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故) 고유민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국회, 정형근 기자 / 김성철 영상 기자] 고(故) 고유민의 유족과 현대건설의 주장은 첨예하게 엇갈렸다. 가장 큰 쟁점인 ‘계약해지 후 임의탈퇴’ 문제를 살펴봤다. 

프로배구 선수 고(故) 고유민의 유족 측이 2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고유민은 지난 2월 29일 현대건설을 떠났다. 

고유민 유족 측은 “현대건설 배구단의 의도적 따돌림이 이유”라고 주장했고, 현대건설은 “팀이 우승 경쟁을 하는 중요한 상황에서 고유민이 무단이탈했다"고 밝혔다.

현대건설은 고유민의 징계를 검토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고유민과 연락이 안 되다 3월 말쯤 연락이 닿았다. 임의탈퇴하면 끝나는 문제였는데 코로나로 시즌이 조기에 끝나 임의탈퇴를 할 수 없는 시점이 됐다”고 주장했다.

현대건설은 임의탈퇴 이외의 방법을 모색했다. 현대건설이 찾은 징계는 '계약 해지'였다. 올해 6월까지 계약이 남은 고유민에게 잔여 연봉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 3월 30일 ‘계약 해지’ 합의서에 서명하도록 유도했다.


다만 이때 결정적인 문제가 발생했다. ‘계약 해지’에 합의하고 프로배구연맹(KOVO)이 이를 공시하면 선수는 자유신분이 된다. 즉 고유민은 현대건설을 떠나 다른 팀으로 갈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현대건설과 고유민은 이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양자가 '계약 해지' 합의서를 썼지만 현대건설은 해지가 아닌 ‘중단’이라고 임의적으로 해석했다. 고유민이 여전히 팀 소속이라고 판단한 현대건설은 4월 6일 프로배구연맹(KOVO)에 이메일로 임의탈퇴 공시를 요청했다. 

KOVO는 '임의탈퇴 공시 요청'이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받고 현대건설에 연락해 "현재는 임의탈퇴 공시를 할 수 없는 시기"라고 답했다. KOVO 규정상 정규리그를 마친 직후부터 자유계약선수(FA) 보상 기간이 끝날 때까지는 임의탈퇴 공시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당시 현대건설이 보낸 이메일 내용 중에는 고유민과 구단이 '계약 해지’를 했다는 문구가 있었다. 하지만 KOVO는 ‘임의탈퇴 공시 요청’이라는 메일의 제목만 봤고 '계약 해지'에 관한 내용은 확인하지 못했다.   

KOVO 관계자는 “계약 해지 문구가 이메일 내용 중에 포함됐었다는 사실을 최근 파악했다. 당시 구단이 더 강하게 계약 해지를 했다고 말하든지, 아니면 우리가 정확하게 그 문구를 봤어야 했는데 커뮤니케이션에 실수가 있었다. 계약 해지가 된 사실을 알았으면 임의탈퇴 공시는 안 됐을 것"이라고 20일 밝혔다.  

▲ 현대건설과 고유민이 3월 30일 작성한 '계약 해지' 합의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의원실 제공

단순히 시기 때문에 임의탈퇴 공시가 되지 않았다고 생각한 현대건설은 4월 말에 다시 KOVO에 임의탈퇴 공시를 요청했다. 

이때 현대건설은 고유민과 ‘계약 해지’를 했다는 문구를 넣지 않았다. 4월 6일에 보낸 이메일로 해당 사실을 KOVO에 알렸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현대건설과 고유민이 이미 ‘계약 해지’를 한 사실을 알지 못한 KOVO는 임의탈퇴 공시 절차를 밟았다. 

결국 ‘자유신분’ 고유민은 5월 1일 임의탈퇴 처리가 됐다.

이후 고유민은 구단이 자신을 속였다고 생각했다. 고유민은 “트레이드 해준다더니 임의탈퇴 공시를 했다”고 동료에게 메시지를 보내며 분노했다. 

현대건설은 “트레이드를 시도했지만 마땅한 구단을 찾지 못했다. 트레이드는 두 구단의 이해관계가 맞아야 가능한 일”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고유민은 이미 현대건설 소속이 아니라 트레이드 대상이 될 수 없었다.

이 사실을 구단과 선수, KOVO 모두 알지 못했다. 

자신이 임의탈퇴로 묶였다고 생각한 고유민은 현대건설로 복귀할 생각이 없었다.

고유민은 6월 15일 현대건설과 만나 “배구가 아닌 다른 길을 가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고유민 유족 측은 “고유민이 임의탈퇴 소식을 접한 후 배신감과 절망감을 토로했다”고 밝혔다.

결국 지난달 31일 고유민은 극단적인 선택으로 생을 마감했다. 

고유민 유족 측은 “KOVO에 확인한 결과 계약 해지한 선수를 임의탈퇴로 묶는 건 상식 밖의 이야기라는 답변을 받았다. 답변이 사실이라면 현대건설은 KOVO를 상대로도 사기극을 벌인 것이다. 즉 구단의 사기 갑질이다”라고 주장했다.

현대건설은 “계약 해지 상태에서 임의탈퇴를 할 수 있다고 판단해서 진행했다. KOVO에 보낸 이메일에 계약 해지를 했다는 걸 명기했다. KOVO를 속인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현대건설의 잘못된 행정 처리와 KOVO의 미숙한 일처리는 문제를 키웠다.

고유민 유족 측은 현대건설을 상대로 민·형사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고유민의 유족 측과 현대건설은 법정 공방이 펼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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