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좌완 유희관(왼쪽)과 장충고 우승을 이끈 후배 박태강 ⓒ 한희재,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목동, 김민경 기자] "기회가 되면 학교에 가서 내 노하우도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죠. 우수투수상도 받았으니까 글러브를 선물하면 어떨까 해요."

두산 베어스 좌완 유희관(34)이 장충고의 창단 첫 청룡기 우승을 이끈 2학년 좌완 박태강(17)에게 축하 인사를 남겼다. 박태강은 11일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75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광주동성고와 결승전 6-3으로 쫓긴 2회초 1사 만루 위기에 등판해 5⅔이닝 105구 2피안타 6사사구 7탈삼진 1실점(비자책점) 호투로 9-7 승리를 이끌었다. 

대회 내내 마운드를 지켰다. 박태강은 32강전부터 결승전까지 5경기에 모두 나서 2승, 15⅓이닝, 6실점(평균자책점 3.52)을 기록했다. 세광고와 준결승전에서 5이닝 2실점으로 승리(5-4 승)를 챙긴 데 이어 결승전 승리까지 책임지며 대회 우수투수상을 수상했다.  

송민수 장충고 감독은 우승 후 박태강을 이야기하며 제자 유희관을 떠올렸다. 송 감독은 유희관이 서울이수중-장충고에 재학할 때 코치로 인연을 맺었다. 중앙대 선후배 사이기도 하다. 

송 감독은 "(박)태강이는 (우타자) 바깥쪽으로 빠지는 싱커와 슬라이더가 강점이다. 구속이 빠르진 않지만, 제자 중에서는 유희관과 비슷한 스타일이다. 이번 대회에 믿는 투수였다. 긴장한 나머지 인창고(32강전) 경기 때는 안 좋았지만, 장안고(16강전), 세광고(준결승전)와 경기에 나서면서 자신감을 얻었고 보약이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유희관은 프로 무대에서 후배들에게 충분히 귀감이 될 수 있는 커리어를 쌓았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 연속 10승을 달성했고, 올해는 8년 연속 10승에 도전하고 있다. 개인 통산 94승으로 두산 좌완 역대 최다승 기록 보유자이기도 하다. 6승만 더하면 100승 고지도 밟는다.

박태강은 "유희관 선배께서 공 던지는 것을 보고 많이 배우고 느끼고 있다. 유희관 선배처럼 던지고 싶다. 제구력을 닮고 싶다"고 답하며 미소를 지었다. 

▲ 청룡기 우승 메달을 목에 건 장충고 2학년 투수 박태강 ⓒ 목동, 김민경 기자
유희관은 11일 삼성 라이온즈전 선발 등판을 위해 일찍이 대구에 내려와 있었다. 선발 등판 하는 날은 늦게까지 푹 자며 컨디션을 관리하는 편인데, 이날은 후배들을 응원하기 위해 오후 1시부터 TV 중계를 시청했다. 광주동성고 출신인 동료 투수 윤명준(31)과 간식 내기를 하며 각자 모교의 우승을 응원했다.

스포티비뉴스와 연락이 닿은 유희관은 "선배들이 하지 못한 대단한 일을 후배들이 해서 자랑스러웠다"고 먼저 축하 인사를 남겼다. 이어 "박태강 선수의 투구도 당연히 지켜봤다. 2학년이라고 들었는데 정말 잘 던지더라. 조금 더 제구가 잡히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은 했는데, 결승이라 떨려서 그런지 다른 선수들도 4사구가 많았다. 던질수록 점점 제구가 잡히는 게 보였다"고 이야기했다. 

박태강에게 글러브를 선물하겠다고 약속했다. 유희관은 "기회가 되면 학교에 가서 내 노하우를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 우수투수상을 받았으니까 글러브를 선물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후배의 고민에 진심 어린 조언도 남겼다. 박태강은 "구속을 더 끌어올려야 프로에 갈 수 있다. 지금은 잘 나오면 시속 130km 중반대까지 나오는데, 청룡기에서는 구속이 잘 안 나왔다. 시즌 끝나면 웨이트트레이닝을 해서 구속을 더 끌어올려 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유희관은 "아직 어리니까 잘 먹고, 잠 많이 자고, 체력이 붙으면 더 잘 던질 수 있을 것이다. 지금보다 힘이 더 붙으면 더 좋은 투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2학년이니까 내년이 더 중요한 시간이 될 텐데, 우승이라는 좋은 경험을 했으니까 더 성장할 것"이라고 격려했다. 

유희관은 앞으로 선배로서 꾸준히 후배들을 향한 관심을 놓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학교에 자주 가고 싶다. 후배들과 자주 보면 좋은데, 나이 차도 이제 많이 나서 잘 모르는 후배들이 많다. 그래도 꾸준히 모교 경기 중계가 있으면 지켜보고 있으니까 계속해서 좋은 성적을 내줬으면 좋겠다. 선배들은 늘 응원하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스포티비뉴스=목동,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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