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일 인천 SK전에서 시즌 5번째 승리를 신고한 타일러 윌슨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타일러 윌슨(31·LG)의 분명 구위는 예전만 하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노련하게 경기를 풀어가는 클래스는 살아있었다. 그런데 심판진에 투구폼 지적에 다소 흔들렸다. 앞으로도 논란이 될 수 있는 문제라는 점에서 불씨가 살아있다.

윌슨은 28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와 경기에 선발 등판, 5이닝 동안 94개의 공을 던지며 5피안타 3볼넷 6탈삼진 3실점을 기록하며 시즌 5번째 승리를 거뒀다. 아주 뛰어난 결과라고 볼 수는 없지만 경기 초반부터 타선이 폭발하며 윌슨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지난 2년간 LG의 에이스로 활약한 윌슨은 올해 다소 부진하다. 분명 구속이 떨어졌고, 구위가 예전만 날카롭지 못하다. 이는 결과에서도 드러난다. 28일 경기 전까지 윌슨의 13경기 평균자책점은 4.13, 피안타율은 0.270으로 예년보다 훨씬 높다. 코로나19 자가격리 여파라는 말도 있었으나 시즌은 이제 절반을 향해 가고 있다. 완벽한 핑계가 되기는 어렵다. 

1회를 잘 넘긴 윌슨은 2회 갑작스러운 난조에 시달리며 불안한 모습이 이어지는 듯했다. 2회 선두 로맥에게 좌익선상 2루타를 맞았고, 한동민에게 좌전 적시타를 허용했다. 이어 채태인에게 볼넷, 고종욱에게 좌전안타를 맞고 만루에 몰렸다. 여기서 이현석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하는 등 밸런스와 제구가 크게 흔들렸다.

하지만 여기서부터 윌슨의 진가가 나왔다. 호흡을 가다듬은 윌슨은 김성현을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했고, 최지훈과 최준우를 모두 삼진 처리하고 힘을 냈다. 분명 구종 선택과 위기 상황에 대처하는 노련한 클래스는 살아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최근 윌슨이 꾸역꾸역 위기를 막으며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쌓아가는 원동력이기도 했다.

다만 5회에는 다소 논란이 될 만한 장면도 있었다. 10-2로 크게 앞선 5회 승리투수 요건 완성을 위해 마운드에 오른 윌슨은 선두타자 최지훈 타석 때 심판진들로부터 보크 소지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주자가 없는 상황이었고, 윌슨의 투구폼은 호흡 과정에서 오는 미세한 동작 차이를 제외하면 크게 다르지는 않아 보였다. 그러나 심판진의 생각은 달랐다.

류중일 LG 감독이 마운드에 올라 심판진과 대화를 나눴다. 류 감독은 보크 여지가 없다고 항변했고, 심판진은 이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투구 공백이 길어졌다. 류 감독은 결국 통역을 불러 윌슨에게 뭔가를 지시를 한 뒤에야 마운드를 떠났다.

KBO 심판위원회는 이 상황에 대해 "지난 21일 kt전에서 이강철 감독이 항의했던 부분이다. 심판위원회에서도 규칙 위반임을 인지하고 있었으나 그간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는 해당 동작을 용인한다고 답변했다"면서 "경기 다음 날 윌슨과 투수코치에게 앞으로는 규칙 위반이 될 수 있다고 통보했다. 오늘 경기 중에도 계속 동일한 동작이 있어 이영재 팀장이 LG 더그아웃에 3~4차례 전달을 했다"고 설명했다. 심판위원회는 경기 전과 경기 중 이에 대해 분명히 이야기를 했다는 것이다.

다만 윌슨은 3년간 같은 폼으로 던지고 있었고, "왜 지금에 와서야 문제를 삼느냐"라고 항변할 수 있다. 류 감독도 뭔가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듯 심판진과 오랜 기간 이야기를 나눴다. 류 감독은 해당 사항에 대한 취재진의 문의에 "내일(29일) 경기 전 이야기를 하겠다"고 답했다. 

윌슨은 경기 후 조금 다른 이야기를 했다. 윌슨은 경기 후 방송 인터뷰에서 "심판진이 열심히 하고 계신다는 건 잘 알고 있다. 지난 주에 있었던 경기에서 kt의 컴플레인에 대해 (당시 경기) 주심들과 이야기를 나눴고 피칭 매커니즘과 딜리버리에 문제가 없다고 전달 받았다"면서 "이번주에 여러 가지 조정기간을 가지며 변화를 할 예정이며 논쟁이 될 수 있는 부분은 사실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이 부분에 대해 공론화하고 이슈화하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윌슨도 다소 기분이 상했는지 투구 리듬이 흐트러졌고, 결국 5회 1실점을 더하며 평균자책점을 떨어뜨리지는 못했다. 투구를 마친 뒤에도 윌슨은 더그아웃에서 문제의 투구 동작을 다시 취하며 동료들과 토론을 나누는 모습이었다. 팀이 크게 앞서는 상황에서 굳이 더 흥분하지는 않았지만, 팀의 역사적 승리(역대 최다 득점)의 승리투수가 됐지만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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