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 강백호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수원, 김태우 기자] 팀을 승리로 이끄는 안타를 쳤음에도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보통 그런 상황에서 애써 웃으려고 노력할 법도 한데, 굳이 그러려고 하지는 않는 듯했다. 25일 수원 NC전을 마친 강백호(21·kt)는 담담하게 지난 일을 돌아보고 있었다.

강백호는 25일 수원 NC전에서 결승타와 쐐기 적시타를 터뜨리는 등 2타점을 기록하며 모처럼 중심타자 몫을 했다. 그간 안타, 혹은 득점권 상황에서의 결정적인 한 방이 없어 애를 태웠던 강백호가 기분전환을 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강백호는 경기 후 마치 죄인이 된 표정으로 인터뷰를 했다. 굳이 그럴 필요는 없었는데, 그간의 상처가 꽤 깊은 듯했다.

항상 당당한 캐릭터였다. 그라운드 안은 물론, 바깥에서도 굳이 그런 캐릭터를 숨기려고 하지 않았다. 마냥 착해서는 살아남기 어려운 약육강식의 세계. 고졸 3년차 선수가 그만한 성공을 거둔 것은, 어쩌면 팔할이 그런 성품 덕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다만 그를 잘 모르는 어떤 사람들은 “건방져 보인다”고 했다. “당당하라”고 말하면서도 “겸손하라”고 말하는 게 세상이다. 요새 강백호는 그 사이 어딘가에서 헤매고 있었다. 

어쩌면 약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기 위해 지금까지 당당한 척을 했던 것일까. 그는 경기 상황에 대해 “잘 모르겠다”고 입을 떼더니 “나로서는 처음 겪는 일이었다. 혼자 힘들기도 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믿고 기다려주시고, 또 응원을 해주셨다. 기다려주신 감독님, 선배님, 그리고 코치님들에게 감사드린다”고 했다. 광경을 본 관계자들은 “강백호가 저렇게 풀이 죽은 모습은 처음 본다”고 안쓰러워했다.

성적이 나쁜 것은 아니다. 부진해도 OPS(출루율+장타율)는 0.912이다. 벌써 12개의 대포를 터뜨렸다. 그러나 이제 세간의 눈높이는 그 정도에 머물러 있지 않다.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뭔가 해주기를 바란다. 중요한 상황에서는 더 그렇다. 강백호의 지난 한 달은, 그 높아진 눈높이를 똑바로 실감할 만한 시기였다. “생각이 많았다”고 한 강백호는, 그래서 심기일전을 다짐한다.

그는 “잘하고 싶은 생각도 있었고, 부진을 만회하고 싶은 마음도 컸다”면서 “주위에서 ‘네 매력은 생각 안 하고 하는 것이다’고 말한다. 과감하게, 결과를 두려워하지 않겠다. 팬, 감독님, 코치님, 선배님들이 믿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고 움츠러들지 않고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좀 더 성숙한 선수가 되겠다고도 약속했다. 그는 “대처가 성숙하지 못한 부분도 있었다. 이를 계기로 발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누구를 원망하지는 않았다.

금방 되지는 않을 것이다. 26일 수원 NC전에서도 병살타 하나를 치는 등 4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팬들 앞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까닭일까. 여전히 스윙은 머뭇머뭇했다. 강백호다운 시원한 맛이 없었다. 팀이 이겼고, 팬들은 모두 강백호를 보며 환호했다. 그러나 정작 강백호는 웃지 못했다. 

아마도 이 슬럼프를 탈출하는 데는 조금의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결국 강백호는 강백호일 때 최고의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그 ‘강백호다움’을 찾으면서 모두가 인정하는 더 성숙한 선수가 된다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강백호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스포티비뉴스=수원, 김태우 기자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