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저비터를 성공한 OG 아누노비
[스포티비뉴스=이민재 기자] 종료 0.5초 전, 오픈 기회를 얻은 OG 아누노비가 3점슛을 그대로 꽂으면서 104-103 승리를 이끌었다. 2점 차로 뒤처진 상황에서 나온 토론토의 침착한 플레이였다. 

이 장면은 1년 전 플레이와 흡사하다. 2019 플레이오프 2라운드 7차전, 필라델피아 76ers를 상대로 카와이 레너드가 마지막에 터뜨린 중거리슛과 같은 패턴이었다. 

닉 너스 감독은 이 패턴을 애용하고 있다. G리그 시절부터 NBA에 온 뒤에도 계속 활용하고 있다. 같은 패턴이지만 위력은 여전히 뛰어나다.

◆ 코너로 빠지고, 톱으로 나온다

2차전 경기를 말하기 전 2019년 10월 26일 경기로 돌아가 보자. 농구 전술 채널 '하프 코트 훕스'에 의하면 이 패턴은 토론토와 보스턴의 올 시즌 첫 만남에서도 활용됐다. 

▲ SPOTV 중계화면 캡처
당시 하프라인 근처에 있는 프레드 밴블릿이 코너로 가고, 골 밑 근처에 있는 파스칼 시아캄이 서지 이바카의 스크린을 받고 나왔다. 보스턴은 밴블릿을 놓치면서 완벽하게 오픈 기회를 내줬다.

이번에도 같은 패턴이었다. 그러나 보스턴은 알고 있었다. 밴블릿이 코너로 갈 때 오픈 기회를 주지 않기 위해 제이슨 테이텀과 다니엘 타이스가 더블팀을 붙었다. 동시에 시아캄은 밖으로 빠져나오면서 상대의 시선을 끌었다. 이때 반대편에 있는 아누노비에게 오픈 기회가 났고, 여기서 3점슛이 터졌다.

▲ TNT 중계화면 캡처
결국 보스턴이 밴블릿 쪽을 압박하면서 자연스럽게 아누노비 쪽에서 기회가 났고, 여기서 마무리가 된 것이었다. 

경기 후 밴블릿은 "내가 첫 번째 옵션이었다. 그리고 내가 막히면 시아캄 쪽을 노리는 패턴이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두 선수 모두 여의치 않자 라우리가 먼 거리로 패스를 건넸고, 버저비터가 나왔다.

◆ 카와이 레너드 버저비터도 같은 패턴이었다

NBA 플레이오프 역사에 남을 만한 명장면은 지난해 5월 13일에 나왔다. 종료 4.2초를 남기고 90-90에서 토론토가 마지막 공격에 나섰다. 레너드가 조엘 엠비드의 수비를 달고 슛을 던졌고, 공이 림을 3번 맞고 그대로 들어갔다. 

▲ TNT 중계화면 캡처
이번 경기와 같은 패턴이었다. 톱에 있는 라우리가 인바운드 패스를 하는 마크 가솔 쪽의 코너로 갔다. 가솔 근처에 있었던 이바카는 반대편 코너로 움직인다. 

라우리가 코너로 움직일 때 레너드는 시아캄의 스크린을 받아 밖으로 빠져나와 공을 받았고, 여기서 속도를 붙인 레너드가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당시 플레이는 선수들의 움직임 이후 바로 마무리가 된 게 아니라 레너드의 공격으로 끝났다. 패턴 플레이가 아니었다고 의견을 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패턴에 의해 공격을 했기 때문에 더욱 성공률이 높았던 것은 부정할 수 없다.

◆ "휴비 브라운 DVD에서 가져왔다"

너스 감독은 이전부터 이 패턴 플레이를 굉장히 많이 활용했다. 경기 후 ESPN과 인터뷰에서 "오늘 펼친 플레이는 내가 항상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두 가지 중 하나다"라며 밝혔다. 

지난해 6월 '디모인 레지스터'와 인터뷰에서는 "레너드의 버저비터 패턴 플레이는 내가 아이오와 에너지(G리그) 감독 시절 10번 정도 쓴 플레이다"라며 "밖으로 빠져나오는 선수의 3점슛을 노리거나 레너드처럼 일대일을 활용하곤 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휴비 브라운 감독의 DVD를 보고 그대로 쓴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브라운 감독은 1974-75시즌부터 감독 생활을 시작해 15시즌 동안 지휘봉을 잡은 바 있다. 그는 ABA 파이널 우승과 함께 NBA에서 올해의 감독상 2회에 선정된 바 있다.

ESPN은 이날 경기 후 "0승 3패로 끌려갈 수 있었던 시리즈가 브라운 감독의 DVD로 1승 2패 시리즈가 되었다"라고 언급했다.

토론토는 위기 속에서 살아났다. 과연 3차전 승리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할 수 있을까. 토론토는 지난해 동부 콘퍼런스 파이널 밀워키 벅스 시리즈에도 첫 두 경기에서 모두 패배한 뒤 내리 4연승을 따내며 파이널에 진출한 바 있다. 그 기억을 다시 떠올리고 싶을 것이다.

스포티비뉴스=이민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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