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란히 앉은 기성용과 이청용 ⓒ한국프로축구연맹
▲ 주니오의 골을 축하해주는 이청용(오른쪽)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티비뉴스=울산, 이성필 기자] 1천707일 만에 적으로, K리그에서는 최초로 상대팀으로 서로를 상대한 이청용(울산 현대)과 기성용(FC서울)의 표정은 밝았다.

30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무관중인 상황에서 '하나원큐 K리그1 2020' 18라운드 울산 현대-FC서울전이 열렸다.

관심사는 역시 쌍용의 만남이었다. 올해 보훔(독일)에서 유럽 생활을 끝내고 울산으로 이적한 이청용이 친정 서울로 가지 않았던 것은 꽤 화제였다. 당시 서울로 복귀하려다 마요르카(스페인)로 이적한 기성용과 맞물려 더 그랬다.

지난 7월 기성용이 서울로 복귀하면서 둘의 만남은 관심거리였다. 흥미롭게도 이날 이청용은 선발, 기성용은 벤치였다. 2009년 7월19일 서울 유니폼을 입고 같이 뛴 이후 11년 1개월 11일 만의 K리그 재회였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로 범위를 넓히면 2015년 12월28일 이후 처음이다. 1천707일 만이다. 당시 이청용은 크리스탈 팰리스, 기성용은 스완지시티 소속이었다. 각각 후반에 교체로 나서면서 만남이 성사됐다.

경기를 앞두고 둘은 경기 전 벤치에 나란히 앉아 대화를 나누며 친근함을 표현했다. A대표팀을 통해 서로를 알고 있는 박주호, 홍철이나 서울에서 같이 뛰었던 고명진도 기성용에게 아는척을 했다.

경기는 달랐다. 이청용은 울산의 오른쪽 측면을 책임졌다. 패스의 강약 조절이나 볼을 다루는 능력은 여전히 K리그 최고 수준이었다. 기성용은 이청용의 경기력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결국, 전반 18분 이청용이 선제골의 주인공이 됐다. 주니오가 머리로 떨어트린 볼이 수비에 연이어 맞았고 이청용 앞에 닿아 골이 됐다. 이청용은 친구 기성용을 생각했는지 세리머니를 하지 않았다. 친정에 대한 예의였다.

반대로 벤치의 기성용은 옆에 앉은 박주영과 대화하며 수비에 문제가 없었는지 확인하는 모습이었다. 서울이 시즌 초반 고생해 최용수 감독이 사임하는 소동을 겪었기에 더 그랬다.

주니오의 골로 2-0으로 벌어진 후반 20분, 몸을 풀던 기성용이 서울의 마지막 카드로 투입됐다. 기성용은 발재간으로 경기를 풀기 위해 애를 썼지만, 몸이 아직은 완벽하게 올라오지 않음을 보여줬다. 반대로 이청용은 현란하게 움직이며 울산의 공격 연결 역할을 제대로 했다. 동료들이 슈팅만 제대로 보여줬다면 도움으로 기록될 장면이 많았다.

이청용은 43분 정훈성과 교체되며 벤치로 물러났다. 상황이 조금 더 나은 이청용을 보면서 '서울 살리기'라는 과제를 다시 봐야 하는 기성용이다. 그래도 마지막에 '서울 동문'인 이청용, 고명진과 고요한, 박주영을 섞여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으로 옛정을 다시 생각하는 장면도 연출했다.


스포티비뉴스=울산, 이성필 기자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