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2 한일월드컵 미국전에서 상대와 볼을 경합하다 눈썹 위가 찢어지는 부상을 당해 붕대를 감고 뛰었던 황선홍. 원톱의 외로움을 증명하는 상처였다. 동시에 한국 축구의 투혼도 압축하는 출혈이었다.
▲ 2002 한일월드컵 미국전에서 상대와 볼을 경합하다 눈썹 위가 찢어지는 부상을 당해 붕대를 감고 뛰었던 황선홍. 원톱의 외로움을 증명하는 상처였다. 동시에 한국 축구의 투혼도 압축하는 출혈이었다.

<②편에서 계속…>

[스포티비뉴스=대전, 유현태 기자 이성필 기자] "저는요 옆에서 흔들어주는 선수가 필요해요. (손)흥민이 같은 선수가 필요하는 말이죠."

'황새' 황선홍(52) 대전 하나시티즌 감독에게는 자랑스러울 기록이 있다. 바로 A매치 103경기에서 50골을 기록해 통산 득점 2위에 올라 있다. '차붐' 차범근(67) 전 수원 삼성 감독(136경기 58골)만이 황 감독보다 많은 득점을 기록 중이다.

적어도 한국에서 공격수에 관한 질문에 황 감독보다 더 잘 대답할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다. 숱하게 들어봤을 질문이지만, 그에게 공격수란 어떤 능력을 갖춰야 하는지 또 한국 대표팀의 공격수에 대해 물었다.

◆ 원톱의 참을 수 없는 '외로움'

황 감독의 축구 인생 중요 시점을 늘 관통했던 월드컵에서는 원톱이 익숙했다. 아무래도 전력이 떨어지는 한국의 상황을 고려하면 수비와 중원의 숫자를 늘려야 했다. 공격수는 귀중한 기회를 살려 골을 넣어야 했다. 골 결정력이 좋아 원톱으로 활약했지만, 동시에 골로 평가받는 스트라이커라는 점을 고려하면 그리 반길 일은 아니었다.

"계속 월드컵에 나갈 때마다 원톱으로 뛰었어요. 원톱은 정말 외롭거든요. 할 일이 정말 많아요. 우리는 항상 약자이다 보니까 수비 가담도 많이 해야 했어요. 할 일이 많아서 골에 집중하기는 어려웠거든요."

황 감독 역시 월드컵 명단에 4차례나 들었고, 그 가운데 3개 대회(1990 이탈리아, 1994 미국, 2002 한일월드컵)에 나섰지만 득점은 단 2골이 전부였다. 기록한 득점의 중요성과 별개로 그 숫자가 많다고 볼 수 없다. '태극전사'로 뛰는 원톱을 '외로운 존재'라고 평가해도 어색하지 않은 이유다.

"다시 말하지만, 원톱은 외로워요. 미드필더 숫자의 도움을 많이 받고 싶으니까. 당시 현실을 보면 공격수가 골을 넣는 경우가 많지 않았어요. 오히려 미드필더나 수비수가 골을 넣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원톱은) 약간의 미끼였던 셈이죠."

지도자에 입문해 감독이라는 직책으로 12년을 넘게 살아온 황 감독은 그래도 원톱의 외로움이 예전보다 조금 덜 한 것 같다고 평가한다. 조직적인 움직임으로 원톱의 고립을 해결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지금은 조직적으로 측면이나 미드필더의 도움을 받을 수 있어요. 그래도 어찌 됐든 외로운 것은 사실이거든요. 주변을 이용하기 어렵고 홀로 싸우는 느낌이 강하다고나 할까요. 지금처럼 플렛4 수비를 세우고 수비형 미드필더까지 세우면 삼각형 안에 갇혀 있잖아요. 답답해요."

▲ 원톱은 순간적인 재치도 있어야 한다. 2편에서 소개했던 황선홍 감독의 2002 한일월드컵 16강 이탈리아전 연장 전반 11분 프리킥, 수비벽 아래로 깔아차는 지능을 보여줬다. 잔루이지 부폰의 선방이 없었다면 결승골이 될 수 있었다.

◆ 가장 잘 맞았던 파트너는 '포항 투톱 시절' 라데

그 때문일까. 황 감독은 가장 잘 어울렸던 파트너를 꼽아달라는 말에 라데를 꼽았다. 당시 포항 스틸러스가 포항 아톰즈로 불리던 시절 함께 최전방을 지켰다. 라데는 5시즌을 뛰면서 147경기에 출전해 55골 35도움을 기록했다. 특히 1994년에는 33경기에 출전해 22골을 기록하며 엄청난 득점력을 자랑했다.

둘은 함께 뛰며 잘 섞였다. 황 감독은 1995년 26경기에서 11골 6도움, 라데는 같은해 8골 6도움을 기록했다. 1996년에도 찰떡궁합을 자랑했고 황 감독은 13골을 5도움, 라데는 13골 16도움을 기록했다. 득점을 직접 마무리하는 데도 능했지만, 도움까지 많이 기록하며 시너지를 냈다.

라데는 이후 스페인 라리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독일 분데스리가 베르더 브레멘, 빌레펠트까지 진출하면서 그 실력을 입증했다. 늘 외로웠던 국가대표 원톱 옆에, 집중 견제를 나눠줄 수 있는 공격수의 존재는 꽤나 반가웠던 것 같다.

"대표팀에서는 투톱을 본 적이 없어요. 그래서 (영혼의 포지션 파트너는) 라데인 것 같아요. 대표팀에서는 거의 원톱이었거든요. 포항에 있을 때 라데랑 투톱을 서 봤는데, 가장 잘 맞고 도움이 되고 상대에게 위협을 가했어요."

▲ 황선홍 감독이 같이 뛰고 싶은 손흥민(오른쪽)과 후계자로 꼽은 황의조 ⓒ곽혜미 기자

◆ 후계자로 꼽을 공격수는 '황의조'

많은 감독이 한국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았지만 '원톱'은 여전히 한국이 택할 수 있는 중요한 전술적 카드 중 하나다. 한국의 A매치 역대 득점 2위, 역대 최고의 원톱으로 꼽히는 황 감독의 '원톱 계보'를 잇는 후계자는 누구일까.

황 감독은 원톱의 조건으로 '골을 넣을 수 있다'는 기대감을 주는 것을 꼽았다. 1998 프랑스월드컵에서 혜성처럼 등장했던 이동국(41, 전북 현대), 그리고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기점으로 성장해 프랑스 리그앙까지 진출한 황의조(28, 지롱댕 보르도)를 꼽았다.

"(황)의조가 (공격수 계보를) 잇고 있는 것 아닌가요. 가장 주목 받고 있고요. 전형적인 타깃형은 아니지만 결정을 해주니까요. 사실 이제 타깃형 공격수는 없다고 봐야죠. 그래도 원톱은 기대감이 있어야 해요. 기회가 오면 넣는다는 기대감 말이죠. 황의조가 가장 탁월한 것 같아요. 그전에는 이동국을 많이 응원했는데 나이가 너무 많지 않나요.(웃음)"

황 감독은 30대 중반에 공격수로서 '환갑을 지났다'라는 평가를 받으며 2002 한일월드컵에 나섰다. 특히 불혹의 나이에도 경기장을 누비는 이동국에 대해서는 특별한 애정을 감추지 않았다. 이동국의 활약이 곧 후배들에게 귀감이 될 수 있어 그렇다.

"저는 할 수 있을 때까지 오래 하라고 해요. 그런 게 후배들에게는 도움이 돠거든요. 제가 35살에 은퇴했는데 (당시 기준으로는) 엄청난 노장이었어요. 노장 취급을 했고, 노장이라고 생각했어요. 40살까지 하는 것은 상상하지 못했거든요. 지금은 의학도 좋아지고 훈련장, 경기장 모두 좋아졌어요. 그걸 (이)동국이가 잘하고 있는 거에요. 후배들이 배워서 공격수들이 오래 할 수 있는 환경이면 좋겠어요."

▲ 20대 중반의 황선홍 감독(왼쪽)과 손흥민

◆ 함께 뛰었다면 좋았을 포지션 파트너는 '손흥민'

한국 최고의 공격수로 군림했던 황 감독이 함께 뛰었다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현역 선수가 있을까. 스포츠에서 가정이란 의미가 없다지만, 흥미로울 수 있는 질문을 던졌다.

"너무 광범위한데요. 저에게는 볼을 넣어줄 사람이 필요해요. 저는 돌파하고 이런 스타일은 아거든요."

질문을 절묘하게 피해가기에 아예 범위를 좁혀 물었다. "왼쪽에 박지성(39), 오른쪽에 손흥민(28, 토트넘 홋스퍼)이면 어떻겠냐"라고. 황 감독의 대답은 "제가 실력이 되겠어요?"라면서도 뛰어난 선수가 있다면, 마무리에 특화된 자신의 장점을 더 잘 살릴 수 있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섞어 답했다. 아울러 자신이 4번의 월드컵에서 좌절 끝에 손에 넣을 수 있었던 영광의 순간도 뛰어 넘어 주기를 바란다는 마음도 내비쳤다.

"(손)흥민이도 정말 좋은 선수에요. 타고난 선수 같아요. 같이 한번 해봤으면 좋은 시너지가 나지 않았을까 싶어요. 저는 옆에서 흔들어주는 선수가 필요해요. 흥민이 같은 선수가 필요하죠. 골 넣는 것은 자신 있으니까요. 돌파할 때 좋은 위치에 가 있으면 공을 넣어주지 않을까요. 좋은 선수들은 한없이 많아요. 후배들이 열심히 해서 2002년의 업적을 뛰어넘어주길 바라구요."

황 감독은 다시 어려운 길을 걷고 있다. 그렇지만, 자신의 과거를 역사속으로 보내는 기적 이상의 일들이 일어나기를 기대하며 미래를 기약했다. 

<끝>

스포티비뉴스=대전, 유현태 기자 이성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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