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IA 마운드의 미래임을 증명하고 있는 정해영 ⓒKIA타이거즈
[스포티비뉴스=광주, 김태우 기자] 맷 윌리엄스 KIA 감독은 5일 광주 LG전을 앞두고 팀 핵심 셋업맨 박준표의 공백을 어떻게 메울 것인지에 대한 구상을 설명하고 있었다. 기본적으로 상황에 맞게 투수 운영을 하겠다고 한 윌리엄스 감독은 한 신인투수의 이름을 꺼내들었다. 우완 정해영(19)이었다.

윌리엄스 감독은 “6~8회에 적절한 상황이 되면 정해영도 필승조로 쓸 수 있다”고 예고했다. 올 시즌 성적이 이런 결정을 뒷받침하고 있었다. 7월 1일 한화전에서 1군 데뷔전을 가진 정해영은 6일까지 14경기에서 14⅓이닝을 던지며 2승1홀드 평균자책점 1.26의 뛰어난 성적으로 자신의 데뷔 시즌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다. 1차 지명자의 진가를, 구단의 예상보다 더 빨리 과시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 정해영을 지켜보는 눈은 또 있다. 바로 아버지인 정회열 전 KIA 2군 감독이다. 해설위원 아버지가 선수 아들을 보는 제법 특별한 일도 만들어졌다. 정회열 전 감독은 LG유플러스(부회장 하현회) 프로야구 전용 앱인 'U+프로야구'에서 4일부터 6일까지 LG 트윈스와 KIA 타이거즈전을 놓고 실시간 채팅을 하며 응원하는 편애중계에 해설위원으로 데뷔했다. 공교롭게도 4일과 5일 경기에 아들인 정해영이 모두 등판해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부담이 됐을까. 아들이 등판하자 정 해설위원은 처음에는 말을 아꼈다. 오히려 임용수 캐스터와 동기이자 LG를 담당한 이병훈 해설위원이 분위기를 띄우기 시작했다. 그러자 정 해설위원의 입도 풀리기 시작했다. “정해영 선수”라고 지칭한 아버지는, 정해영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프로 세계에서 싸우고 있는 아들에게 한 조언 등을 담담하게 풀어나가며 시청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LG 타자들을 연속 삼진으로 잡아낼 때는 목소리가 약간 떨렸다. 그러나 이내 침착함을 찾아 다시 해설을 이어 나갔다. “강하게 던지는 것보다는 더 정확하게 던져야 한다”고 조언 또한 아끼지 않았다. 그는 해설을 할 때도, 그리고 기자와 이야기를 할 때도 한 번도 “해영이”라고 하지 않았다. 시종일관 “정해영 선수”라고 했다. 프로선수 아들을 존중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정 해설위원은 “아들이 나오는 게 떨리지는 않았다. 오히려 해설을 하는 게 더 떨렸다”고 껄껄 웃으면서도 “사실 (정해영의) 첫 경기부터 3경기까지는 상당히 긴장을 했다”고 어쩔 수 없는 아버지의 마음을 털어놨다. 오히려 아들이 먼저 전화를 걸었다. 해설위원 데뷔전을 가진 아버지를 격려했다고 했다. 정 해설위원은 “‘아빠, 떨지 말고 해. 이왕이면 선수들에게는 좋은 말만 해주세요’라고 하더라”고 다시 웃어보였다.

정 해설위원은 해설 중 애정 어린 조언을 하기도 했다. 여기서 만족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20이닝과 60이닝이 중요하다”고 했다. 정 해설위원은 “2군을 맡아봤지만 타격도 600타석 정도, 즉 거의 두 시즌 정도는 봐야 한다. 그런 기준이 있듯이 투수도 20이닝 정도 순항을 하면 인정도 받고, 리그에서 어느 정도 공이 통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 달에 10이닝씩 6개월을 던지면 60이닝이 된다. 그런 중간투수의 기준을 이야기한 것”이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정 해설위원은 급하게 생각하지 말 것도 주문했다. 그는 “1차 지명을 받았지만, 처음에 구단에서는 미래를 위해 더 만들어 준비해서 2~3년 뒤에 쓰겠다는 구상이 있었다”고 초심을 되짚은 뒤 “욕심이야 바로 해주면 고맙겠지만, 빨리 적응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아빠 웃음을 숨길 수는 없었다. 그는 ‘정해영 선수’가 대견하다고 했다. 

“정해영 선수가 10이닝을 조금 넘게 던졌는데 구위도 계속 좋아지고, 연투도 해보면서 영역을 넓혀가는 것 같습니다. 더 발전해나가는 모습이 대견하고, 미래는 저도 기대가 되고 또 궁금합니다. 정해영 선수가 마음이 여리고 착한 편이다. 심성은 좋게 쓰고, 경기장에서는 동료들을 배려하되, 야구장에서는 독기를 품고 했으면 좋겠어요. 자신은 경기장에서 떨린다는 데 옆에서 볼 때는 그렇지 않게 보이더라고요. 더 지켜봐야죠(웃음)”

스포티비뉴스=광주,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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