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회 아쉬운 실책으로 역전패의 빌미를 제공한 두산 오재원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김태우 기자] 오재원(36·두산)은 KBO리그 내야수 중 가장 머리가 뛰어난 선수 중 하나로 뽑힌다. 가끔 기발한 플레이로 상대 타자들을 얼어붙게 하기도 한다.

7일 잠실 롯데전에서도 ‘그럴 뻔’ 했다. 이날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된 오재원은 6회 오재일을 대신해 주자로 투입된 뒤, 7회부터 2루 수비를 맡았다. 상황이 벌어진 것은 4-0으로 앞선 8회였다. 선두 한동희가 볼넷을 골랐다. 이어 마차도가 초구를 공략해 타구를 오재원 쪽으로 날렸다.

느린 타구는 아니었지만, 정면이었다. 그냥 잡을 수도 있는 타구. 1루 주자 한동희도 황급하게 1루로 귀루하는 상황이었다. 여기서 오재원이 꾀를 냈다. 직선타로 잡기 보다는 바운드를 기다려 두 명을 모두 잡아내겠다는 생각을 순간적으로 실행에 옮겼다. 사실 오재원 정도의 베테랑과 수비력을 갖춘 선수이기에 생각할 수 있었던 상황이기도 하다.

바운드 처리는 잘 됐다. 이제 1루에 공을 던져 타자 마차도를 잡아내고, 1·2루 사이에 걸릴 한동희만 잘 몰아가면 한꺼번에 아웃카운트 두 개가 올라갈 수 있었다. 최상의 상황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실수가 나왔다. 주자에게 1루수가 가려서 그런지, 잠시 망설인 오재원의 송구는 옆으로 샜다. 1루수 최주환이 잡기 어려운 송구였다.

최소 1사 1루, 최상의 경우 2사 주자 없는 상황이 무사 1,2루로 돌변했다. 오재원도 씁쓸한 듯 고개를 숙였다. 위기가 시작됐다. 흔들린 박치국이 안치홍에게 우중간 2루타를 맞고 실점했다. 홍건희가 급히 투입됐고, 홍건희는 김준태에게 희생플라이 하나를 내줬으나 김재유룰 우익수 뜬공으로 잡아내고 아웃카운트를 늘렸다. 원래라면 여기서 이닝이 끝났어야 했다.

그러나 아직 2사였고, 홍건희는 정훈 손아섭에게 연속 볼넷을 내줬다. 4-2, 2점 리드였으나 아무래도 어렵게 승부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전준우에게 역전 만루 홈런을 맞고 주저 앉았다. 이미 이닝이 끝났어야 할 상황에서 역전을 허용한 두산은 결국 8회에만 7실점을 하고 무너졌다. 결국 경기도 4-8로 졌다.

전준우의 홈런을 허탈하게 쳐다본 오재원은 이닝이 끝난 뒤 고개를 숙인 채로 더그아웃으로 들어와야 했다. 후배들이 위로했지만 이미 7실점을 한 뒤였다. 4점 리드였다는 상황에서 조금 더 안전하게 갔어도 누가 뭐라할 사람은 없었다. 잘하고 싶은 욕심이 부른 비극이었다.

반대로 최근 기세가 좋은 롯데는 수비 집중력에서도 완승했다. 실책 하나 없는 군더더기 없는 수비가 이어졌다. 4회에는 1사 1루에서 그림 같은 수비를 만들기도 했다. 허경민의 중전안타성 타구를 유격수 마차도가 건져낸 뒤 2루수 안치홍에게 글러브 토스했고, 안치홍은 맨손 캐치로 병살 플레이까지 만들어내며 롯데 팬들의 환호를 불러일으켰다. 메이저리그 하이라이트에서나 볼 수 있는 플레이였다.

안치홍은 8회 최주환의 타구도 점프 캐치로 잡아냈고, 손아섭은 8회 김재호의 타구를 슬라이딩 캐치로 걷어내기도 했다. 기세가 산 롯데는 공수 모두에서 무서운 팀이었고, 두산과 오재원은 주말 3연전 첫 경기에서 이를 뼈저리게 실감했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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