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년차 누적 홈런 개수에서 역대 1위로 올라선 강백호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고척돔, 김태우 기자] “살아났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확실히 쉽게 죽는 경우가 없다”

이강철 kt 감독은 요즘 강백호(21·kt) 이야기만 나오면 싱글벙글이다. 사실 kt 타선은 8월 들어 그간 보여줬던 절정의 사이클에서 다소 내려오는 듯한 인상이 있었다. 숫자도 그 인상이 틀리지 않음을 증명하고 있었다. 멜 로하스 주니어, 배정대 등 7월까지 팀 타선을 끌고 왔던 선수들의 8월 성적이 떨어지면서 위기가 찾아왔다. 하지만 kt가 이길 경기를 확실하게 잡고 갈 수 있었던 것은 역시 강백호의 비중이 컸다.

강백호는 7월 22경기에서 타율 0.253에 머물며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엄청난 부담감 속에 확실한 타격 타이밍을 찾지 못했다. 자꾸 타이밍이 늦어 파울이 나는 경우가 많았고, 자신의 스트라이크존이 흔들리는 경향도 있었다. 그러나 천재는 역시 천재였다. 특별한 휴식이나 충격요법 없이도 어느덧 자신의 페이스를 되찾았다.

강백호는 7월 29일부터 9월 5일까지, 즉 최근 30경기에서 타율 0.373으로 반등했다. 이 기간 로하스(.256), 박경수(.220), 배정대(.257), 조용호(.271) 등의 타율이 떨어지는 와중에서 강백호가 타선의 구심점이 된 것이다. 홈런 개수(5개)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출루율과 장타율의 합인 OPS는 1.045로 1.000의 벽을 뚫었다. 

5일 고척 키움전에서도 만점 활약을 선보였다. 1회부터 장쾌한 2루타로 타점을 올리더니, 3회에는 브리검을 상대로 우중월 3점 홈런을 터뜨리며 경기 주도권을 완벽하게 가져왔다. 이날 강백호는 4타수 3안타(1홈런) 1볼넷 4타점을 기록하며 8⅔이닝을 1실점으로 버틴 선발 윌리엄 쿠에바스와 더불어 승리의 일등공신으로 떠올랐다.

3회 홈런은 또 하나의 의미가 있었다. 이 홈런은 개인 통산 59호 홈런이었는데, KBO리그 역사상 3년차 선수 최다 홈런을 확정지은 것이다. 강백호는 이미 종전 2위였던 이승엽(1995~1997)의 54개는 넘어선 상황이었고, 이 홈런으로 역대 1위였던 김태균(2001~2003)의 58개 또한 추월했다.

이승엽 김태균은 KBO리그 역사에 길이 남을 만한 대타자들이다. 강백호가 이들보다 더 뛰어난 타자가 될지는 알 수 없지만, 고졸 신인들이 살아남기 점점 더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이들의 길을 따라가고 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다. 게다가 강백호에게는 아직 46경기가 더 남아있다. 팀의 창단 후 첫 포스트시즌 진출은 물론, 4년차 최다 기록인 이승엽(92개)의 기록에 도전할 발판을 남은 시즌 마련할 수 있을지 관심이다. 

스포티비뉴스=고척돔,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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