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삼영 삼성 라이온즈 감독 ⓒ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그라운드 상태가 안 좋아서 시작을 안 했으면 하는 마음이었죠."

삼성 라이온즈는 5일 잠실야구장에서 두산 베어스와 '우중 혈투'를 펼쳤다. 오후 5시 전까지 폭우로 내야는 물론 외야까지 물웅덩이가 생겼고, 자연히 그라운드 정비 작업이 늦어져 오후 6시 30분에서 1시간 지연된 오후 7시 30분 지연 개시됐다. 이미 1시간을 기다린 가운데 2회초를 앞두고 비로 40분 동안 중단됐고, 9회초  1사 강민호 타석 볼카운트 1-1에서 한번 더 비로 30분 동안 중단돼 모두 130분을 기다렸다. 경기는 오후 11시 52분 9회 2-2 강우 콜드 무승부로 끝났다. 

허삼영 삼성 감독은 6일 취재진과 만나 "두산도 힘들었을 것이다. 가장 힘든 것은 선수들이다. (기다리면서) 몸이 식고, 다시 몸에 열을 올리기 위해서 에너지를 내야 한다. 비 오는 날 야구 하는 것을 사실 선수들은 기피한다. 부상 위험에 노출되고, 타구 속도가 빨라지고, 미끄러워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쨌든 시작한 경기니까 해야 했다. 그라운드 상태가 안 좋아서 시작부터 안 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시작한 뒤로는 승패를 가려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는데, 다행히 9회까지 진행이 됐다"고 덧붙였다. 

결국 비의 영향으로 부상자도 생겼다. 선발투수 최채흥이 수비 과정에서 그라운드 잔디 물기에 영향을 받아 허리를 다쳤다. 최채흥은 2이닝 2실점을 기록하고 김대우와 교체됐다. 

허 감독은 "최채흥이 1루수 이원석에게 타구가 갔을 때 (최채흥이) 공을 잡고 3루로 송구한 장면이 있었는데, 그때 허리에 부담이 간 것 같다. 잔디에 물기가 있으니까. 최채흥은 괜찮다고 하는데 컨디셔닝을 하고 캐치볼까지 진행한 뒤에 정확한 몸 상태를 보고 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안타 12개로 2점을 뽑은 것과 관련해서는 "잔루가 13개가 나왔다. 감독은 할 말이 없다. 선수를 탓하기보다는 내 운영에 실수가 있다고 본다. 환경이 불편한 가운데 선수들이 열심히 잘 뛰어줬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결과에) 마음이 무거웠다"고 했다. 

한편 김태형 두산 감독은 빗속 경기 진행과 관련해 "정답이 없다. 비가 안 올 때 경기 감독관은 취소할 수 없다. 취소했는데 비가 안 오면 또 말이 나오고, 강행했는데 어제(5일) 같은 상황이면 또 그렇다. 일단 경기 감독관이 판단해서 경기를 하면 이후에는 문제 제기는 나오지 말아야 할 것 같다. 그러면 감독관은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 경기한다고 마음 먹으면 못할 것도 없지만, 사실 선수들이 경기가 1시간씩 지연돼서 기다리고 그래야 하면 안 했으면 좋겠다. 그래도 정답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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