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프로축구연맹 이사회가 19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렸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잠잠해지지 않아 K리그의 파행 운영이 예상되자 프로축구계가 선수단 잔여 임금 10% 삭감을 권고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19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2020년도 제5차 이사회를 열었다. 이날 이사회의 핵심 화두는 '선수-구단 상생을 위한 코로나19 고통 분담 권고안'이 나왔다는 것이다. 국내 프로스포츠 중 권고안이 처음으로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할 사례다.

K리그는 코로나19로 38라운드가 27라운드로 축소, 지난 3월에도 2개월 밀린 5월 개막했다. 13라운드까지 무관중 경기를 치러오다 14라운드부터 유관중 경기로 전환, 경기장 수용 인원의 10%를 받다가 정부의 확대안으로 25%까지 늘렸다.

하지만, 최근 사랑제일교회로부터 촉발된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로 전환되고 무관중을 선택한 구단이 많아지면서 상황은 또 달라졌다. 수익이 줄게 된 구단들의 경영난 우려까지 커질 정도로 상황은 녹록지 않게 됐다.

이미 유럽 구단들은 임직원들을 해고하거나 임금 삭감 등으로 고통을 분담하고 있다. 이웃 일본도 마찬가지다. 선수단 임금 일부를 삭감하는 등 고통 분담의 모습들이 있었지만, 한국은 조금 다른 분위기였다. 구단 임직원들이 임금 10%를 반납해 선수단 운영비로 활용하는 등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상황이 이어졌다. 일부 직원들은 적금을 깰 정도로 생활비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이를 파악한 수원FC 등 일부 구단은 1차 코로나 유해기였던 지난 4월 선제적으로 임금 일부를 반납해 고통 분담에 동참했지만, 나머지 구단 선수단은 딱히 반응이 없었다. 오히려 강제적인 분위기가 만들어지면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말만 들었다고 한다.

결국, 구단들이 표준안을 만들겠다는 의지로 이사회를 열었고 올해 9~12월 잔여 기본급 10% 삭감을 권고했다. 기본급이 3천6백만 원 이상 선수들을 대상으로 했으며 상생을 도모하자는 의미라고 한다. 각 구단이 소속 선수들과 개별적으로 협의를 통해 동의하는 선수들만 대상으로 기본급을 조정한다. 

다양한 의견이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누진세처럼 기본급 액수에 따라 0.1%에서 22%까지 삭감분을 다르게 적용하자는 의견도 나왔다고 한다. 또는 수당(출전, 승리, 골 등)을 제한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의견도 있었지만, 일단 잔여 연봉 대비 10%로 정리했다.  

물론 권고안이라 강제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일부 선수 협의 단체는 선수단 동의 없는 일방적인 삭감은 반대라며 으름장을 놓았다. 프로연맹은 해당 단체에 선수들이 얼마나 가입했는지도 알기 어렵고 K리그 22개 구단 선수단을 대표하는 단체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프로연맹 관계자는 "이 단체와 여러 차례 협의했지만, 실패했다. 전체 선수를 지휘하는 대표 단체가 아니다. 따라서 구단과 선수에게 지시하는 가이드라인 협의가 최선이었다. 동의하는 선수만 계약 변경이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구단 대표자 회의와 K리그1, 2 주장단 간담회를 통해 감액안에 대해 7월에 각각 두 차례 회의를 통해 충분히 전달했기 때문에 방법에 대해서는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 관계자는 "권고안의 의미는 강제적 성격이 아니다. K리그 전체가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요청하는 성격이다. 또 다른 계획이 있지는 않다. 구단 내부에서 협의할 몫이다"라고 전했다.

흥미로운 점은 조세 모라이스 전북 현대 감독을 비롯해 일부 구단 감독들이 이미 10%를 삭감했다는 점이다. 수장이 고통 분담에 먼저 나선 이상 선수들도 어떤 방식으로든 대답을 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불씨도 있다. 이사회에서 저연봉자를 보호하기 위해 고연봉자 중심의 삭감안을 내놓은 상황에서 특정 선수 단체를 중심으로 집단 대응을 할 경우 해결책이 없다는 점이다. 권고안은 받지 않으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팬들의 사랑을 먹고 사는 '프로'의 자세만 바라봐야 하는 상황이다.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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