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보직에 적응해야 하는 김광현
[스포티비뉴스=수원, 김태우 기자] “롱토스를 안 하니 몸이 근질근질하더라”

이강철 kt 감독은 현역 시절 152승을 거둔 대투수 중의 대투수 출신이다. 경력 대부분을 선발로 뛰면서 10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라는 대업을 쌓기도 했다. 다만 전성기가 지나간 뒤 경력 마지막은 불펜투수로 활약했다. 2002년에는 17세이브, 2003년에는 9세이브 14홀드를 기록했다.

선발투수와 불펜투수의 경기 준비 루틴은 당연히 ‘매우’ 다르다. 선발투수들은 대개 경기 다음 날은 휴식을 취하고, 2~3일째 러닝과 가벼운 불펜피칭으로 다음 등판을 준비한다. 류현진(33·토론토)처럼 중간의 불펜피칭을 생략하는 경우도 있다. 선수마다 모두 달라 어떤 명확한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 감독은 가장 큰 차이점 중 하나로 ‘롱토스’를 뽑는다.

이 감독은 “선발투수들은 기본적으로 70~80m 롱토스를 소화한다”면서 “불펜투수들은 롱토스를 할 기회가 별로 없다. 선발이 불펜으로 가면 롱토스를 못하니 답답하다. 기껏 해봐야 30~40m 정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덧붙였다. 미국에서 연수를 했던 이 감독은 “미국에서도 선발로 뛰던 선수가 불펜으로 가는 경우가 꽤 있다. 이런 선수들도 롱토스를 조금 하고 경기에 들어가더라”고 설명했다.

그런 측면에서 갑자기 마무리 투수가 된 김광현(32·세인트루이스)도 첫 적응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게 이 감독의 이야기다. 오랜 기간 선발로 뛰었던 이 감독은 “나도 나중에야 그런 루틴에 적응했다”고 말했다. 김광현도 KBO리그에서 뛰던 시절 줄곧 선발로 뛰었다. 불펜 등판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을뿐더러 포스트시즌과 같은 예외적 상황에서 이뤄졌다.

게다가 스프링 트레이닝까지만 해도 불펜보다는 일단 선발로 준비를 했다. 여름 캠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김광현은 자체 연습경기에서 5이닝까지 소화했다. 그러다 갑자기 생소한 마무리 보직으로 옮겼다. 첫 경기에서는 데뷔전까지 겹쳐 긴장한 탓인지 세이브를 기록하기는 했으나 경기 내용이 완벽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마무리는 차라리 낫다는 게 이 감독의 이야기다. 이 감독은 “불펜에서도 몸이 빨리 풀리는 선수가 있고, 그렇지 않은 선수가 있다”고 말하면서 “다 안 풀리면 불안해진다”고 했다. 다만 마무리는 나갈 시점이 명확하게 정해져 있다. 선수가 경기 그림을 그리기 편하고, 벤치의 사인도 비교적 여유가 있는 시점에서 나온다. 

김광현도 첫 등판 이후 불펜 루틴을 만드는 것을 과제로 뽑았다. 쉽지는 않겠지만 당장 전장에 나가야 하는 상황이니 최대한 빨리 만드는 수밖에 없다. 첫 경기 등판 이후 상황이 만들어지지 않아 경기에는 나서지 못했으나, 어쩌면 준비할 시간을 벌었다는 측면에서는 나을 수도 있다. 팀 내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해 호텔에 격리된 악재까지 이겨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스포티비뉴스=수원,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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