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이민재 기자] 종료 0.5초 전, 오픈 기회를 얻은 OG 아누노비가 3점슛을 그대로 꽂으면서 104-103 승리를 이끌었다. 2점 차로 뒤처진 상황에서 나온 토론토의 침착한 플레이였다.
이 장면은 1년 전 플레이와 흡사하다. 2019 플레이오프 2라운드 7차전, 필라델피아 76ers를 상대로 카와이 레너드가 마지막에 터뜨린 중거리슛과 같은 패턴이었다.
닉 너스 감독은 이 패턴을 애용하고 있다. G리그 시절부터 NBA에 온 뒤에도 계속 활용하고 있다. 같은 패턴이지만 위력은 여전히 뛰어나다.
◆ 코너로 빠지고, 톱으로 나온다
2차전 경기를 말하기 전 2019년 10월 26일 경기로 돌아가 보자. 농구 전술 채널 '하프 코트 훕스'에 의하면 이 패턴은 토론토와 보스턴의 올 시즌 첫 만남에서도 활용됐다.
당시 하프라인 근처에 있는 프레드 밴블릿이 코너로 가고, 골 밑 근처에 있는 파스칼 시아캄이 서지 이바카의 스크린을 받고 나왔다. 보스턴은 밴블릿을 놓치면서 완벽하게 오픈 기회를 내줬다.
이번에도 같은 패턴이었다. 그러나 보스턴은 알고 있었다. 밴블릿이 코너로 갈 때 오픈 기회를 주지 않기 위해 제이슨 테이텀과 다니엘 타이스가 더블팀을 붙었다. 동시에 시아캄은 밖으로 빠져나오면서 상대의 시선을 끌었다. 이때 반대편에 있는 아누노비에게 오픈 기회가 났고, 여기서 3점슛이 터졌다.
결국 보스턴이 밴블릿 쪽을 압박하면서 자연스럽게 아누노비 쪽에서 기회가 났고, 여기서 마무리가 된 것이었다.
경기 후 밴블릿은 "내가 첫 번째 옵션이었다. 그리고 내가 막히면 시아캄 쪽을 노리는 패턴이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두 선수 모두 여의치 않자 라우리가 먼 거리로 패스를 건넸고, 버저비터가 나왔다.
◆ 카와이 레너드 버저비터도 같은 패턴이었다
NBA 플레이오프 역사에 남을 만한 명장면은 지난해 5월 13일에 나왔다. 종료 4.2초를 남기고 90-90에서 토론토가 마지막 공격에 나섰다. 레너드가 조엘 엠비드의 수비를 달고 슛을 던졌고, 공이 림을 3번 맞고 그대로 들어갔다.
이번 경기와 같은 패턴이었다. 톱에 있는 라우리가 인바운드 패스를 하는 마크 가솔 쪽의 코너로 갔다. 가솔 근처에 있었던 이바카는 반대편 코너로 움직인다.
라우리가 코너로 움직일 때 레너드는 시아캄의 스크린을 받아 밖으로 빠져나와 공을 받았고, 여기서 속도를 붙인 레너드가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당시 플레이는 선수들의 움직임 이후 바로 마무리가 된 게 아니라 레너드의 공격으로 끝났다. 패턴 플레이가 아니었다고 의견을 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패턴에 의해 공격을 했기 때문에 더욱 성공률이 높았던 것은 부정할 수 없다.
◆ "휴비 브라운 DVD에서 가져왔다"
너스 감독은 이전부터 이 패턴 플레이를 굉장히 많이 활용했다. 경기 후 ESPN과 인터뷰에서 "오늘 펼친 플레이는 내가 항상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두 가지 중 하나다"라며 밝혔다.
지난해 6월 '디모인 레지스터'와 인터뷰에서는 "레너드의 버저비터 패턴 플레이는 내가 아이오와 에너지(G리그) 감독 시절 10번 정도 쓴 플레이다"라며 "밖으로 빠져나오는 선수의 3점슛을 노리거나 레너드처럼 일대일을 활용하곤 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휴비 브라운 감독의 DVD를 보고 그대로 쓴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브라운 감독은 1974-75시즌부터 감독 생활을 시작해 15시즌 동안 지휘봉을 잡은 바 있다. 그는 ABA 파이널 우승과 함께 NBA에서 올해의 감독상 2회에 선정된 바 있다.
ESPN은 이날 경기 후 "0승 3패로 끌려갈 수 있었던 시리즈가 브라운 감독의 DVD로 1승 2패 시리즈가 되었다"라고 언급했다.
토론토는 위기 속에서 살아났다. 과연 3차전 승리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할 수 있을까. 토론토는 지난해 동부 콘퍼런스 파이널 밀워키 벅스 시리즈에도 첫 두 경기에서 모두 패배한 뒤 내리 4연승을 따내며 파이널에 진출한 바 있다. 그 기억을 다시 떠올리고 싶을 것이다.
스포티비뉴스=이민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