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일 광주 LG전에 앞서 선물을 교환하고 있는 류중일 LG 감독(왼쪽)과 맷 윌리엄스 KIA 감독
[스포티비뉴스=광주, 김태우 기자] “메이저리그는 감독들끼리 잘 안 만난다고 하더라고. 한국은 선후배 문화도 있고, 그런 점에서 다르다고 이야기를 했죠”

류중일 LG 감독은 맷 윌리엄스 KIA 감독을 처음으로 만났을 때 한국 야구에서의 관습을 설명했다. 윌리엄스 감독도 선수와 감독으로 미국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인사지만, 동양을 접하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야구는 미국이나 한국이나 다 똑같은 룰에서 진행된다. 경기장 안에서는 별다른 차이점이 없다. 그러나 경기 밖에서는 문화가 조금 다르다.

류 감독의 설명을 들은 윌리엄스 감독은 자신을 한껏 낮추고 9개 구단 감독들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냥 가기는 좀 그러니, 와인을 하나씩 선물하며 예의를 갖췄다. 오히려 당황한 것은 나머지 9개 구단 감독들이었다. 9개 구단 감독들도 사실 외국인 감독과 자주 상대해본 것은 아니었다. 윌리엄스 감독보다 나이가 어린 감독들도 상당히 많다. 적절한 수준에서의 답례를 생각하기 시작했고, 그것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감독들도 나름대로 ‘고민’을 거듭한 끝에 답례품을 골랐고, 이것이 팬들 사이에서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강철 kt 감독이 처음으로 답례를 계획했다. 이 감독은 수원 지역의 대표 음식인 수원 왕갈비 세트를 선물했다. 

그 뒤 선물은 주로 ‘주류’였다. 손혁 키움 감독은 소곡주, 허삼영 삼성 감독은 감곡주, 김태형 두산 감독은 자신의 얼굴이 박힌 지난해 우승 기념 소주, 최원호 한화 감독대행은 대형 인삼주를 답례품으로 골랐다. 허문회 롯데 감독은 부산 지역의 대표 음식인 ‘어묵 세트’를 선물했다. 술과 안주(?)가 두루 윌리엄스 감독의 손에 들어간 것이다.

술을 많이 선물 받았으니, 건강을 챙기라는 감독도 등장했다. 돌고 돌아 차례가 온 류중일 LG 감독은 LG생활건강에서 제작해 인기가 높은 홍삼 엑기스를 윌리엄스 감독에게 건넸다. “술을 많이 드시지 말고, 하루에 하나씩 챙겨 드시라”는 덕담도 함께였다. 술, 안주, 그 다음 건강식품까지 받아서 그런지 윌리엄스 감독도 큰 미소를 지었다. 류 감독은 "한 달 정도분인데 필요하면 또 사드리겠다"고 껄껄 웃었다.

9개 구단 감독들의 답례품도 모두 성의와 재치가 있었다. 나름대로 모두의 고민을 느낄 수 있다. 한편으로 그런 과정을 만들어낸 이는 오히려 ‘외국인’인 윌리엄스 감독이라는 것이 더 흥미롭다. 사실 KBO리그 감독들은 매일 경기장에서 전쟁을 치르는 사이다. 다 모일 기회는 1년에 몇 안 되는 감독자 회의나 시즌 뒤 열리는 골프 대회 정도다. 류 감독은 “감독들이 시리즈 때 만나 인사를 하는 것도 사실 얼마 되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윌리엄스 감독의 와인 투어 덕에 한 번씩 더 만나 대화하고, 서로의 고충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졌다. 어쩌면 KBO리그 역사에 처음일지도 모를 광경이다. 감독들의 사이를 돈독하게 하고, 또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어느 쪽으로든 의미가 나쁘지 않다. 

스포티비뉴스=광주,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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