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막 시리즈에서 만난 데이브 로버츠 LA 다저스 감독(왼쪽)과 게이브 케플러 샌프란시스코 감독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데이브 로버츠 LA 다저스 감독은 26일(한국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와 경기를 앞두고 신경이 조금 곤두섰다. 경기 시작 1시간 반 전까지 상대 라인업을 전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라인업만이 문제는 아니었다. 이날 경기는 낮 경기였는데, 아침까지는 상대 선발이 누군지도 몰랐다. 샌프란시스코는 이날 아침에야 선발투수(로건 웹)를 발표했고, 경기 시작 90분 전 선발 라인업을 공개했다.

메이저리그(MLB)는 시리즈를 앞두고 선발이 한꺼번에 예고되는 경우가 꽤 많다. 부득이하게 교체되거나 결정하지 못할 사정이 있어도 경기 전날에는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 공개한다. 경기 시작 6시간 전까지 선발투수가 공개되지 않는 경우는 분명 흔한 것이 아니다. 라인업도 마찬가지다. 취재기자들이 감독을 인터뷰할 시간에는 홈·원정 모두 라인업이 이미 공개된 경우가 95% 이상이다.

그런데 샌프란시스코는 4연전 내내 되도록 정보를 감췄다. 실제 선발투수가 일반적인 시간에 예고된 것은 개막전(조니 쿠에토)뿐이었다. 나머지 세 경기는 언론들도 추측이 분분했다. 다저스는 27일 선발(훌리오 우리아스)을 일찌감치 공개했지만, 샌프란시스코는 한참 늦었다. 샌프란시스코의 장고 끝 결단은 24일 개막전에서 두 번째 투수로 1이닝을 소화했던 드류 스마일리였다.

하지만 샌프란시스코가 ‘룰’을 어긴 건 아니다. 선발이나 라인업을 미리 공개할 의무는 없다. 다만 MLB 업계의 불문율은 있다. 팬 서비스 차원에서도 선발 예고나 라인업 공개는 꽤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좋아하는 선수를 보러 경기장을 찾는 팬들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선발투수라면 더 그렇다.

그렇다면 4연전 내내 여러 시나리오를 짜야 했을 데이브 로버츠 LA 다저스 감독의 반응은 어땠을까. 로버츠 감독은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등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상대가 선발과 라인업을 늦게 발표하는 것에 대해 “잘 모르겠다”고 운을 떼면서도 “재미도 있었지만, 짜증나는 부분도 있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그것을 일종의 게임십(gamesmanship)으로 부를 것이다”고 했다. 

경기를 조금이라도 유리하게 만들기 위한 게이브 케플러 샌프란시스코 감독의 전술로 치부한것이다. 유쾌함보다는 약간의 불쾌함 쪽에 가깝다. 이에 대해 케플러 감독은 “실제로 어떤 결정을 내리기 위해 기다리는 것은 진정한 가치가 있을 수 있다”면서 “전통적인 5인 로테이션이 없는 팀은 전날 누가 공을 던졌는지, 그리고 캐치볼을 한 뒤 상태가 어떤지 마지막까지 기다리며 데이터를 모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샌프란시스코는 로테이션이 완벽히 세팅된 상황이 아니었고, 자연히 불펜투수들의 상태를 살피기 위해 어쩔 수 없는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CBS스포츠는 “케플러 감독의 지적은 타당하지만, 동시에 로버츠 감독의 반응도 이해할 수 있다”고 결론내렸다. 케플러 감독은 자신의 일을 했을 뿐이고, 로버츠 감독은 그간 MLB에서 잘 볼 수 없었던 일에 약간의 짜증을 느낄 수도 있었다는 것이다. 

어쨌든 더 짜증나게 시리즈를 마친 쪽은 로버츠 감독이었다. 로버츠 감독은 “(27일 선발이) 제프 사마자든 누구든 상관이 없다”고 호기롭게 말했지만, 팀은 상대 마운드를 공략하지 못하고 1-3으로 졌다. 시리즈는 2승2패로 끝났다. 두 팀의 전력차를 생각하면 다저스로서는 다소 실망스러운 성적일 수 있다. 공교롭게도 샌프란시스코는 29일 샌디에이고전 선발로 일찌감치 제프 사마자를 예고했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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