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SF8' 미디어간담회의 민규동 노덕 이윤정 한가람 장철수 오기환 감독. 제공|MBC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방송과 영화, OTT가 손잡은 SF 프로젝트 'SF8'이 드디어 지상파에 공개된다.

시네마틱 드라마 'SF8'(에스 에프 에잇)의 미디어간담회가 13일 오후 서울 상암동 스탠포드호텔에서 열렸다. 14일 TV 첫방송을 앞두고 열린 이날 간담회에는 8명의 연출자 가운데 김의석, 안국진 감독을 제외한 민규동, 노덕, 오기환, 이윤정, 장철수, 한가람 감독이 참석했다.

8명의 영화감독이 만든 8편의 SF 옴니버스 'SF8'은 MBC와 DGK(한국영화감독조합)가 공동 기획하고 DGK와 수필름이 공동 제작한 프로젝트다. 부천영화제에서 상영되는 한편, 지난 7월 12일 OTT 플랫폼 웨이브에서 서비스를 시작했고, 14일부터는 MBC 드라마로 전파를 탄다. 'SF8'은 영화와 드라마란 콘텐츠의 경계를 허물고, 방송과 OTT, 영화제를 오가며 플랫폼을 넘나든다. 장르와 콘텐츠, 유통방식의 경계를 허문 실험으로 주목받았다.

총괄 기획을 담당했으며 'SF8' 8편 중 '간호중'을 연출한 민규동 감독은 "드라마 연출자로 데뷔하면 (드라마PD) 협회에 가입할 수 있나?"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그는 "영화를 개봉했을 때는 그날 아침부터 댓글과 영화평이 핵폭탄처럼 떨어진다. 그 순간 실시간 예매율을 모든 스태프와 배우들이 하루종일 확인한다. 관객과 만남이 굉장히 집중적"이라고 말했다. 

민 감독은 "(OTT 웨이브를 통해 'SF8'을) 공개한지 1달이 됐는데 이렇게까지 세상과의 인터랙션이 없다. 어떻게 보는지 모르겠고 댓글도 없고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봤는지 알 수 없는 독특한 경험을 한다"면서 "TV로 방송되면 어떤 때보다 직접적인 인터랙션, 아침에 온다는 시청률을 받으면서 다른 경험을 하게 될 수 있을 것 같다. 소비자들도 다르게 공존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증강 콩깍지'를 연출한 오기환 감독은 "'SF8' 여덟 작품 중 가까움과 가벼움을 담당하고 있다. 가까운 미래가 배경이고 스토리가 가볍다. 아무래도 OTT를 찾아서 보는 분들과 방영돼서 보는 분들 수용자가 다를 것 같다. 웨이브보다 MBC가 저한테 유리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오 감독은 "어떤 영상을 만들든 다양한 윈도우에서 다양한 인터뷰를 하는 시대가 있을 것이다. 저의 개인적 소회나 감정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이런 걸 조만간 겪게 될 것이라는 새로운 시대의 신호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하얀 까마귀'의 장철수 감독은 "방송 앞두고 기대와 두려움이 있다. 불특정한 다수가 보고 즐긴다면 어떨까하는 기대, 시청률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면서 "드라마 작가님 이야기 들으면 굉장히 공포스럽다고 하더라. 어떻게 나올까 우려도 된다. 잘 나와서 방송사에도 도움이 됐으면 하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장 감독은 "엄청 디테일하고 밀도높게 찍으려고 노력했다. 극장보다 집중하기 어려운 환경이지만 방송할 때 집중많이 해서 봐주셨으면 한다"고 부탁했다.

▲ 'SF8' 메인 포스터. 제공|MBC
한국형 SF의 새로운 실험이라는 점도 'SF'를 주목하게 하는 이유다. 오기환 감독은 "SF는 미제 초콜릿 같은 느낌이었다. 먹고 싶은데 우리 나라에 없고 버터 냄새가 나는 듯한. 요즘은 대한민국이 가격대비 최고다. 이젠 스토리도 있다. 수많은 SF 작가들이 문화적 토양을 심었다. 기술과 문화적 토양이 합쳐진 시점이 2020년이다. 기술력과 아이디어가 합쳐지면서 드디어 한국형 초콜릿이 만들어졌다고 보시면 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웨이브 공개 한 달이 된 'SF8'은 2주 만에 누적 관람 30만 회를 기록하는 등 실험적 장르, 저예산에도 불구하고 의미있는 성적을 내며 호평을 얻었다. 경계를 허문 콘텐츠로 SF장르를 표방했지만 편당 제작비가 드라마 한 회에 미치지 못하고, 코로나19 상황에서 표준계약을 지키며 만들어낸 작품이라는 점에서 더욱 평가받을 만하다. 

민규동 감독은 "처음부터 이같은 실험이 어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다. 꼭 'SF8'이 아니더라도 '호러8'이나 '로코8'이 될 수도 있다"면서 "주변 많은 기획자, 창작자들이 새로운 도전을 해나가는 과정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안준식 MBC IP전략부장은 "시청률로 작품 우열을 평가할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 "후속과 스핀오프 모두 열어두고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간호중' 민규동 감독 

간병로봇이 일상화된 시대 가족의 이야기. 안락사-존엄사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극장 개봉을 전제하지 않고 관객을 만난다는 것이 독특한 경험이었다. 큰 사이즈가 아니다보니 작아진 만큼 다른 텍스트라고 생각하고 촬영하다보니 다른 감각세포가 깨어나는 것 같았다.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이 어느 때보다 자유로웠다. 감독님들이 자신의 연출방향이 그렇게 흔들리지 않은 채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 가장 어려운 제작 여건에서 가장 비용이 많이 들 수 있는 SF를 만드는, 새로운 룰 속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드는 게임이 주는 신선함이 있었다."

◆'만신' 노덕 감독

운세 어플이 예지와 가깝게 높은 적중률을 보일 때 어떤 일이 벌어질까를 두고 두 인물을 따라가는 이야기 

"자연스럽게 운명이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됐다. 운명이 존재하나, 미래는 정해져 있나, 자유 의지는 어디까지인가 질문을 던지며 영화를 만들었다…. 영화와 가장 큰 차이점이었다면 경험해보지 못했던 편성의 압박이라 할까. 영화는 뒤가 막혀있지 않은 스케줄에서 작품이 진행됐다면, 편성이 잡힌 가운데 하다보니 장단점이 있더라. 대중을 많이 만날 것이라는 설렘과 책임감도 있었다. 변해가는 과정에 적응해가는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우주인 조안' 이윤정 감독

미세먼지로 뒤덮인 시대 경제적 이유로 수명이 100세와 30세로 나눠진 미래를 배경으로 반짝반짝한 젊은이의 이야기를 다룬 퀴어 멜로 청춘 성장물. 

"시대가 아무리 우울해도 청춘은 빛이 난다는 걸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표현하려 했다. 어느 시대든 존재하는 아름다운 사랑이 남았으면 좋겠다….   현장은 2가지가 달랐다. 완전한 자유를 주신 것이 생경했다. 시나리오도 아무 말씀이 없었고, 촬영장에도 편집실에도 오지 않는 제작사와 투자사가 있다는 게 관객에 집중하며 작업할 수 있게 돼 좋았다. 제안받은 길이 안의 서사는 이전에 해보지 않은 작업이라 도전이었다."

◆'블링크' 한가람 감독 

뇌 속에 인공지능을 이식한 채로 같이 살인사건을 파헤쳐 가는 형사의 이야기. 인공지능을 싫어하는 형사와 인정받고 싶은 AI의 버디물. 

"백중이 원작 제목이다. 원작소설에선 AI를 귀신같이 낯선 존재로 그려서 개성있다고 생각했다. 각색하다보니 낯설다고만은 생각이 들지 않아서 좋은 방향으로 공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각색하게 됐다…. 'SF8'이 영화 학교를 졸업하고 처음 만든 영화다보니, 기본 상업영화를 어떻게 만드는지 모르기에 차이점을 잘 모르겠다. OTT를 통해 평소에도 영화를 많이 봤다. 어디서도 영화를 볼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만들었다."

◆'하얀까마귀' 장철수

인기 스타 BJ가 과거 조작 논란을 타파하기 위해 참가한 게임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크게 보면 왕따 문제를 다루고 있다. 소재로 접근하지 않고 근본적인 원인이 뭘까 탐구해보고 싶었다…. 방송도 되는 작품을 찍는다고 하니까 주위 반응이 좋아 새로웠다. 기대감이 크더라. 짧은 시간 안에 준비부터 촬영까지 끝내야 하는 것이 영화하는 것보다 훨씬 창의력을 샘솟게 했다. 시나리오부터 투자 작업까지가 굉장히 길어서 그 안에서 지킨 경험이 있는데, 이번 작업은 순간적으로 물고기를 낚아채듯이 순발력있게 진행돼서 좋은 경험이었다." 

◆'증강 콩깍지' 오기환 

짐콩이란 가상 미팅 앱에서 다른 얼굴로 만난 두 사람이 시스템이 다운되어버린 뒤 그 관계는 어떻게 될까. 

"코로나 이전부터 '각자도생'는 키워드를 갖고 있었다. 모두 각자 살 길을 찾아야 한다. 이런 시대에 인간은 어떻게 연결될 것인가. 어떻게 사랑을 할까 간단한 질문을 던져 봤다. 우리 사회에 근접했지만 인식하지 못하는 세상의 변화를 체크해야 한다. 다들 점검해봐야 하지 않느냐. 그것이 기획의도다. 영화 드라마 구분이 없는 '영상'을 제작하는 시대가 된 첫 해인것 같다. 그 과정에서 우리 프로젝트가 남긴 좋은 미덕 하나는 MBC의 인내, 감독조합의 태도 사이 존중과 배려가 있어서 여기까지 온 것 같다. 앞으로도 미디어가 합종연횡을 하며 다양한 영상 작품을 만들게 될 텐데 이번 작품이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편 'SF8' 8편은 오는 14일부터 매주 금요일 오후 10시 MBC를 통해 방송된다.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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