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 ⓒ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자식이 능력이 있다고 해서 밀어붙여도, 본인이 '나는 이게 하고 싶어요' 하면 안 되잖아요."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이 6일 잠실 SK 와이번스전에 앞서 좌완 함덕주(25)와 우완 이영하(23)의 보직 변경 배경을 설명했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것. 

올해 함덕주는 마무리 투수, 이영하는 선발투수로 시즌을 맞이했으나 각자 자리에서 잘 풀리지 않았다. 함덕주는 29경기에서 3승1패, 2홀드, 10세이브, 29이닝, 평균자책점 3.72로 결과가 나쁘진 않았지만, 세이브 상황의 부담감이 본인과 안 맞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꾸준히 해왔다. 이영하는 선발 등판한 19경기에서 3승8패, 106이닝, 평균자책점 5.52에 그쳤다. 

부진한 시간이 길어진 두 선수는 분위기를 바꿀 계기가 필요했다. 함덕주와 이영하가 서로의 자리를 원하는 상황. 시즌 도중 선발투수와 마무리 투수의 보직 맞교환은 흔치 않은 일이지만, 김 감독은 두 투수의 뜻을 들어주기로 했다. 

김 감독은 "본인들이 희망해서 내린 결정이다. 지금 이영하는 사실 선발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자식이 능력이 있다고 해도 '나는 이게 하고 싶어요' 하면 들어줘야 한다. 똑같다. 우리 생각은 이영하가 팀을 대표하는 선발이 됐으면 하지만, 본인이 마무리가 적성이라고 하면 그게 맞는 것이다. (함)덕주는 2경기 정도는 해보고 다시 이야기해봐야 할 것 같다. (이)영하는 올해 지금 이대로(마무리 투수) 가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영하는 보직을 바꾼 뒤 4경기에서 3⅔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면서 1패를 떠안았다. 지난 3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10-9로 앞선 8회말 1사 1, 2루 위기에 나섰다가 홍건희의 책임주자 2명을 모두 불러들여 10-11로 졌다. 김 감독은 "본인 공을 던지고 있다. 아직 정말 중요한 상황에 나가지 않았는데, 힘과 힘으로 붙어야 할 때와 도망가야 할 때를 느끼면서 앞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평했다. 

함덕주는 6일 처음 선발투수로 나섰다. 김 감독은 "80구 정도 생각하고 있다"고 했는데 함덕주가 그 이상을 해냈다. 6이닝 동안 62구로 버티며 1피안타 5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로 시즌 4승째를 챙겼다. 선발승은 지난 2017년 8월 18일 잠실 KIA 타이거즈전 이후 1115일 만이다.

김 감독은 "함덕주가 오랜만에 선발로 나와 정말 편안하게 잘 던져줬다"고 총평했고, 함덕주는 "시즌 중반에 보직을 바꾸는 게 쉽지 않은 결정인데 나와 (이)영하를 믿고 결정해주신 감독님께 감사하다. 좋은 자리를 맡은 만큼 3년 전처럼 중간 투수로 돌아가지 않고, 선발로 버틸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 확실히 나는 선발 체질이다. 아픈 곳도 없고 잘 맞는다"고 소감을 밝히며 웃었다.

크리스 플렉센이 9일 잠실 kt 위즈전에 복귀하기로 하면서 대체 선발투수로 나섰던 이승진은 불펜으로 자리를 옮긴다. 플렉센 또는 함덕주가 일찍 마운드에서 내려왔을 때 이승진과 박종기, 김민규 등이 대기한다. 

김 감독은 "시즌을 어떻게든 잘 마무리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 덕주도 2경기 정도는 봐야 하는데 선발로 잘 던졌으면 좋겠고, 영하도 마무리 투수로 잘했으면 좋겠다. 플렉센도 돌아오면 치고 올라가야죠"라고 답하며 미소를 지었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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