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휴스턴 선수들이 29일(한국시간) 미닛메이드파크에서 열린 LA 다저스와 올 시즌 첫 맞대결에서 벤치클리어링을 벌이고 있다.
[스포티비뉴스=고봉준 기자] 예상된 시나리오였다. 위협구와 조롱 그리고 벤치클리어링까지…. 문제는 현재 드러난 감정싸움은 겨우 시작이라는 점이다.

3년 전 LA 다저스와 월드시리즈에서 불법적인 사인 훔치기로 우승을 차지했다는 사실이 밝혀진 휴스턴 애스트로스가 험난한 하루를 보냈다.

사건은 29일(한국시간) 홈구장 미닛메이드파크에서 열린 다저스와 올 시즌 첫 맞대결에서 일어났다. 다저스가 5-2로 앞서던 6회말 2사 2·3루. 다저스 투수 조 켈리가 휴스턴 타자 카를로스 코레아를 상대하는 과정에서 위협구성 몸쪽 공을 던졌다. 켈리는 앞서 알렉스 브레그먼과 율리에스키 구리엘과 승부에서도 몸쪽 깊은 볼을 던졌던 터라 경기 분위기는 일순간 얼어붙었다.

계속된 위협구는 결국 감정싸움으로 번지고 말았다. 코레아의 헛스윙 삼진 후 공수교대 과정에서 켈리와 코레아가 서로를 쳐다봤는데, 이때 켈리가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코레아를 조롱했다. 화가 난 코레아는 곧장 반응하며 켈리를 말로 쏘아붙였다. 이렇게 시작된 둘의 입씨름은 금방 끝나지 않았고, 결국 다저스와 휴스턴 선수들이 몰려나와 벤치클리어링을 벌였다.

▲ LA 다저스 조 켈리가 휴스턴 카를로스 코레아를 쳐다보며 조롱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 차원에서 벤치클리어링을 금지하기로 한 MLB 사무국의 새 방침도 이때만큼은 소용이 없었다.

이날 다저스와 휴스턴의 감정싸움은 어느 정도 예고가 돼있었다. 휴스턴이 2017년 다저스와 월드시리즈에서 전자기기 등을 활용해 불법적으로 상대 사인을 훔쳤고, 이를 앞세워 우승을 차지했다는 사실이 올해 초 MLB 사무국의 조사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휴스턴은 MLB 사무국으로부터 향후 2년간 신인 드래프트 1~2라운드 지명권 박탈과 500만 달러 벌금 그리고 당시 선수단을 이끌었던 제프 르나우 단장과 A.J. 힌치 감독의 1년 자격정지 등 중징계를 받았다.

그러나 다른 메이저리그 구성원들의 분노는 쉽게 가시지 않았다. 최대 피해자인 다저스를 비롯한 나머지 구단 선수들과 팬들은 올 시즌 개막 전부터 휴스턴과 일전을 벼렸다. 조롱과 위협구, 벤치클리어링 등 다양한 수단으로 휴스턴을 혼쭐내야 한다는 정서법이 주를 이뤘다. 실제로 휴스턴은 3월 시범경기에서 현장 관중으로부터 온갖 비아냥을 들어야 했다.

일단 휴스턴은 올 시즌이 코로나19 여파로 무관중으로 치러지면서 팬들의 직접적인 원성은 피했다. 그러나 다저스가 이날 경기를 통해 불을 지피면서 양상이 달라지게 됐다. 개막 연기로 시들해졌던 ‘반(反) 휴스턴’ 정서가 다시금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 휴스턴 더스티 베이커 감독(왼쪽)이 심판들에게 항의하고 있다.
이날 경기 후 휴스턴 더스티 베이커 감독은 “브레그먼에게 날아온 위협구는 선수 생명을 끝낼 수도 있는 공이었다. 또, 켈리가 삼진을 잡은 뒤 코레아에게 ‘나이스 스윙’이라고 말하며 비꼬기도 했다. 그런데 왜 우리만 경고를 받느냐”며 거세게 항의했다. 그러나 휴스턴을 향한 야구계 시선은 여전히 긍정적이지 않다.

문제는 휴스턴이 앞으로 원정 레이스를 시작한다는 점이다. 현재까지 안방에서만 경기를 치렀던 휴스턴은 30일 다저스전 직후 하루를 쉰 뒤 다음 달 1일부터 LA 에인절스와 첫 원정경기를 펼친다. 이어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원정이 차례로 기다리고 있다.

비록 원정팬들은 자리하지 않지만, 홈과는 정반대 분위기에서 경기를 펼쳐야 하는 휴스턴으로선 험난한 원정길이 예고된 셈이다.

스포티비뉴스=고봉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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