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2군의 식사를 담당하는 영양사 이필주 씨가 게시한 SNS 사진. 외국인 투수 크리스 플렉센이 2주 동안 따로 식사를 준비해 준 이 씨에게 감사한 마음을 표현했다. ⓒ 이필주 씨 SNS
▲ 두산 베어스 투수 크리스 플렉센은 부상을 회복하고 오는 9일 잠실 kt 위즈전에 복귀한다.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영양사 생활 20년 동안 이런 일은 처음이라 당황했어요."

영양사 이필주 씨는 두산 베어스 2군 훈련지인 이천 베어스파크에서 선수단의 식사를 담당하고 있다. 이 씨는 베어스파크에서 훈련하고 생활하는 선수들의 점심과 저녁, 간식까지 책임지고 있다. 

2018년부터는 SNS에 선수들이 어떤 식단을 먹고 있는지 하루하루 사진을 찍어 기록하고 있다. 사진과 함께 메뉴를 설명하는 글이 올라오는데, 이 씨가 어떤 마음으로 선수들의 식사를 준비하는지 엿볼 수 있다. 단순히 음식을 소개하지 않고 '오늘은 ○○○ 선수가 요청한 메뉴', '이 메뉴는 ○○○ 선수가 좋아해서 준비했다'라고 설명한다.

5일에는 이 씨의 SNS에 조금 특별한 게시물이 올라왔다. 흰 봉투에 'Thank you(감사합니다)!! Chris Flexen(크리스 플렉센)'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름 옆에는 플렉센의 사인도 있었다. 

이 씨는 "플렉센 선수의 선물이다. 한식이 서툰 플렉센 선수에게 2주 동안 닭가슴살과 계란 프라이를 별도로 챙겨 드렸는데 고맙다고 직접 주신 팁. 영양사 생활 20년 동안 이런 일은 처음이라 당황스러웠는데, 플렉센 선수가 (2군) 팀장님께 꼭 전달하고 싶다고 했다고 한다. 늘 밝게 웃으면서 먼저 두 손을 흔들며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인사해주는 플렉센 선수에게 고맙다"라는 글을 남겼다. 

올해 한국 나이로 26살인 플렉센은 두산이 100만 달러를 주고 영입한 우완이다. 미국 메이저리그 뉴욕 메츠에서 최고 구속 157km까지 나오는 강속구를 던지며 유망주 대우를 받은 선수다. 플렉센은 KBO리그에서 커리어를 쌓아 다시 메이저리그로 돌아가는 꿈을 안고 한국을 찾았다. 12경기에서 4승3패, 64이닝, 평균자책점 3.80을 기록하며 적응기를 마치나 싶었는데, 지난 7월 16일 잠실 SK전에서 타구에 맞아 왼쪽 족부 내측 주상골이 골절돼 2개월 가까이 마운드에 서지 못했다. 

플렉센은 발 상태가 호전된 뒤 이천에서 훈련하는 동안 세심하게 식사를 챙겨준 이 씨가 고마울 수밖에 없었다. 타지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기에 고마운 마음은 더욱 컸다. 그래서 1군 복귀를 앞두고 이천에서 마지막 훈련을 한 뒤 이 씨를 따로 찾아 감사 인사를 했다.

플렉센은 5일 잠실야구장에서 훈련을 마치고 구단을 통해 "정말 감사의 뜻으로 팁을 드렸다. 2군 선수들 음식이 따로 있는데도 내 입에 안 맞는 경우를 대비해서 따로 음식을 준비해주셔서 감사했다. 따로 표현할 방법이 없었는데, 미국 문화는 팁을 주는 문화라서 준비를 했다. 처음에는 안 받겠다고 하셔서 2군 팀장님께 마음을 전할 수 있게 잘 이야기해달라고 부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 음식도 다 맛있었다. 그래도 나를 배려해준 영양사분께 무엇이라도 해드리고 싶은 마음이었다"고 덧붙이며 한번 더 감사를 표했다. 

이 씨의 배려 속에서 건강을 회복한 플렉센은 다시 1군 마운드에 선다. 복귀전은 9일 잠실 kt 위즈전으로 정해졌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플렉센은 2군에서 경기를 못 해서 라이브 피칭으로 대신했다. 원래 9일에 2군 경기에서 60구 정도를 던지게 하려 했는데, 본인이 바로 1군에서 던지고 싶다고 하더라. 1군에서도 그날은 60구 정도 던지게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두산은 플렉센이 이탈한 사이 힘들게 순위 싸움을 펼쳤다. 최원준, 이승진, 박종기 등이 대체 선발투수로 힘을 실어주긴 했지만, 플렉센의 빈자리가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사이 이영하는 마무리 투수로, 함덕주는 선발투수로 보직을 맞바꿨다. 플렉센이 돌아오면 라울 알칸타라, 유희관, 최원준, 함덕주까지 5명으로 로테이션을 돌릴 것으로 보인다.

복귀를 앞둔 플렉센은 "처음에는 큰 부상이 아닌 줄 알았는데, 꽤 오래 재활을 했다. 지금 몸 상태는 아주 좋고, 상대 타자와 싸울 수 있는 준비가 됐다. 최고의 퍼포먼스를 낼 수 있을 것 같다"고 각오를 다졌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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