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잠실야구장을 찾은 두산 베어스 팬들이 깃발을 흔들며 응원하고 있다. ⓒ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매일 만원 관중 경기를 치르는 기분입니다."

잠실야구장은 지난 26일 관중 입장이 시작된 뒤 3경기를 치렀다. 2만5000석의 10%인 2424명이 3경기 동안 꾸준히 찾아왔다. 관중 수는 줄었는데, 경호팀을 비롯한 안내 요원들의 업무 강도는 2만5000명을 맞이할 때와 다를 바가 없다. 그만큼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감염을 막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잠실야구장 경호팀을 이끄는 이승우 실장(44)은 2008년부터 두산 베어스와 인연을 맺었다. 12년차 베테랑에게도 코로나19가 만든 풍경은 낯설다. 관중 입장이 시작되면 이 실장을 비롯한 경호·안전 요원들은 초긴장 상태가 된다. 관중마다 티켓 확인뿐만 아니라 발열 체크, QR코드로 전자출입명부에 등록하는 절차를 빠짐없이 진행해야 한다. 입장하는 관중들이 1m 거리를 두고 줄을 서 있는지까지 확인하다 보면 정신없이 시간이 흘러간다. 

두산과 LG 트윈스의 잠실 더비가 열린 지난 26일에는 경기 개시 2시간 전인 오후 3시부터 관중 입장을 시작했는데도 3회까지 입장 대기 줄이 줄어들지 않았다. 안내 요원들의 QR코드 장비 사용이 익숙하지 않기도 했고, 만원 관중의 10% 입장이니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고 경기장을 찾은 팬들이 비슷한 시간대에 몰리면서 벌어진 일이다. 

이 실장은 "관중 수는 줄었는데, 매 경기 만원 관중 경기를 치르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경호팀의 피로도가 높은 상황이다. 3회까지 줄을 서 있었으니까 2만5000명이 들어온 경기만큼 시간이 소요된 셈이다. 관리하는 사람들은 처음이라 QR코드 인식 오류 등에 대응하는 게 미흡한 점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2만5000명 입장 때와 똑같은 관리 인력을 동원했는데도 손이 모자랐다. 이 실장은 "예전이면 2000명 규모는 경호팀 6~7명이면 관리가 된다. 처음에는 관중 1만 명일 때 인력을 투입하려 했는데, 보완할 점이 점점 늘어서 만원 관중일 때 만큼인 90명을 동원했다. 지난해 관중 수 대비 관리 인력을 2배로 늘렸다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 26일 잠실야구장을 찾은 팬들이 경기장 입장을 기다리며 램프길을 따라 줄을 서 있다. ⓒ 연합뉴스
▲ 관중들은 발열 체크와 QR코드로 전자출입명부 등록까지 마쳐야 입장할 수 있다. ⓒ 두산 베어스
오랜 기다림에 지친 팬들의 원성을 샀다. 이 실장은 "경기장에 도착한 지 30분이 지났는데 입장이 왜 안 되냐고 항의하는 분들이 계셨다. 10% 입장이니까 예전 입장 시간을 생각해서 천천히 오신 분들은 오히려 더 늦게 들어가는 상황에 짜증을 내셨다. 어떤 분은 티켓 바코드 없이 예매 번호만 캡처해 오셔서 줄을 30분 이상 섰는데 못 들어가는 상황이 발생했다. 예전 같으면 매표소로 안내해서 해결하면 되는데 지금은 그럴 수가 없다(현장 발권 금지). 본인은 화를 내시고, 주변 분들은 '빡빡하게 왜 그러느냐'고 하시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생겼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관중 입장 게이트는 현재 1루 내야 두 줄, 3루 내야 한 줄로 운영하고 있다. 이 실장은 "게이트마다 관중 유입 균형과 이동 동선을 고려해서 구단과 한 달 동안 상의해서 결정했다. 관중들이 또 한꺼번에 많이 들어가면 안 되기 때문에 가장 적합한 게이트 수를 찾기 위해 고심했다. 첫 경기 후에는 QR코드 인식 태블릿 PC를 늘려서 조금 수월해지긴 했다"고 밝혔다. 

자연히 평소보다 줄은 길어지고, 그 과정에서 1m 거리 두기가 지켜지지 않는다는 민원도 발생했다. 이 실장은 "조금만 떨어져서 줄을 서달라고 안내를 하는데, 출입구와 연결된 램프길에서 벗어난 곳까지 줄이 밀리면 안 지켜진다. 안내 요원을 아래까지 내려보내면 게이트 쪽이 바빠져서 악순환이다. '왜 도로까지 거리두기 스티커를 안 붙였느냐', '왜 이제 와서 떨어지라고 하느냐'는 말도 들었다. 비가 온 날은 다들 우산을 쓰고 계셔서 자연스럽게 거리 유지가 돼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고 했다.  

입장 절차를 마치면 경호팀은 한시름 던다. 이 실장은 관중석에서 보여준 팬들의 질서 있는 행동에 깜짝 놀랐다고 했다. "예상했던 혼잡 상황이 나오지 않았다. 29일 경기는 비로 경기가 중단됐는데도 레드석, 오렌지석 관중들이 계속 자리를 지키셨다. 예전 같으면 내야석은 지붕 아래로 올라가서 비를 피했는데, 지금은 혼잡 상황이 나오면 안 돼서 안내 요원들이 막고 있다. 내야 광장으로 비를 피한 분들은 각자 떨어져 계시려는 노력이 보였다. 또 비가 오기 전에는 마스크를 많이 벗진 않으실까 걱정했다. 너무 습해서 나도 쓰기 힘든데 관중들께서 견딜까 했다. 그런데 누구 하나 벗는 분이 없었다. 물을 마시려고 마스크를 내렸다가 깜빡하신 정도였다"고 이야기했다. 

관중석에서 취식하는 팬들은 거의 없다. 팬들 대부분 내야 광장에 마련된 공간에서 질서 있게 식사를 하고 있다. 이 실장은 "입장 첫날은 적발 건수가 꽤 나왔다. 대놓고 음식을 사서 오신 분들은 없었고, 가방에 견과류 같은 것들을 들고 와서 드시는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 경기장 곳곳에 배치된 안전 요원은 관중들에게 주의사항을 알린다. ⓒ 한희재 기자
가끔 마음이 흔들리는 사례는 나온다. 아이와 부모가 같은 열이 아닌 자리에 배정이 됐을 때다. 이 실장은 "좋게 예매가 되면 한 줄에 앉으면 되는데, 한 자리만 뒷좌석에 배정되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 어차피 아이 옆자리가 비어 있으니 앉으면 안 되냐고 문의한다. 나도 아이가 있어서 부모의 마음을 아니까 그럴 때는 참 어렵다. 그런데 한 명에게 허용하면 모든 기준이 깨져 버리니까. 그래도 떨어져 앉으라고 안내하는데 힘들다. 평소라면 안 해도 될 말을 해야 하는 상황이 어렵다"고 했다. 

퇴장 시간에는 선수와 팬의 접촉을 막아야 한다. 선수들 출입구 근처에 바리게이트를 쳐뒀는데, 바리게이트 뒤로 팬들이 모여 위험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이 실장은 "경기 끝나고 기다리는 팬들이 많아서 선수 퇴근 시간에 경호원 8명 정도를 투입했다. 지키는 사람이 없으면 팬들이 몰려 있기 때문에 질서 유지를 해야 한다. 29일에는 40명 정도가 선수 라커룸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며 조금만 거리를 두고 선수를 응원해주길 당부했다.

이 실장은 고충을 털어놓으면서도 "우리 직업이 좋은 말을 들을 수 있는 직업은 아니다. 90% 이상 '안 됩니다'를 외치니까"라고 말하며 웃어 보였다.

그래도 관중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이해해달라"였다. 이 실장은 "지금도 충분히 질서를 잘 지키고 계신다고 생각한다. 불편을 감수하고 오시긴 하지만, 비용을 지불하고 오는 것인데 불편하니 기분이 안 좋을 수 있다. 그래도 모든 시스템은 관중의 안전을 위해 움직이고 있으니 조금만 이해해 주셨으면 한다. 경기장에 오기 전에 줄을 설 수 있다고 예상하고 오면 조금은 기분 나쁘지 않게 경기를 보실 수 있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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