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안84.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웹툰 작가 기안84가 여성혐오(여혐) 논란에 휘말렸다. 그는 구설에 오른 장면을 수정하고 사과문까지 발표했다.  

기안84는 웹툰 '복학왕' 304화 '광어인간' 2화 말미에 "작품에서의 부적절한 묘사로 다시금 심려를 끼쳐드려 정말 죄송합니다"라며 사과문을 추가했다. 논란이 된 것은 최근 연재를 시작한 '복학왕-광어인간'의 한 부분. 무스펙에 일처리도 잘 하지 못하는 여주인공인 인턴 봉지은이 회식 자리에서 팀장으로부터 키조개 손질할 사람이 없느냐는 이야기를 듣자 그 자리에서 누워 본인 배에 조개를 올린 뒤 길쭉한 물건으로 찍어 깨뜨리는 묘사가 돼 있다. 

'학벌, 스펙, 사회성으로 무장한 다른 경쟁자들의 생존 전략 앞에, 봉지은은 완전히 새로운 생존 전략을 들이댔다'며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학벌이나 스펙, 노력, 그런 레벨의 것이 아닌'이란 문구도 추가됐다. 이어 '봉지은, 기안그룹 최종 합격'이라는 설명과 함께 여주인공은 정직원 입사에 성공하게 되고, 이후 그녀는 상사와 교제하는 사이로 묘사된다. 

이를 두고 일부 네티즌은 능력 없는 봉지은이 남자 상사에게 성접대를 하고 취업에 성공했다는 내용을 암시하는 내용이라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기안84가 고정 출연 중인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 게시판에도 기안84를 비난하는 글이 이어졌다. '표현의 자유' '옳은 이야기만 써야 하느냐'는 반론도 있다. 

해당 웹툰 연재를 중지해 달라는 청와대 청원까지 나왔다. 청원인은 '복학왕'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자신을 기안84의 웹툰을 즐겨 보는 학생이라고 소개하며 "이번에 올라온 웹툰 여주인공이 본인보다 20살이나 많은 대기업 팀장과 성관계를 해 대기업에 입사한다는 말도 안 되는 내용을 희화화해서 그린 장면을 보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청원인은 "인기있는 작가인 만큼, 다양한 연령대의 독자들이 볼 것이라 생각이 든다. 여자는 성관계를 하여 취업을 한다는 내용이 사회를 풍자하는 것이라는 댓글이 수두룩하다. 전부터 논란이 꾸준히 있었던 작가이고, 이번 회차는 그 논란을 뛰어넘을 만큼 심각하다고 생각이 들어 청원 게시판에 올리게 됐다"고 우려했다.

▲ 기안84. ⓒ곽혜미 기자
논란이 불거진 뒤 기안84는 웹툰 내용을 일부 수정했다. 해당 장면은 봉지은이 테이블에 놓인 대게를 벽돌로 내리치는 것으로 바뀌었다. 네이버 웹툰은 "작품으로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사과하며 "앞으로 다양한 사안들에 대해 작가들에게 환기하고 작품에 대해서도 계속 긴밀하게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기안 84 역시 직접 사과문을 게재했다. 그는 "지난 회차에서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봉지은이 귀여움으로 승부를 본다는 설정을 추가하면서, 이런 사회를 개그스럽게 풍자할 수 있는 장면을 고민하다가 귀여운 수달로 그려보게 됐다"며 "수달이 조개를 깨서 먹을 것을 얻는 모습을 봉지은이 물에 떠 있는 수달로 겹쳐지게 표현해보자고 했는데 이 장면에 대해 깊게 고민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기안84는 이어 "캐릭터가 귀여움이나 상사와 연애해서 취직한다는 내용도 독자분들의 지적을 살펴보고 대사와 그림도 추가 수정하였다"며 "더 많이 고민하고 원고 작업을 했어야 했는데, 불쾌감을 드려 독자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많은 분들이 관심 가져주시는 만큼, 원고 내 크고 작은 표현에 더욱 주의하도록 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한편 '나 혼자 산다' 측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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