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광고 유격수 이영빈이 30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북일고와 청룡기 16강에서 4-3 승리를 거둔 뒤 수줍게 웃고 있다. ⓒ목동, 고봉준 기자
-스카우트 시선 끄는 세광고 유격수 이영빈
-공수 활약으로 8강행 견인 “목표는 우승”
-아버지는 前 한화 내야수 이민호 감독

[스포티비뉴스=목동, 고봉준 기자] ‘충청권 라이벌’ 세광고와 북일고의 제75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16강 맞대결이 열린 30일 목동구장. 이날 경기에선 흥미로운 장면을 하나 발견할 수 있었다. 백스톱 뒤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KBO리그 스카우트들 몇몇이 일제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3루쪽 관중석으로 향한 것이다.

이들의 시선을 끈 선수는 바로 세광고 3학년 유격수 이영빈(18)이었다. 스카우트들은 이영빈이 타석으로 들어서면 스마트폰이나 카메라를 꺼내 타격 장면을 촬영했다. 다가오는 2021년도 KBO 신인 드래프트를 앞두고 이영빈의 장·단점을 집중적으로 체크하기 위함이었다. 스카우트들은 평소 관심이 가는 선수가 나오면 이렇게 영상을 남기곤 하는데, 이날 경기에선 이영빈이 스카우트들의 레이더망으로 포착됐다.

세광고-북일고전 도중 만난 한 스카우트는 “코로나19로 고교야구 주말리그가 축소되고, 전국대회마저 분산 개최되면서 선수를 관찰할 기회가 줄어들었다. 특히 충청권 학교들의 경기를 많이 보지 못해 이번 기회를 빌려 선수들을 집중적으로 지켜보고 있다. 이영빈이 대표적인 선수라고 보면 된다”고 귀띔했다.

▲ KBO리그 스카우트들이 30일 목동구장에서 세광고 이영빈의 타격을 지켜보고 있다. ⓒ목동, 고봉준 기자
세광고 소속인 이영빈은 한화 이글스가 일찌감치 눈여겨봤지만, 2차 지명에선 다른 구단들도 선택할 수 있는 만큼 관심이 상당하다는 후문이다.

이처럼 스카우트들이 주목하고 있는 이영빈은 장래가 촉망받는 우투좌타 내야수다. 신체조건(신장 182㎝·체중 81㎏)도 좋고, 타격 재질이 훌륭하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수비에서도 수준급 실력을 뽐낸다.

이영빈은 이날 세광고와 16강에서도 알토란 활약을 펼쳤다. 1회초 첫 타석에선 2루수 방면 병살타로 물러났지만, 4회 우전안타로 감을 조율한 뒤 2-1로 앞선 5회 무사 2루에서 침착하게 번트를 대 2루주자 한경수를 3루로 안착시켰다. 그리고 자신 역시 빠른 발로 1루에서 살며 결정적인 찬스를 만들어냈다. 세광고는 이어 허성우의 좌전안타로 귀중한 추가점을 뽑았다.

▲ 세광고 이영빈. ⓒ목동, 한희재 기자
경기 후 만난 이영빈은 그러나 환한 표정을 짓지 못했다. 경기 막판 저지른 실수 때문이었다.

이영빈은 4-3으로 쫓기던 9회 1사 1루에서 신준철의 평범한 유격수 땅볼을 뒤로 흘렸다. 그러면서 세광고는 1사 1·3루 위기로 몰렸다. 그러나 이영빈은 후속타자 서정원의 땅볼을 병살타로 연결해 4-3 승리를 지켰다.

이영빈은 “실책을 저지른 뒤 머리가 하얘졌다”며 깊게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마지막 타구를 놓치면 동점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역전까지 허용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무조건 처리하겠다는 마음으로 수비했다”고 말했다.

세광고는 이번 대회에서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힌다. 그러면서 전력의 핵심으로 통하는 이영빈을 향한 관심도 더욱 커졌다. 이영빈 역시 이를 모르는 눈치는 아니었다.

이영빈은 “나를 향한 관심을 알고 있기는 하다. 지난해 겨울부터 그러한 변화를 조금은 느꼈다”면서도 “최대한 신경 쓰지 않고 내 할 일에만 집중하려고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영빈은 숨은 ‘야구인 2세’이기도 하다. 아버지는 빙그레와 한화에서 이름을 날렸던 이민호(51) 현 대전중구 리틀야구단 감독이다. 1993년 빙그레에서 데뷔해 쌍방울 레이더스와 SK 와이번스를 거친 이 감독은 현역 시절 펀치력을 지닌 3루수로 활약했다.

아버지처럼 내야를 맡고 있는 이영빈은 “많은 분들께서 아버지의 권유로 내가 야구를 시작했다고 알고 계시는데, 어릴 적부터 그냥 야구가 좋아서 공을 잡았다”고 웃었다. 이어 “사실 아버지와는 집에서 야구 이야기는 잘 나누지 않는다”고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빨리 프로로 가서 이정후와 박세혁, 강진성처럼 야구인 2세로서 성공하고 싶다는 이영빈은 끝으로 “롤모델은 김하성 선배다. 선배처럼 홈런을 펑펑 때릴 수 있는 유격수가 되고 싶다. 이제 그라운드에서 내 실력을 보여드리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스포티비뉴스=목동, 고봉준 기자

▲ 세광고 이영빈. ⓒ목동, 한희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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