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포수 정상호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호세(페르난데스)가 자꾸 할아버지래요(웃음)."

두산 베어스 베테랑 포수 정상호(38)가 하소연 아닌 하소연을 했다. 정상호는 현재 1군에 등록된 두산 선수 가운데 맏형이고, 고영민(36) 주루 코치보다도 2살이 많다.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32)가 '할아버지'라고 놀리는 이유다. 정상호는 "나보다 나이 많은 형도 뛰고 있는데, 이미지가 그렇게 돼버렸다"고 말하며 웃었다.

정상호는 지난 시즌을 마치고 LG 트윈스에서 방출됐다가 두산과 연봉 7000만 원 계약을 맺고 선수 생활을 연장했다. 두산은 베테랑 포수의 경험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2007년과 2008년 SK 와이번스 우승에 기여한 정상호를 데려왔다. 

정상호는 "지금까지 선수 생활을 할 수 있는 것 자체가 덤이라고 생각한다. 그라운드에 나가는 것 자체가 좋다. 늘 팀이 이기는 방향만 생각한다"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두산 젊은 투수와 포수들에게 정상호는 단순히 나이 많은 선수가 아닌, 따뜻하고 푸근한 선배이자 형이다. 정상호는 주전 포수 박세혁이 조언을 구하면 언제든 도와주고, 젊은 투수들은 마운드 위에서 자신 있게 자기 공을 던질 수 있도록 이끌고 있다. 박세혁이 무릎 부상으로 이탈한 지금은 장승현과 함께 빈 안방을 살뜰히 채운다. 

25일 잠실 LG전에서는 공수에서 맹활약하며 7-3 승리를 이끌었다. 9번 타자 포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2안타 1타점으로 활약했고, 최원준의 5이닝 1실점 투구를 이끌며 5선발로 입지를 굳힐 수 있도록 도왔다. 

정상호는 "(박)세혁이가 없는 동안은 내가 잘 채워야 한다. 팀이 이겨서 기분 좋고, 타석에서 안타 2개가 나와서 좋은 모습을 보여 드리지 않았나 생각한다. 내게 공격은 덤이라고 생각하고, 수비에 집중하려고 하는 편"이라고 이야기했다. 

스스로 아쉬운 장면은 있었다. 5-2로 쫓긴 7회초 1사 만루 위기 정주현 타석 때 홍건희의 폭투로 3루주자 김민성이 득점해 5-3으로 좁혀졌다. 빠르게 급한 불을 껐다. 홍건희는 정주현을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하고 다음 타자 홍창기를 2루수 땅볼로 돌려세우며 추가 실점을 막았다. 

정상호는 "(홍)건희 공이 좋아서 그나마 최소 실점을 한 것 같다. (폭투 상황은) 공이 손가락에 맞고 튀어서 어쩔 수 없었다. 막아줘야 했는데 건희에게 미안했다. (실점 후) 건희에게는 제일 자신 있는 공을 던지자고 했고, 그렇게 승부를 건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젊은 선수들이 많이 배우고 잘 따르는 것 같다는 말에는 "주 무기들을 끌어내서 타자를 제압할 수 있게 용기를 주는 편이다. 또 장점을 자꾸 이야기해주려고 한다. 마운드에서는 가장 자신 있는 공을 던지는 게 맞다. 그러니까 맞더라도 붙으라고 이야기한다"고 밝혔다. 

체력 부담은 없다. 정상호는 "체력이 떨어질 정도로 경기에 많이 안 나가서 괜찮다. 세혁이 자리를 잘 채우고 있겠다"고 말하며 웃어 보였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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