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일 인천 LG전에서 좋지 못한 투구 내용으로 패전을 안은 리카르도 핀토 ⓒSK와이번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SK 외국인 투수 리카르도 핀토(26)는 빠른 공과 다양한 구종을 가지고 있는 선수다. 그러나 마운드 위에서 지나치게 예민하다는 단점을 항상 지적받는다. 포수의 볼 배합이나 내야 수비에 아쉬움을 너무 표현하는 경우가 많았다.

SK는 28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LG와 경기를 앞두고 특별한 실험을 했다. 핀토의 주도로 볼 배합을 짜도록 한 것이다. 박경완 SK 감독대행은 “핀토가 이전에 나를 찾아와서 한 번 자신에게 경기를 맡겨달라고 한 적이 있다”면서 전체적인 경기 계획에 핀토의 의사를 최대한 반영할 뜻을 드러냈다. 

볼 배합은 투수와 포수의 사전 연구를 기반으로 한다. 포수 혼자 독단적으로 하는 게 아니다. 그러나 경기가 되면 역시 포수가 주도를 하기 마련이다. 공을 던지기도 바쁜 투수보다는 포수가 상황을 더 넓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날은 핀토의 의중이 포수보다 더 먼저였던 셈이다. 

마침 주전 포수인 이재원이 여러 곳의 타박상으로 이날 경기에 나서지 못한 이유도 있었다. 그러나 결과는 썩 좋지 않았다. 핀토는 4이닝 동안 85개의 공을 던졌으나 7피안타 4볼넷 2탈삼진 6실점을 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올 시즌 홈 8경기에서 평균자책점 2.76을 기록하는 등 인천에서 좋은 기억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이날은 좋지 않았다. 핀토의 난조는 결과적으로 7-24의 참패를 불렀다.

최고 구속은 154㎞까지 나왔고, 전반적인 구속에 큰 차이는 없었다. 1회를 삼자범퇴하며 좋은 시작을 알리기도 했다. 그러나 2회부터 제구가 흔들렸고, 유인구는 LG 타자들이 쉽게 골라낼 수 있을 정도로 볼과 스트라이크의 편차가 컸다. 볼넷이 많았던 이유다.

게다가 폭투까지 겹치면서 어려운 경기를 했다. 2회 라모스 타석, 3회 채은성 타석, 그리고 4회에는 오지환 타석 때 각각 폭투를 던졌다. 원바운드가 되는 공으로 포수가 완벽히 블로킹으로 앞에 떨어뜨리기는 어려울 정도의 투구였다. 폭투는 추가 진루로 이어졌고, 공교롭게도 차곡차곡 실점으로까지 이어졌다.

결국 볼 배합보다는, 포수의 요구대로 얼마나 잘 던질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한 한 판이었을지 모른다. 보통 피장타를 허용한 건 가운데 몰리는 실투다. 투수가 공을 잘 던졌는데 타자가 더 잘 치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하지만 핀토는 이날 기본적으로 폭투와 볼넷이 너무 많았다. 이건 볼 배합과는 무관한 문제들이었다. 볼 배합보다는 차라리 자신의 커맨드에 더 신경을 써야 했다.

그렇다면 ‘핀토 주도’의 볼 배합은 뭔가 달랐을까. 모든 공을 핀토의 생각대로 던졌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일단 구종 선택은 지금까지와 사뭇 달랐다. 이날 경기 전까지 핀토의 포심과 투심, 즉 패스트볼 계열 구종 비율은 54%였다. 하지만 이날은 합쳐서 44.8%에 불과했다. 

변화구를 훨씬 더 많이 던진 셈인데, 변화구 구사 비율도 조금 달랐다. 지금까지 핀토의 변화구 구사 비율은 슬라이더(23.5%), 체인지업(14.9%), 커브(7.5%) 순이었다. 하지만 이날은 커브(24.7%)의 비율이 가장 높았고, 그 다음이 슬라이더(20%), 체인지업(10.6%)이었다. LG에 좌타자들이 적지 않았던 것을 생각하면 체인지업의 구사 비율 저하는 눈에 들어온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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