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운드 부진과 불펜 부하가 뚜렷한 SK는 김택형(오른쪽)까지 징계를 받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수원, 김태우 기자] 외국인 선수는 팀 전력의 큰 비중을 차지한다. 특히 외국인 투수들이 그렇다. 보통 선발투수로 뽑는데, 그렇다면 선발 5명 중 2명이다. 표면적으로 40%, 실질적으로는 그 이상의 비중을 차지한다.

여러 가지 조합이 가능함에도 많은 구단들이 ‘외국인 투수 2명’을 고수하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국내 투수들만으로는 144경기 장기 레이스를 제대로 버티기가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외국인 투수가 에이스가 될 수는 없다고 해도, 매 경기 6이닝만 먹어준다면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 불펜투수들의 힘을 아끼고, 장기적으로 관리를 해야 할 국내 선수들의 부하를 줄여줄 수 있는 까닭이다.

올해 그 구상이 안 되는 팀이 바로 SK다. 외국인 에이스로 기대를 모았던 닉 킹엄이 팔꿈치 부상으로 2경기만 뛰고 빠져버리면서 모든 비극이 시작됐다. 이런 사태에 대비해 대기를 시켰던 이건욱이 기대 이상의 활약을 했지만 이번에는 5선발로 뛰었던 김태훈이 결국 다시 불펜으로 가며 선발 한 자리가 텅 비었다. 여기에 또 다른 외국인 투수 리카르도 핀토의 투구 내용도 들쭉날쭉했다. 에이스급 안정감은 확실히 아니었다.

SK가 지독한 타선 침체에도 불구하고 대체 선수로 투수를 먼저 물색했던 것도 이와 연관이 있다. 올 시즌 성적이 문제가 아니라, 내년을 생각해도 국내 투수들의 어깨를 쉬게 할 수 있는 이닝이터 선발감이 필요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 등 이런 저런 사정에 결국 무산됐다. SK는 외국인 타자 타일러 화이트와 계약을 맺었고, 이제 남은 시즌을 외국인 투수 한 명으로 꾸려가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투수진의 부담이 가중되고, 시즌 중·후반으로 갈수록 지칠 것이라는 점은 이미 예고됐다. 그리고 최근 문제가 봇물 터지듯 발생하고 있다. 김주한 백승건 등 5선발 자원들이 기대에 못 미쳐 불펜 부하가 심화된 가운데, 그나마 경기당 6이닝이라도 해결해주던 핀토의 7월 평균자책점은 7.18까지 치솟았다. 문승원 박종훈 이건욱으로 이어지는 국내 선발들이 하나라도 이탈하는 순간은 그 자체가 참사의 시작이 될 수 있다. 지금 2군에는 선발감도 마땅치 않다.

이번 주 4경기에서는 무려 55실점을 하며 마운드가 폭삭 주저앉았다. 6월 말까지 4.68이었던 팀 평균자책점은 리그 평균(4.75)을 밑돌았지만, 7월(6.70)을 거치며 5.36까지 치솟았다. 오직 한화(5.42)만이 SK보다 뒤에 있다. 

박경완 감독대행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SK는 불펜을 좀 더 적극적으로 쓰고 있다. 염경엽 감독은 한 투수에게 되도록 1이닝을 맡기는 스타일이었지만, 박 대행은 이닝을 더 잘게 쪼개는 편이다. 승률은 소폭 높아졌으나 불펜투수들의 투입이 많고, 잘 없었던 3연투도 더러 생겼다. 박 대행 또한 “야수도 지쳐 있지만, 마운드도 지쳐 있다. 당분간은 투수 엔트리를 14명으로 가져가야 할 것 같다”고 최근 마운드 난국을 인정했다. 

당장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머리가 더 아프다. 마무리 하재훈과 다시 불펜으로 돌아온 김태훈의 컨디션 회복세는 더디다. 아직도 2군에 있다. 1군 합류까지는 조금 더 시간이 걸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1군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인 우완 정영일과 좌완 김택형이 불미스러운 후배 폭행 사건에 연루돼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다. 10경기 징계를 받은 정영일은 곧 돌아올 수 있지만, 30경기를 받은 김택형은 시즌 막판에나 전력에 합류한다. 

핵심이라 볼 수 있는 4명까지 빠진 불펜은 승리조와 추격조의 차이가 더 벌어졌다. LG와 주중 3연전, 31일 kt와 경기에서는 추격조가 대거 실점한 것은 물론 필승조까지 제 몫을 못하며 4경기 동안 무려 55실점을 하고 녹아내렸다. 가진 자원이 현격하게 약해진 판에 선수들의 피로도까지 쌓이고 있으니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외인 타자 영입은 불가피한 선택이었지만, 그래서 남은 71경기의 마운드 셈법을 잘 짜야 한다. 피로 누적이 내년까지 이어져 영향을 미친다면 그게 암흑기의 시작이다.

스포티비뉴스=수원,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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