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승리호' 제작보고회. 왼쪽부터 유해진, 송중기, 김태리, 진선규. 제공|메리크리스마스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우주를 향한 한국영화 최초의 도전이 드디어 출격을 알렸다. 영화 '승리호' 온라인 제작보고회가 열린 가운데 작품의 면면과 관전포인트가 공개돼 눈길을 모았다.

18일 오전 영화 '승리호' 온라인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이날 '승리호' 제작보고회는 오프라인으로 열 예정이었으나 최근 코로나19 유행 확산 방지를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격상함에 따라 온라인으로 변경돼 개최됐다.

영화 '승리호'는 2092년, 우주쓰레기 청소선 '승리호'의 선원들이 대량살상무기로 알려진 인간형 로봇 '도로시'를 발견한 후 위험한 거래에 뛰어드는 이야기다. '늑대소년'(2012),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2016) 등 자신만의 상상력으로 새로운 세계를 선보였던 조성희 감독의 신작이자, 2092년을 배경으로 한 한국 최초 우주SF 영화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 영화 '승리호' 제작보고회. 조성희 감독. 제공|메리크리스마스
조성희 감독은 "10년 전 쯤 친구와 식사자리 개인적 대화에서 시작했다. 우주 쓰레기 이야기를 해줬다. 우주산업의 폐기물 속도가 어마어마하게 빠르고 위험해서 지금도 심각한 문제고 가끔 사고도 난다더라. 총알보다 빠른 우주쓰레기를 수거하는 우주 노동자를 소재로 삼아 '승리호'를 시작했다"고 그 출발을 설명했다. 그는 "찾아보니 우주쓰레기, 그리고 우주 쓰레기를 수거하는 직업을 많은 작품이 다뤘더라. 세계 어디에 가도 살아남는 질힌 한국인들이 이 일을 하면 어떨까 생각하며 이 시나리오를 썼다"고 말했다. 

영화의 배경이 된 2092년은 지금과 완전히 다른 미래. 조 감독에 따르면 "지구 사막화가 진행되고 모든 식물이 자취를 감춰 행복하게 살기 힘든 시대"다. 인류의 5% 상류층은 거대한 구조물에서 맑은 공기와 숲을 즐기며 행복하게 살고, 비시민들은 지구에 산다. 조성희 감독은 "우주에 사느냐, 지구에 사느냐로 계층이 나뉜 시기다. 우리 주인공들은 우주에서 지내지만 우주 시민은 아닌, 한 마디로 이주노동자 같은 신분으로 위험한 일을 하며 하루하루를 먹고 산다"고 설명했다. 

이 상상력을 현실화시킨 것은 그린 스크린 앞에서 한국영화 최초의 도전을 함께한 배우들. 송중기, 김태리, 진선규 그리고 유해진이 제작보고회에 참석해 '승리호'의 이야기를 이어갔다. 

▲ 영화 '승리호' 제작보고회. 송중기. 제공|메리크리스마스
송중기는 조종사 태호 역을 맡았다. '구멍난 양말'로 대표되는 캐릭터일 만큼 가난하고 어딘가에 굶주려 있지만 조종 솜씨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캐릭터다. 조 감독과 함께 한 첫 영화 '늑대소년'을 찍으며 '승리호'에 대해 처음 들었다는 송중기는 "우주SF영화라는 건 알았고 우주쓰레기가 소재인 줄은 몰랐다. 재미있는 우주 활극이라고 들었고 재미있겠다고 생각했다"며 "'우주쓰레기'라는 소재를 듣고 더 신선했고, 한국에서 우주 SF를 처음 한다는 도전정신에 가장 끌렸다"면서 "저는 한 번 해봤으니까, 감독님의 무궁무진한 아이디어, 만화적 색깔과 우주 SF가 만나면 어떻게 될까 궁금했다"고 출연을 결심한 이유를 밝혔다.

송중기는 "다시 만난 조성희 감독과의 호흡에 대해 이전보다 더 좋았다. 말하지 않아도 마음이 통하는 것 같았다"고 밝히는 한편 "이번 태호 역할에서는 지질하지만 굉장히 속은 깊은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했다. 그런 모습을 집중해 봐주시면 새로운 모습을 보실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 영화 '승리호' 제작보고회. 김태리. 제공|메리크리스마스
승리호의 브레인, 장선장 역은 김태리가 맡았다. 김태리는 "캐릭터가 매력적이었다. 여성으로서 선장이라는 타이틀도 신선하게 다가왔다. 단순한 캐릭터인데 그 안에 따뜻함이 있다고 느꼈다. 그 점이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저 역시 한국 최초의 우주영화의 한 부분이 된다면 어떤 모습일까 기대감이 컸다. 그래서 함께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김태리는 극중 장선장에 대해 "팀내 브레인 담당이다. 무엇이 돈이 될지 예리한 관찰력을 가지고 있다. 사고뭉치 선원을 이끄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는, 멋진 여성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뛰어난 두뇌를 가지고 있는 인물인데 클리셰적으로 완벽하게 표현되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똑똑하기만 한 캐릭터는 필요없고 사람냄새가 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완벽하지만은 않은 어리숙한 모습을 보이려 했다. 뒤죽박죽 섞여 있어도 가족같은 모습이 어떻게 보여야 할까 했다"고 부연했다.

티저예고편 공개 이후부터 화제가 된 비주얼은 조성희 감독의 설정이 바탕이라고. 김태리는 "비주얼은 감독님이 10년 이상 준비하시면서 머리에 그려놓고 계시던 것이었다. 스마일 티셔츠, 보잉 선글라스 모두 그려져 있어서 저는 적응만 하면 됐다"고 말했다. 

▲ 영화 '승리호' 제작보고회. 진선규. 제공|메리크리스마스
진선규는 조타수 타이거박 역을 맡았다. 타이거박이라 불리길 바라지만 그저 '박씨'라고 불리는 팀내 레게헤어와 문신 등 독특한 비주얼로도 주목받은 진선규는 "카포에라라는 운동을 할 때 레게머리, 드레드 머리를 하고 도는 게 너무 멋있었는데 그 설정이 있더라. 이걸 해볼게요 했다. 안어울린다고 하면 그 자리에서 빡빡 깎겠다고 했다"고 털어놨다.

진선규는 "15시간을 꼬박 앉아서 만든 스타일인데 괜찮더라. 내가 이런 느낌 머리가 어울리는구나 했고, 문신도 한두개 하지 말고 빈틈에 다 하자 했다. 여러가지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눴다. 외형적으로 빈틈없이 메꿔주셨다"고 말했다.

▲ 유해진. 영화 '승리호' 제작보고회. 제공|메리크리스마스
여기에 배우 유해진이 작살로봇 디지털 캐릭터 '업동이' 역을 맡았다. 100% 디지털 캐릭터로 유해진은 목소리 연기는 물론 모션캡처도 직접 해냈다.

유해진은 "다른분 액션에 소리를 맞추면 제것 같지 않을 것 같았다. 제가 현장에서 모션캡처도 하겠따고 했다. 그래야 보고 하는 시너지가 있을 것 같았다"며 "마땅히 집에서 할 것도 없고 해서"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유해진은 "업동이의 생명을 넣고 싶어서 모션을 같이했다. 그리고 거기에 소리를 입했다. 신선하기도 했고 목마름이 있었던 작업이라 저에게도 도전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1987' 이후 김태리와 만남을 되새기기도 했다. 유해진은 "(김태리와) 재미있게 작업한 생각이 난다. 특히 방 안에서 마이마이 선물하고 했던 게 저에게는 즐거웠던 경험이었다"며 "연희를 연기하던 그때도 너무 좋았고 이번 작품을 같이 해서 좋지만 김태리씨는 언제든 보면 좋다"고 후배에 대한 애정을 듬뿍 드러냈다. 김태리는 이에 "제가 굉장히 행운아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좋은 선배님 다시 만나 좋았다. 2번째 작품 하면서 더 친해진 것 같아서 좋다. 현장에서도 많이 의지하면서 촬영했다"고 화답했다.

▲ 리처즈 아미티지. 출처|'승리호' 온라인 제작보고회 캡처.
UTS 회장 설리반 역은 할리우드 배우 리처드 아미티지가 맡아 화제가 됐다. 조성희 감독은 "몇가지 조건이 있었다. 중년 거구 지적인 사람. 리처드 아미티지가 너무나 적합한 이미지를 가지고 계셨다"며 "놀랍고 고마웠던 것은 너무 많은 열의, 적극적으로 이 작품에 정성을 보여주셨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영국 런던에서 영상 메시지를 보내온 리처드 아미티지는 "비단 '승리호'뿐만 아니라 유해진 진선규 김태리 송중기와 함께 작업하게 돼서 영광이었다. 조성희 감독님, 설리반 역을 저에게 제안주셔서 감사하다. 감독님이 주신 캐릭터에 대한 정보와 독창적 스케치들이 연기하는 데 도움이 됐다. 도전적이고 풍부한 상상력과 선견지명을 가지고 있는 설리반을 연기하는 것은 즐거운 경험이었다. 여러분도 설리반 캐릭터를 즐겨주셨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촬영 기간 한국의 매력에 푹 빠졌다는 그는 "중요한 건 한국 사람들이다. 나중에 꼭 한국에 다시 갈 수 있기를 바란다. 그때까지 배우들과 감독님꼐는 긴 여정의 끝이 오는 것을 축하드리지만, 관객들에게는 이제 시작이다. '승리호'를 마음껏 즐겨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 영화 '승리호' 제작보고회. 왼쪽부터 유해진, 송중기, 김태리, 진선규. 제공|메리크리스마스
한국영화의 첫 도전이기도 한 SF우주영화 '승리호'의 차별점은 어디에 있을까. 조성희 감독은 "'승리호'는 고증보다 상상력에 바탕을 뒀다. 지금과 다른 세상을 다루고 있지만 이 안의 인물은 지금 우리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 대출 이자와 공과금을 걱정한다. 한국의 서민들이 우주를 청소하는 셈"이라고 귀띔했다. 송중기는 "감독님이 제목을 말씀해주시고 저혼자 떠올렸을 때, 할리우드의 전유물이었던 SF영화에 한글로 '승리호'가 써있었다. 첨단 우주선이 아니고 낡은 쓰레기 청소선인데, 거기에 태극기와 한글이 붙어있는 걸 생각했을 때 소름이 돋았다. 우주영화에 한국적인 게 묻어있어서 기분이 좋았다"고 의미를 짚었다.

김태리는 "우주영화 하면 다들 하얗고 '삐까번쩍'한 비주얼, 엘리트를 상상하시는데, 저희 영화는 구수하다. 찢어진 옷, 구멍난 양말 주워입고 막말하고… 사람 사는 이야기가 들어있다. 그런 모습이 빛나는 영화라고 생각한다"며 '승리호'의 경쟁력을 꼽았다. 진선규는 "캐스팅되고 우리가 할리우드 영화에 캐스팅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며 "우주 SF하면 외국의 전유물이라 생각하며 살았는데 그 주인공이 한국인이라는 것만으로도 경쟁력이 있지 않을까 했다"며 환하게 웃었다. 

도전은 이제 시작이다. 영화 '승리호'는 오는 9월 23일 개봉 예정이다.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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