목드라마가 시청률 2%대를 기록하는 가운데 거둔 자축할만한 성과다. 시청자들 사이에서 '훈훈'하고 따뜻한 가족드라마로 입소문을 탄 덕분이다.

24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씨엘엔컴퍼니 사옥에서 스포티비뉴스와 만난 김태훈은 "많은 분들이 공감해주시고 즐겁게 봐주신 거 같아서 너무 감사한 마음이다. 시청률이 중요하진 않지만 그래도 중요하지 않나. 보시는 분들이 따뜻한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행복하고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 김태훈. 제공ㅣ씨엘엔컴퍼니

김태훈이 연기한 윤태형은 극 중 성소수자지만 그 사실을 숨기고 인간적인 호감을 느끼는 상대인 은주와의 도피성 결혼을 선택한다. 결국 이 사실이 밝혀지고 자신을 진짜로 사랑하게 된 은주와 감정의 극단을 오가며 갈등을 빚게 된다. 도덕적으로 지탄받을 수 있는 선택을 하는 인물이기에 연기하는 입장에서 김태훈 역시 고민이 깊었다.

김태훈은 "(시청자 입장에서)당황하실 수도, 분노하실 수도 있고 이 사람의 마음을 이해해주실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결혼이라는 약속에 있어서 잘한 행동은 아니었지만, 그럴 수 밖에 없는 삶이라는 걸 느끼실 수 있었으면 했다. 실제로 그런 비난을 받을 상황이어도 그 사람의 이유를 듣고 보면 '잘못됐다'는 생각에도 안타까운 마음이 들 수 있다. 그런 것들을 표현하는 게 제가 해야될 역할이라고 봤다"며 "저 역시도 그 역할을 해야하기 때문에 머리로 고민하지만 실제로는 살아보지 못해 '힘든 삶이겠구나' 싶어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 감히 어떻게 마음으로 이해를 했다고는 못하겠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극 중 태형은 결국 아내 은주와 이혼을 하게 되지만, 이후 은주는 태형을 이해하고 두 사람은 서로의 행복을 빌어주게 된다. 김태훈은 이같은 선택에 대해 "실제로는 제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라며 "드라마로 봤을 땐 제가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거 같다. 이건 은주의 선택이다. 은주가 친구로 지내고 싶다면 기꺼이 받아들이고, 은주가 거부한다면 기다리거나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아닌가 싶다. 은주가 잘 회복되고 건강하길 바라는 마음이었던 거 같다"고 말했다.

김태훈은 아내 역할로 함께 호흡을 맞춘 추자현에게도 "상대 배우가 그렇게 해주지 않았다면 잘 안됐을 거 같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어 "추자현은 정말 열심히 고민하고 그런 마음을 나누는 것에 대해 열려있다. 고민의 지점이나 방향성, 공감되는 지점도 서로 솔직하게 나눴다. 그것만으로도 정말 좋았다. 제가 힘들어하는 지점은 물론 모든 것들을 열린 마음으로 같이 호흡해주는 배우였던 거 같다"고 거듭 감사를 전했다.

▲ 김태훈. 제공ㅣ씨엘엔컴퍼니

꾸준히 작품활동을 하는 김태훈은 곧바로 차기작으로 드라마 '나빌레라'를 준비 중이다. 그는 '다작'에 대해 "매일 출근하시는 분들에 비하면 많이 쉬는 것 아니냐"고 웃음을 터트리면서도 "채워지지 않는 갈증이 있어서인거 같다. 만족이 안되기 때문에 끊임없이 다작을 한다. 욕심을 내려놔야 하는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게 채워질 수 없다는 걸 깨달은 거 같아서 너무 괴롭다. 잘한다는 평가를 받으면 더 괴로운 일이다. 그래서 꿋꿋이 해나가고 잘 다스리면서 즐거움을 찾아야 하는데 '과연 뭘까' 싶다. 그래서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걸 깨닫는다"고 자신의 고민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끝으로 김태훈은 "최근 1~2년 사이가 즐거움이 많이 떨어진 시기다. 그럼에도 새로운 출발이 기다리고 있어서, 그걸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 그런 것들이 전달이 됐을 때 기분좋은 만족감이 있다"고 덧붙이며 앞으로의 활동에 기대감을 더했다.

스포티비뉴스=강효진 기자 bestest@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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