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기증 증상에도 끝까지 책임감을 불태운 윌리엄 쿠에바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수원, 김태우 기자] 7월 31일 수원 SK전에 선발 등판한 윌리엄 쿠에바스(kt)는 상대 타자는 물론 날씨와도 싸우고 있었다. 습하고 더운 날씨에 호흡이 곤란할 정도였다. kt 벤치도 3회 들어서는 그런 이상 징후를 뚜렷하게 확인했다.

이강철 kt 감독은 1일 수원 SK전을 앞두고 “쿠에바스의 공이 진짜 좋았다. 집중을 많이 하고 있는 줄 알았다”면서 “(3회) 이재원이 타임을 한 번 불렀는데, 그때 이상했다. 처음에는 옆구리 쪽이 다시 올라온 줄 알았다. 그래서 투수코치에게 확인을 하라고 했는데 옆구리가 아니라 숨이 답답하다고 하더라. 일단 안도를 했는데 투수를 쓰기가 진짜 애매했다”고 떠올렸다.

쿠에바스는 박승민 투수코치에게 “이번 이닝까지는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현기증이 나는 상황이지만, 불펜에 대기를 하고 있는 투수가 없다는 것은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다만 경기력이 계속 떨어졌고, 제이미 로맥과 승부에서는 풀카운트까지 갔다. 공 하나 던지면 마운드에 쪼그려 앉기 일쑤였다. 이강철 감독은 더 이상 놔둘 수 없다는 판단 하에 결국 공을 받아들었다.

그래도 쿠에바스는 끝까지 책임감을 불태웠다. 2-0으로 앞선 3회 로맥과 풀카운트 승부에서 이 감독이 마운드에 올라갔다. 이 감독은 “안 내려온다고 버틸까봐 내가 올라갔다”면서 “아니나 다를까, ‘감독님, 공 하나만 더 던지겠다’고 하더라”면서 “그래서 ‘이미 두 번째 나왔다. 교체해야 한다. 네 마음은 알지만, 여기서 그만하자’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쿠에바스는 어떻게든 로맥과 승부를 보고 3회를 마친 뒤 다음 투수에게 바턴을 넘기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 감독은 “경기 결과를 떠나 일단 선수를 살려야 했다”고 덧붙였다.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급히 몸을 풀고 마운드에 올라간 전유수가 위기를 막아내면서 kt는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이 감독도 “유수가 그 이닝을 막아서 운영이 됐다”고 고마워하면서 “이창재도 무조건 쓰면서 평가하겠다고 했는데 의외로 볼이 좋았다”고 두 투수의 활약을 승리의 포인트로 뽑았다.

쿠에바스는 경기 후 승리 하이파이브에서 이 감독에게 “쏘리”라고 말했다. 갑작스럽게 마운드를 내려가 선발투수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 죄책감이 남은 듯했다. 하지만 이 감독도 “괜찮다고 했다. 쿠에바스도 잘 하려고 그랬다”고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선수의 책임감에 고마운 기색을 드러냈다.

한편 kt는 팔꿈치의 미세한 통증으로 2군에 갔던 김재윤이 1군에 올라왔다. 김재윤은 31일 불펜피칭에서 이상이 없었다. 대신 전유수가 2군으로 내려간다. 이 감독은 “8월 중순에 확대 엔트리가 시작되니 그때 다시 올릴 계획”이라며 미안해했다.

스포티비뉴스=수원,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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