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 이재원 ⓒSK와이번스
[스포티비뉴스=수원, 김태우 기자] 모든 선수들에게 다 마찬가지지만, 박경완 SK 감독대행은 유독 이재원(32)에게 더 큰 ‘책임감’을 요구한다.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주전 포수로서 팀 전체를 아우르는 선수가 되길 바라기 때문이다. 

이재원은 박 감독대행이 현역 시절부터 봐왔던 선수다. 배터리 코치 재임 시절에는 이재원과 같이 땀을 흘리기도 했다. 이재원이 주전 포수로 거듭나는 과정, 장점과 약점을 모두 다 지켜봤다. 그런 박 감독대행은 이재원이 주전 포수이자 리더로 팀을 이끌어가야 한다는 지론을 수차례 밝히기도 했다. 이현석이나 이홍구 등 백업 포수들보다 더 기대하는 것이 큰 만큼, 더 엄한 채찍질도 마다하지 않는다.

박 감독대행은 1일 수원 kt전에서 이례적으로 선발 포수로 나선 이재원을 3회 교체했다. 실점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선발 이건욱을 바꾸기보다는 포수 이재원을 바꿨다. SK의 포수 엔트리는 2명. 남은 포수 없이 5~6이닝을 더 뛰어야 하는 위험부담도 있었지만 분위기 전환의 목적이 매우 뚜렷해 보이는 강수였다. 분위기에 휩쓸려 계속 실점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할 만했다.

선발 이건욱은 1회에 흔들린다는 기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선두 조용호에게 안타를 맞더니, 황재균 로하스에게 모두 볼넷을 내주고 위기를 자초했다. 포수 이재원이 원하는 곳으로 공이 들어가지 않았다. 1회 2실점 이후 2회에는 심우준에게 투런포를 맞는 등 다시 4실점했다. 3회에도 1사 후 배정대 박경수에게 연속 안타를 맞더니, 장성우에게 좌월 3실점하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박 감독대행은 곧바로 포수를 교체해버렸다. 이재원을 빼고, 이현석을 투입했다. 몸에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체력적인 안배라고 보기 어려웠다. 9점차라고 해도 3회였고, 체력 안배였다면 이닝이 끝난 뒤나 다음 타석이 끝난 뒤 교체해도 됐다. 결국 정황상 분위기 쇄신 차원, 조금 더 나아가면 문책성 교체라는 게 설득력이 있다.

이건욱의 책임도 컸다. 4일 휴식 후 등판에서 구위가 좋을 때만 못한 게 결정적이었고, 게다가 포수가 원하는 코스에 공을 넣지 못했다. 그렇다고 구종 구사 비율이 이전 경기들과 크게 달랐던 것도 아니다. 포수 탓만 하는 것은 옳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박 대행은 그런 상황에서도 포수에게도 같이 책임을 물었다. 

심우준 장성우에게는 모두 초구 패스트볼이 피홈런으로 이어졌다. 벤치에서 볼 배합 미스로 여길 수 있는 부분이다. 폭투로 실점을 내주기도 했다. 이처럼 실점이 정신없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분위기를 바꾸기 위한 박 감독대행이 채찍을 꺼내든 것이다.

이재원은 올 시즌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열심히 준비를 했지만, 개막 3경기 만에 투구에 손가락을 맞아 골절상을 당하는 불운이 있었다. 재활 후 급히 1군에 올라오느라 성적만 더 까먹은 채 다시 2군에 내려가기도 했다. 다시 담금질을 거쳐 1군에 복귀했으나 공·수 모두에서 박 감독대행의 높은 기대치를 채우지는 못하고 있다.

그러나 1군 복귀 후 특별한 몸에 문제가 없는 이상 이재원을 주전으로 쓰는 박 감독대행의 메시지는 비교적 명확해 보인다. 역시 책임감을 가지고 팀을 이끌라는 주문이 읽힌다. 이재원이 박 감독대행의 기대에 부응할 때 SK는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이날의 교체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도 주목된다.

스포티비뉴스=수원, 김태우 기자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