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 포수 이성우는 언제나 활력이 넘치는 사람처럼 보인다. 그런 이성우가 자신은 20년 전만 해도 내성적이고 말 없는 소심한 청년이었다고 털어놨다. ⓒ LG 트윈스

[스포티비뉴스=잠실, 신원철 기자] 여기 온몸으로 말하는 포수가 있다. 뚝 떨어지는 변화구를 요구할 때는 미트를 바닥에 내리치기라도 할 것처럼 팔을 휘두른다. 안타 하나만 나와도 활짝 웃는 얼굴로 한참 어린 동생들과 세리머니를 즐긴다. LG 더그아웃의 '액션맨' 이성우는 말도 청산유수다. 무명이던 시절이 길었지만 마치 처음부터 슈퍼스타였던 선수처럼 인터뷰를 주도한다.  

31일 한화전을 앞두고 인터뷰 요청을 받은 이성우는 "모든 경기가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뛴다"며 현역으로 뛸 수 있는 시간이 머지 않았다고 스스로 말했다. 이제는 밝은 표정으로 미래를 그릴 수 있게 됐다. 요즘 아이들에게 중계방송에 나오는 자신을 보여줄 수 있어서 뿌듯하다면서도 "뭐든 시켜만 주시면 잘 하겠다"며 언젠가 마주해야 할 은퇴 후의 자신을 상상했다. 

▲ LG 이성우. ⓒ 곽혜미 기자
- 타율이 0.300까지 올라왔다. 

"개인적으로 수치나 그런 건 전혀 신경 안 쓰고 있다. 후회하거나 미련을 남기지 않기 위해 모든 경기가 마지막일 수 있다고 생각하고 뛴다. 타율은 신경 안 쓴다. 대신 포수니까 포수 패스트볼이나 도루저지 그런 쪽에서는 아직 경쟁력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 타격 코치들이 기술적인 도움을 거의 주지 않았다는 내용의 인터뷰 기사가 있었는데. 

"지금이 아니고 어릴 때부터 보면 될 것 같은 선수들 위주로 많이 봐주셨다. 그랬던 시기가 있었다. 캠프에서 한 번씩 조언을 해주시는 건 있다. 집중적으로 배운 적은 없었다. 그런데 그때 그 얘기가 그렇게 화제가 됐나?" 

- 올 시즌 타격이 나아진 이유가 무엇일까.

"올해가 마지막이라는 생각 때문에 쫓기는 마음이 들지 않게 됐다. 모든 경기를 미련 없이 하자는 마음 뿐이다. 결과에 대한 부담이 없어서 마음이 편해지니까 타석에서도 그렇고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 예전에는 한 타석에 결과를 내야한다는 압박감에 쫓겼다. 지금은 그런 게 없다. 내가 타율 3할을 칠 것도 홈런 10개를 칠 것도 아니다. 퓨처스 팀에서 1군 올라오는 선수들 보면 내가 겪었던 그런 과정들이 눈에 보이기는 한다. 그렇다고 내가 직접 미련없이 하라는 말을 할 수는 없다. 나 스스로도 수 없이 겪었던 일이고 그 경험에서 알게 된 교훈이다. 스스로 경험하고 느껴 보면 나 정도 나이 됐을 때는 알 수 있지 않을까. (너무 늦은 것 아닌지…)일찍 깨달으면 그만큼 일찍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거다."

- 임찬규가 연습경기와 정규시즌 완전히 다른 투구를 하고 있는데.

"결과가 좋게 나오니까 자신감을 얻은 것이 크다. 캠프에서부터 결과가 안 좋아서 힘들었는데, 경험상 비시즌에 잘하면 정규시즌에 떨어지거나 그 반대 경우를 많이 봤다. 임찬규에게 정규시즌 가면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실험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준비 잘 하고 있으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시범경기 때 안 좋다고 실망할 것 없다고 했다. 대신 좋을 때 조심해야 한다."

▲ LG 이성우. ⓒ LG 트윈스
- 가족은 아직도 광주에 있는지. 

"(가족이)항상 방송으로 보고 있다. 아들에게 TV에 나오는 걸 보여줄 수 있어서 뿌듯하다. 다음 주에 원정 가면 또 놀아줘야 한다."

- 시즌 절반을 지났는데 정말 미련 남는 순간이 없나

"살다보면 그렇게 마음 먹었어도 지나고 나면 후회하게 된다. 그래도 항상 한 타석이라도 1이닝이라도 미련 남기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계속 불태우겠다."

- 투수를 리드할 때 동작이 큰 편이다.

"kt 계신 박철영 코치님이 프로에서 만난 첫 배터리 코치님이다. 포수는 경기 중에 말로 의사표현을 못 하니까 제스처로 확실하게 해줘야 한다고 배웠다. 그게 맞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한다. 호불호가 갈리기는 한다. 그런 걸 싫어하는 분들도 있다. 그게 내 스타일이라 굳이 버리고 싶지는 않다. 너무 '파닥파닥' 거린다는 팬들도 있기는 하다. 그래도 개의치 않고 한다."

- 포수 리드는 허상일까?

"결과론이다. 직구 던져서 결과가 좋으면 좋은 볼배합이 되는 거다. 유강남과도 자주 하는 얘기지만 가끔 포수들은 멘붕이 올 때가 있다. 손가락이 잘 안 움직인다(사인을 주저한다). 그럴 때도 주관을 갖고 해야 한다. 점수 주려고 사인 내는 포수는 없다. 맞다고 생각하면 밀어붙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LG 이성우. ⓒ 곽혜미 기자
- 만루홈런 등 올해 타석에서 인상적인 장면이 많았는데, 남은 목표가 있다면. 

"3루타를 쳐보고싶다. 1군에서 3루타를 친 적이 없다. 달리기가 느려서 쉽지 않을 것 같다. 가능하지는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최선을 다해서 뛰어보겠다. 3루타는 야구하면서 한 번도 쳐본 적 없다. 초등학교 때는 내가 느린 줄 몰랐는데 중학교 가서 알았다. 같이 러닝을 하면 뒤처지면서 내가 느리구나 생각하고 현실을 받아들였다. 그래도 꼴찌는 아닌 것 같다. 유강남은 나보다 빠르다. 박세혁 빼면 포수 치고 유강남이 빠른 축에 속한다."

- 매 경기 마지막으로 생각한다고 했는데, 스스로 생각하는 은퇴 시점은. 

"백업 포수니까 수비가 안 되면 그만둬야한다. 그리고 내년에 더 하고 싶다고 해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항상 오늘, 내일, 올 시즌만 생각한다. 내년까지 해야한다는 생각까지는 하지 않는다. LG에 좋은 젊은 포수들이 많다. 세대교체가 되고 이런 것들을 팬들도 바라실 것이다."

- 어릴 때부터 그렇게 활달하고 말주변이 좋았나. 

"2000년도 스물에 LG 입단했을 때만 해도 말을 잘 못하고 내성적이었다. 그때 참 춤도 잘 추고 유쾌한 선배가 계셨는데 그 분을 보면서 많이 배웠다. 군대 가서 성격을 바꿔보려고 했다. 유머 책도 보고 하면서 성격이 많이 바뀌었다. (그 선배 누구신지) 지금은 레슨장 운영하면서 잘 살고 계신데 가정이 있는 분이니까 비밀로 해두고 싶다."

스포티비뉴스=잠실, 신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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