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장진리 기자]방탄소년단이 '다이너마이트'로 K팝 역사에 대기록을 세웠다.

방탄소년단은 1일(이하 한국시간) 발표된 빌보드 싱글차트인 핫100에서 지난달 21일 발매한 디지털 싱글 '다이너마이트'로 정상에 올랐다. 한국 가수가 핫100 정상에 오른 것은 방탄소년단이 처음이다. 

앞서 방탄소년단은 2018년 5월 정규 3집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로 빌보드200 1위를 차지한 이후 같은 해 8월 '러브 유어셀프 결 앤서', 2019년 4월 '맵 오브 더 솔: 페르소나', 2020년 2월 '맵 오브 더 솔: 7'까지 잇달아 빌보드200 1위를 차지했다. 이번 싱글 '다이너마이트'로 핫100까지 석권하며 빌보드 양대 차트를 모두 '접수'했다. 

▲ 방탄소년단. 제공|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방탄소년단이 가는 길이 K팝의 역사다…'빌보드 200' 이어 '핫 100'까지 정복 

방탄소년단이 빌보드200에서 네 번이나 차지했지만, 핫100 1위는 그야말로 '핫'하지 않으면 정상에 오를 수 없기에 상대적으로 정상에 오르기 더 어려운 차트다. 그래서 방탄소년단의 핫100 1위는, 빌보드200 1위와는 다른 의미를 갖는다.   

핫100은 현재 미국에서 현재 유행하는 인기곡 순위를 매긴 차트로, 빌보드에서도 핵심으로 꼽힌다. 빌보드200의 경우 앨범 판매량을 기준으로 하기에 팬덤의 충성도와 크기에 따라 순위가 좌우되지만, 핫100은 음원 판매를 비롯해 라디오 방송 횟수, 스트리밍 횟수 등을 종합해 순위를 매긴다. 노래의 대중적 인기가 곧 차트 순위의 가장 중요한 기준인 셈이다. 

대중음악평론가 임진모는 방탄소년단의 핫100 1위를 "흥행의 지표"라고 평가했다. 그는 "앨범 차트와 싱글 차트는 완전히 다르다. 록의 전성기에서는 앨범이 기준이 됐지만, 디지털 기준으로 시대가 바뀌면서 단일곡이 중요해졌다. 싱글 중심으로 기준이 바뀐 시대에서 핫100 1위는 훨씬 의미있고 가치가 있다"고 했다. 

이런 점에서 방탄소년단의 핫100 1위는 이들이 미국 주류 시장 중심에 우뚝 섰다는 것을 의미한다. 빌보드200으로 잘 만든 앨범, 팬덤에 대한 높은 영향력을 입증했다면 핫100으로는 이들의 음악이 누구나 따라부르는 '대중 음악'이라는 것을 인정받은 것이다. 방탄소년단이 더 이상 '아미'들만의 아이돌이 아니라, 팬덤을 뛰어넘어 대중을 사로잡은 진정한 '아이돌', 진짜 스타로 자리매김했다고 볼 수 있는 상징적인 성과다.

임진모는 "전대미문의 사건이며 문화적 쾌거"라고 방탄소년단 핫100 1위가 가진 의미를 되짚었다. 그는 "불과 수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방탄소년단은 'DNA' 이후로 '페이크 러브'가 10위, '아이돌'이 11위, '작은 것들을 위한 시'가 8위, '온'이 4위에 오르면서 지금까지 순차적으로 상승세를 이어왔다. 갑작스럽게 이뤄진 1위가 아니라는 점에서 높이 평가를 해야 한다"며 방탄소년단이 꾸준히 성장한 끝에 빌보드 양대 차트를 석권한 것에 더 큰 의의가 있다고 봤다. 

KBS 2라디오 '김태훈의 프리웨이' 진행자이자 팝 칼럼니스트 김태훈 역시 "지금까지는 K팝이라고 했다면 이제는 일반적인 팝의 경지에 갔다고 봐도 될 것 같다. K팝이라는 지역적인 한계를 가진 음악이 아니라 주류시장에서 인정받은, K를 뗀 팝 음악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 방탄소년단. 제공|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코로나19 위로한 방탄소년단의 진심…첫 영어 싱글로 철옹성 미국 시장 뚫었다

'다이너마이트'는 방탄소년단이 처음으로 발표하는 싱글 형태의 신곡이자 첫 영어 싱글이다. 지금까지는 앨범 단위로 에술적인 면이 돋보이는 신곡을 발표하며 자신들만의 세계관을 쌓아올린 방탄소년단은 '다이너마이트'로 힘을 빼고 코로나19 시대에 전하고 싶은 자신들의 에너지에만 집중했다. 

팝적인 색채가 강한 '다이너마이트'의 강점은 접근이 쉽다는 점이다. 친숙한 디스코 멜로디에 경쾌한 비트를 얹은 다이너마이트는 긍정적 메시지를 담은 영어 가사에 이지-리스닝 음악으로 대중성을 획득했고, 철옹성 같던 라디오 방송을 뚫었다. 방탄소년단이 핫100에 오를 수 있었던 중요한 승부처가 바로 방송횟수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2012년 전 세계적인 히트를 기록했지만 빌보드 핫100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7주 연속 2위에 머물렀던 것 역시 방송 횟수 때문이다. 신드롬이라 불릴 만한 인기를 자랑했지만, 비영어 곡이었던 '강남스타일'은 방송의 높은 장벽을 넘지 못했고, 핫100 정상의 문턱에서 좌절해야만 했다. 

방탄소년단은 영어 싱글로 이 허들을 넘었다. 발매 후 첫 사흘 동안 미국 라디오에서 2301번 방송됐고, 1160만 명의 청취인구를 확보한 '다이너마이트'는 역대 최고 방송 횟수에 힘입어 핫 100 정상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전문가들은 온라인에서 파괴력을 가지는 방탄소년단의 강점에 보편적인 음악까지 더해져 저력을 발휘했다고 해석했다. 임진모는 "영어 싱글로 북미 사회를 노린 것이 잘한 전략이었고, 유효했다. 디스코의 재조명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디스코라는 장르를 껴안았다는 것 자체도 트렌디했다"고 봤고, 김태훈 팝 칼럼니스트는 "코로나19로 활동이 막힌 상황에서 온라인에서 강세를 보이는 방탄소년단의 힘이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고 했다. 

▲ 방탄소년단. 제공|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방탄소년단, '아이돌' 이상의 의미가 되다…전 세계에 적중한 '다이너마이트' 

방탄소년단의 지금 위치는 한국의 대중음악사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사회적 지형에도 변화를 가져 오고 있다. 비영어권 음악에 대해 '보수적'을 넘어 '폐쇄적'이었던 미국 주류 음악시장은 방탄소년단의 진출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음악 시장의 변화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많은 이들은 이제 방탄소년단의 활약을 문화를 넘는 하나의 흐름이라고 보고 있다.

김태훈 팝 칼럼니스트는 방탄소년단의 핫100 1위가 음악적 성취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봤다. 그는 "마이클 잭슨 같은 흑인 아티스트에 열광한 소년, 소녀들이 성인이 됐을 때 버락 오바마 같은 흑인 대통령 후보에게 아무런 선입견 없이 투표할 수 있는 저변이 만들어졌다는 얘기들을 한다. 방탄소년단의 활동 결과물들은 이들의 음악에 열광하는 10대들이 성인이 됐을 때 아시안계에 있었던 선입견, 편견, 배타감을 허무는 문화사 외적인 정치적, 사회적인 의미를 가지게 될 것"이라고 짚었다.

빌보드 핫100 첫 1위로 K팝의 전무후무한 역사를 쓴 방탄소년단이 지금처럼 빛나는 성과를 계속 이어가기를 바라는 목소리가 높다. 2년 전 기자회견에서 빌보드200 1위, 핫100 1위, 스타디움 투어, 그래미 입성 등을 목표로 밝혔던 방탄소년단의 꿈이 '말하는 대로' 현실이 되면서 이들의 다음 목표에 쏠리는 전 세계적 관심도 남다르다. 

임진모 평론가는 "'다이너마이트'가 진짜 히트곡이 되어야 한다. 핫100 차트에 오래 머물면서 진정한 히트곡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김태훈 칼럼니스트는 "팬덤은 영원하지 않고 팬들은 성장한다. 그들의 음악이 얼마나 팬들과 함께 성장하고 성숙해질 수 있는가, 그리고 새로운 젊은 세대들이, 미래의 팬들이 성장해 올 때 그들의 시대적인 요구에 맞는 자신들만의 음악을 만드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포티비뉴스=장진리 기자 mari@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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