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리스 폴.
[스포티비뉴스=맹봉주 기자] 졌는데 박수 받는 팀이 있다.

오클라호마시티 선더의 시즌이 끝났다. 3일(한국 시간) 미국 올랜도 어드벤트헬스 아레나에서 열린 2019-20 NBA(미국프로농구) 서부 콘퍼런스 플레이오프 1라운드 7차전에서 휴스턴 로케츠에 102-104로 패하며 다음 라운드 진출이 좌절됐다.

시즌 개막 전까지만 해도 오클라호마시티의 플레이오프 진출을 예상한 사람은 극소수였다. 미국 스포츠 매체 'ESPN'은 지난해 여름 오클라호마시티의 플레이오프 진출 가능성을 0.2%로 매겼다.

이유가 있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오클라호마시티는 리빌딩에 들어가며 전력이 크게 약해졌다.

원하던 리빌딩은 아니었다. 팀의 2옵션이던 폴 조지가 갑자기 트레이드를 요청한 것이다. 오클라호마시티는 조지의 뜻을 존중해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이어 팀의 간판스타 러셀 웨스트브룩, 공수에서 알토란같은 활약을 하던 제레미 그랜트를 차례로 트레이드했다.

크리스 폴, 샤이 길저스-알렉산더, 다닐로 갈리날리 등이 빈자리를 채웠다. 로스터의 대부분이 처음 손발을 맞춘 사이였다. 주전들의 무게감이 떨어졌고 선수층은 얕았다. 오클라호마시티도 현재보단 미래에 초점을 맞추며 선수단을 구성했다.

하지만 예상 밖 결과가 나왔다. 폴을 중심으로 중상위권 경쟁을 펼친 것이다. 지난 시즌 6위였던 성적은 5위로 오히려 한 계단 올랐다. 플레이오프에서도 상위 시드 휴스턴을 상대로 7차전까지 물고 늘어졌다. 시리즈 탈락에도 팬들이 박수를 치는 배경이다.

▲ 오클라호마시티 선더는 리빌딩과 성적,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았다.
오클라호마시티 선전엔 폴의 영향이 컸다. 늘 잔부상에 시달렸던 폴은 82경기 전경기를 뛴 2014-15시즌 이후 가장 건강한 시즌을 보냈다. 아프지 않으니 정규 시즌과 플레이오프에서 온전히 실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몸 관리에 신경 쓴 결과다. 지난해 여름 폴은 채식으로만 식단을 꾸리며 체중관리에 집중했다. 무릎에 부담이 가는 행동을 피했고 웨이트트레이닝에 열중했다.

시즌 개막 후 폴은 경기당 17.6득점 5리바운드 6.7어시스트 1.3스틸로 변함없는 활약을 했다. 플레이오프에선 평균 21.3득점 7.4리바운드 5.3어시스트 1.3스틸로 더 힘을 냈다. 무엇보다 폴의 진정한 가치는 기록지 밖에서 나온다.

바로 선수단을 휘어잡는 리더십이다. 뉴올리언스 호네츠 시절 코치로 폴을 가까이서 지도한 덴버 너게츠 마이클 말론 감독은 "폴은 내가 지금까지 본 선수 중 최고의 리더다. 그는 사람들을 이끌기 위해 태어났다. 폴도 리더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며 폴의 리더십을 언급했다.

그렉 포포비치 샌안토니오 스퍼스 감독도 "폴은 팀에 있어 플러스 알파같은 존재다. 타고난 지도자다"라며 극찬했다.

팀 후배들도 폴을 따르며 존경을 표한다. 샤이 길저스-알렉산더는 "폴은 최고의 포인트가드다. 나이에 관계없이 모든 선수들의 존경을 받을 자격이 있다. 솔직히 말하면, 내가 그와 한 팀에 뛰면서 직접 배울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축복이다"라고 말했다.

폴은 오클라호마시티의 선전 비결을 자신감에서 찾았다. 주위의 부정적인 예측에 귀를 닫고 스스로를 믿었다고 했다. 휴스턴과 플레이오프 7차전이 끝나고 "우리는 1년 내내 열심히 했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의심했지만, 우리 스스로는 의심하지 않았다. 누군가의 예상은 신경 쓰지 않았다. 매경기 이길 거라 기대하고 우승할 것이라 생각하며 뛰었다"고 시즌을 마친 소감을 밝혔다.

스포티비뉴스=맹봉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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