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LB 데뷔전에서 세이브를 기록하는 흔치 않은 경력을 새긴 김광현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당당했던 에이스의 얼굴과는 분명 뭔가 기운이 달랐다. 메이저리그(MLB) 데뷔전을 맞이하는 김광현(32·세인트루이스)의 얼굴은 상기되어 있었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베테랑이라 해도 그럴 만한 상황이었다. 꿈에 그리던 MLB에서의 첫 경기인데, 여건은 충분히 긴장이 될 만했기 때문이다. 김광현은 25일 홈구장인 부시스타디움에서 열린 피츠버그와 경기에 5-2로 앞선 9회 마무리로 등판했다. 3점 리드가 있기는 했지만, 낯선 환경과 보직 탓에 마운드에 오르는 김광현도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김광현은 마무리 루틴이 정비되어 있는 선수라고 보기는 어렵다.

게다가 시작부터 3루수 에드먼의 실책이 나왔고, 모란에게는 주무기인 슬라이더가 몰려 2루타를 허용했다. 더 큰 장타를 허용하지 않은 게 차라리 다행인 코스였다. 이어 오수나에게 2타점 적시타를 맞고 1점차까지 쫓겼다. 하지만 팀의 신뢰는 굳건했고, 김광현도 추가 실점 없이 이닝을 정리하며 세이브를 챙겼다.

이날 김광현의 마무리 등판은 갑작스러운 상황에서 생긴 돌발 등판이 아닌, 구단의 계획에 따른 것이었다. 김광현을 마무리로 낙점하고 상황대로 마운드에 올린 것이다. 김광현을 일반적인 관점에서의 루키로 보기는 어렵지만, MLB 첫 경기부터 세이브 상황에 올라간 것은 분명 사례를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KBO리그와 마찬가지로 MLB 또한 아무리 특급 유망주라고 하더라도 데뷔전은 편한 상황에서 하는 게 일반적이다.

실제 MLB 첫 등판을 세이브 상황에서 등판해 세이브를 챙긴 세인트루이스의 마지막 선수는 15년 전인 2005년 브래드 톰슨이었다. 이후 15년간 이런 긴박한 상황에 처한 세인트루이 선수는 없었다. 한국인 선수도 김광현까지 총 6명의 선수(김병현·오승환·박찬호·류현진·봉중근·김광현)가 세이브를 경험했으나 데뷔전에서 세이브를 기록한 선수는 1999년 김병현이 유일했다.

1이닝 2실점(1자책점)의 성적은 만족스럽지 않으나 어쨌든 뒤집어지지 않고 팀 승리를 지켰다. 김광현으로서는 한결 긴장이 풀릴 계기가 될 수 있다. 다음 경기부터 더 좋은 경기력을 기대해도 좋을 이유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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