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론토 데뷔전에서 아쉬움을 남긴 류현진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승리투수 요건까지 아웃카운트가 하나 남은 상황이었지만, 찰리 몬토요 토론토 감독은 류현진(33·토론토)의 공을 건네받았다. 에이스가 등판한 경기에서 일반적인 상황은 아니었으나 그럴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었다.

류현진은 25일(한국시간) 미 플로리다주 세인트피터스버그 트로피카나 필드에서 열린 탬파베이와 시즌 개막전에 선발 등판했으나 아쉽게 승리투수가 되지 못했다. 팀이 6-3으로 앞선 상황에서 강판됐다. 4⅔이닝 동안 4피안타(1피홈런) 4탈삼진 3실점을 기록했다. 4사구를 4개 내준 것이 뼈아팠다.

토론토의 초반 기세가 좋았다. 4회 무사 만루에서 3점을 뽑은 것에 이어 5회에는 비지오의 3점 홈런이 터지며 6-1까지 앞섰다. 류현진도 4회 1실점하기는 했지만, 경기 내용이 아주 나쁜 것은 아니었다. 5회에도 첫 두 타자를 잡아내며 토론토 데뷔전 승리투수 요건까지 아웃카운트 딱 한 개를 남겼다.

하지만 그 뒤가 문제였다. 점차 구위가 떨어지고 있었던 류현진은 자신이 강했던 렌프로에게 볼넷을 허용했다. 투구 수는 이제 90개에 이르고 있었다. 첫 경기인 만큼 토론토는 이날 류현진의 투구 수를 제한할 예정이었는데, 그 기준에 다가서고 있었던 것이다. 여기서 류현진은 쓰쓰고와 풀카운트 승부에서 좌중월 2점 홈런을 허용했다.

이어 마르티네스에게도 2루타를 맞고 이닝을 끝내지 못했다. 투구 수는 97개였다. 아직 3점 리드가 있어 이런 상황에서는 보통 승리투수 요건을 챙겨주기 위해 교체를 하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게다가 류현진은 팀의 에이스라는 상징이 있었다. 그러나 투구 수가 많아지고 구위 저하 기미가 뚜렷하자 토론토 벤치는 움직였다. 몬토요 감독이 직접 마운드에 올라 류현진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공을 받았다. 교체였다.

아웃카운트 하나만 더 잡으면 승리투수 요건을 챙길 수 있었다. 그러나 토론토는 이전에 세운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류현진의 투구 수가 100개를 넘기는 것을 원하지 않았던 것이다. 게다가 여기서 1~2점을 더 주면 자칫 경기를 그르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60경기 단축시즌 체제에서 1경기의 가치는 162경기 체제의 2.5배에 이른다. 확실하게 잡고 갈 필요가 있었고 불펜도 전원 충전된 상태로 기다리고 있었다.

류현진은 승리투수가 되지 못했지만, 이 선택은 결과적으로 옳았다. 토론토 불펜은 남은 이닝을 비교적 잘 정리했다. 추가 득점이 없었으나 팀은 6-4로 이겼다. 이날 경기는 류현진이 90개 이하의 투구 수로 5이닝 이상을 버텨야 할 필요가 있었다. 이 기대치를 채우지 못한 류현진은 경기의 주인공이 되기는 조금 부족했다. 제구 문제가 있었다는 점에서 다음 경기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도 관심이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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