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배영수 2군 투수 코치의 SNS는 이천베어스파크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선수들의 사진으로 가득하다. ⓒ 배영수 코치 SNS
[스포티비뉴스=이천, 김민경 기자] "1군 씹어먹자!", "별명은 두산 원종현(NC)", "선수 응원 부탁드려요!"

두산 베어스 배영수 2군 투수 코치(39)의 개인 SNS는 약 2주 전부터 2군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젊은 투수들의 사진첩이 됐다. 재미 삼아 훈련이 끝난 뒤 선수의 사진을 직접 찍어 올리기 시작했다. 배 코치는 사진과 함께 선수 이름과 주특기를 소개하고 애정이 담긴 응원 문구를 함께 올린다. 사진 한 장, 한 장이 '이천 일기'인 셈이다.

두산 2군 훈련지인 이천베어스파크에서 만난 배 코치는 "재미 삼아서 시작했다. 내가 그래도 젊으니까(웃음). 이런 친구가 열심히 하고 있다고 알릴 수도 있고, 선수들이 커 가는 것도 볼 수 있는 것 같아서 시작했다. 이 선수들이 1군에 가서 잘 던지면 (팬들이) '아 이 친구구나' 알 수도 있으니까"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선수들도 흥미로워하고 있다. 배 코치는 "반응이 좋다. 재미있어한다. 부끄러워하는 친구도 있어서 반반인 것 같긴 하다. 2군 엔트리에 있는 선수들은 다 해줄 생각인데, 연습 끝나고 사진을 찍어야 해서 바쁘다(웃음). 시간 날 때마다 조금씩 해보려고 한다"고 이야기했다. 

소통할 때는 친근한 형처럼 다가가지만, 훈련할 때는 엄하게 선수들을 대한다. 최근 2군에서 재정비 시간을 보낸 사이드암 박치국(22)은 배 코치가 강조한 하체 훈련을 열심히 한 게 큰 도움이 됐다고 이야기했다. 

배 코치는 "나한테 걸리면 끝까지 간다. 다시는 2군에 내려가면 안 되겠구나 느끼게 해준다. (박치국이) 안 내려오지 않나"라고 답하며 호탕하게 웃었다. 

이어 "하체 훈련이 아니고 투구 기본 훈련이다. (박)치국이랑 (이)형범이, (김)강률이, (윤)명준이도 다 시켰다. 이 친구들은 한 번 잡히면 쓰러질 때까지 시킨다. 강률이는 8분, 치국이는 12분, 명준이는 7분, 형범이는 13분을 버텼다. 형범이가 제일 잘 버티긴 하더라. 공을 잡고 중심 이동을 하는 훈련인데, 오치아이 코치님께 배운 방법이다. 일본도 미국도 상체보다는 하체 위주 투구를 선호하는 편이다. 될 수 있으면 무게중심을 낮게 잡으려 한다. 치국이는 사이드암이라 하반신을 많이 쓰니까 집중적으로 시켰고, 형범이도 상체가 높은 스타일이라 조금 더 잡아주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아직 2군에 머물며 다듬을 것이 많은 젊은 투수들은 더욱 강도 높은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배 코치는 "코치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도와주는 사람이다. 어떻게 하면 더 빨리 한 발짝 나갈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도와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2군에서 성과를 내야 1군에 갈 수 있으니까. 한번씩 강하게 말하기도 하고, 풀어줄 때는 풀어주면서 강약 조절을 하고 있다. 하루하고 포기하는 게 아니라 쓰러지면 일으켜 세워서 다시, 다시 한다. 선수 폼은 가능한 존중 해주면서 고칠 것은 정확히 고치고 다음으로 넘어가려고 하고 있다. 처음은 힘드니까 피하는데 좋아지는 것을 스스로 느끼면 선수들이 따라 하기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술 훈련을 할 때는 집중하지 않으면 나가라고 한다. 벌써 많이들 훈련하다가 쫓겨났다(웃음). 기술 훈련할 때만큼은 집중해야 한다고 늘 강조한다. 피칭 훈련하는 30~40분, 경기하는 2시간 30분, 그렇게 하루 3시간만큼은 열심히 집중하라고 이야기한다. 이외 시간은 선수들이 알아서 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 배영수 두산 베어스 2군 투수 코치 ⓒ 이천, 스포티비뉴스
문제점이 보이면 코치 4명이 머리를 맞댄다. 배 코치는 "권명철 코치님을 비롯해 2군에 투수 코치 4명이 있다. 4명이 한 선수에게 붙어서 트랙맨 분석팀과 대화를 나누고 그렇게 방향을 결정한다. 선수를 한 방향으로 이끄는 시스템이다. 권 코치님께서 이 과정에서 많은 도움을 주시고 이끌어주신다. 1군에서 선수가 내려오면 같이 미팅을 하고, 소통을 잘한다. 2군 코치님들께서 워낙 베테랑분들이 많이 계셔서 배운다. 육성이 정말 힘든데, 특별한 것은 없다. 꾸준히 해야 하는 게 육성인 것 같다"고 밝혔다.

선수가 잘못된 방법을 고수할 때 깨주는 것도 코치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배 코치는 "2군 선수들을 보면 나름대로 각자 생각이 많다. 2군에서 3~5년 정도 해봐서 안 되면 바꿔야 하는데 잘 바꾸지 못한다. 그걸 깨는 작업을 하고 있다. 불안해해도 코치가 부숴줘야 한다. 그 정도 안 됐으면 새롭게 바꿔야 한다. 보통 한 경기 던진 결과를 계속 붙들고 있는데, 그게 1~2년까지 흐른다. 다들 각자 연구를 많이 하는 것을 알지만, 안 되면 빨리 바꿀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내 몫"이라고 힘줘 말했다. 

배 코치는 "선수들이 1군에 가면 정말 안 돌아왔으면 좋겠다"는 말을 여러 차례 반복했다. "확대 엔트리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2군을 씹어먹어야 1군에 갈 수 있다. 제발 한 경기 잘 던졌다고 됐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2군에서는 최소한 15~20경기는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리고 1군에 가게 되면 오래 버텼으면 좋겠다. 1군 올라가면 안 내려와서 안 봤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또 한 가지는 맞으면서 배우지 말라고 하고 싶다. 맞으면서 배우면 기회가 없다. 정말 어렵게 올라갔는데 맞으면 의미가 없다. 자기 공을 던져서 맞으면 다음이 있지만, 못 던져서 맞으면 안 된다. 천금 같은 기회에서 어이없는 내용으로 던지면 그만큼 허무한 게 없다. 1군 감독님과 투수 코치님 눈에 띄려면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고 진심 어린 조언을 남겼다. 

초보 코치는 선수들과 함께 성장하고 있었다. 배 코치는 "아직 나도 파이팅이 넘쳐서 감정 조절이 잘 안 된다(웃음). (코치로는) 막내니까 막내답게 일찍 움직이고, 한 발만 더 움직이자고 생각한다. 여기는 시간을 소중히 다뤄야 하는 곳이다. 그래서 남들보다 조금 더 부지런히 움직이려 한다"며 1군에서 더 많은 투수들이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다짐했다.

스포티비뉴스=이천,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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